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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의 자식 교육 [盜子說 도자설]

고전의 향기 한문

by 진현서당 2024. 9. 1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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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맹(姜希孟) 훈자오설(訓子五說)

 

 

民有業盜者 敎其子盡其術 盜子亦負其才 自以爲勝父遠甚 每行盜 盜子必先入而後出 舍輕而取重 耳能聽遠 目能察暗 爲羣盜譽

민유업도자 교기자진기술 도자역부기재 자이위승부원심 매행도 도자필선입이후출 사경이취중 이능청원 목능찰암 위군도예

 

백성 중에 도둑질을 업으로 하는 자가 있어 그 자식에 그 기술을 모두 전수(傳授)하였다. 그 아들도둑(盜子) 또한 그 재간을 자부하여 자신이 아비보다 월등하다고 우쭐했다. 도둑질을 할 때마다 盜子가 반드시 먼저 들어가고 나중에 나오며 가치가 적은 것은 버리고 값이 나가는 것을 취하였다. 귀로는 능히 먼 데 것을 듣고 눈으로는 능히 어둔 속을 살피어, 도둑들의 칭찬을 받았다.

 

誇於父曰吾無爽於老子之術 而強壯過之 以此而往 何憂不濟 盜曰 未也 智窮於學成 而裕於自得 汝猶未也

과어부왈 오무상어로자지술 이강장과지 이차이왕 하우부제 도왈 미야 지궁어학성 이유어자득 여유미야

 

아비도둑에게 우쭐하여 말하였다. 나는 아버지 술법과 조금도 다름이 없고 강장한 힘은 오히려 나으니, 이대로 나가면 무엇을 못하오리까. 아비도둑이 말하였다. 아직 아니다. 지혜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우쳐야 얻는 것이니 너는 아직 멀었다.

 

盜子曰 盜之道 以得財爲功 吾於老子 功常倍之 且吾年尙少 得及老子之年 當有別樣手段矣 도자왈 도지도 이득재위공 오어로자 공상배지 차오년상소 득급로자지년 당유별양수단의

 

아들도둑이 다시 말하였다. 도둑의 도는 훔친 재물로 실적을 평가하는 법인데, 나는 아버지보다 실적이 항상 배이고 또 내 나이 아직 젊으니, 아버지의 연령에 도달하면 마땅히 나만의 비법이 나올 것입니다.

 

盜曰未也 行吾術 重城可入 祕藏可探也 然一有蹉跌 禍敗隨之 若夫無形跡之可尋 應變機而不括 則非有所自得者不能也 汝猶未也 盜子猶未之念聞

도왈미야 행오술 중성가입 비장가탐야 연일유차질 화패수지 약부무형적지가심 응변기이부괄 즉비유소자득자불능야 여유미야 도자유미지념문

 

아비 도적이 다시 말하기를, 너는 아직 멀었다. 내 술법을 그대로 행한다면 겹겹의 성도 들어 갈 수 있고, 비장품(秘藏品)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一旦) 차질이 생기면 화패(禍敗)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형적(形迹)이 드러나지 않고 임기응변하여 막힘이 없는 것은, 자득(자득(自得))의 묘가 없으면 불가하다. 너는 아직 멀었다. 아들도둑은 그래도 들은 척하지 않았다.

 


盜後夜與其子至一富家 令子入寶藏中 盜子耽取寶物 盜闔戶下鑰 攪使主聞 主家逐盜返 視鎖鑰猶故也 主還內
도후야여기자지일부가 령자입보장중 도자탐취보물 도합호하약 교사주문 주가축도반 시쇄약유고야 주환내

 

아비도둑이 얼마 후 밤에 그 자식과 더불어 한 부잣집에 들어갔다. 盜子로 하여금 보물창고(寶藏)에 들어가게 하여 자식도둑이 한참 탐을 내어 보물을 챙기는데, 아비도둑이 밖에서 문을 닫고 자물쇠를 채우고 일부러 소리를 질러 주인이 듣게 하였다. 주인이 집에 도둑이 든 줄 알고 쫓아 나와 자물쇠를 본즉, 전과 같음을 확인하고 주인은 안으로 돌아갔다.

 

盜子在藏中 無計得出 以爪搔爬 作老鼠噬嚙之聲 主云 鼠在藏中損物 不可不去 張燈解鑰將視之 盜子脫走 主家共逐 盜子窘 度不能免 繞池而走 投石於水 逐者云 盜入水中矣 遮躝尋捕 盜子由是得脫

도자재장중 무계득출 이조소파 작로서서교지성 주운 서재장중손물 불가불거 장등해약장시지 도자탈주 주가공축 도자군 탁부능면 요지이주 투석어수 축자운 도입수중의 차란심포 도자유시득탈

 

盜子는 보물창고에서 나올 수 있는 계책이 없었다. 그래서 손톱으로 빡빡 긁어서 쥐가 갉아먹는 소리를 내니, 주인 왈, 쥐가 장고 속에 있어 물건을 절단내니 쫓아내지 않을 수 없다. 하고는 등불을 켜고 자물통을 열자 아들도둑이 빠져나와 달아났다. 주인집 식구들이 모두 추격했다. 盜子가 다급하여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못가를 돌면서 돌을 물에 던졌다. 추격자들이 말하기를, “도둑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하고, 모두 (연못을) 둘러싸고 찾으니, 아들도둑이 그 틈에 빠져나갔다.

 

歸 怨其父曰 禽獸猶知庇子息 何所負 相軋乃爾 귀 원기부왈 금수유지비자식 하소부 상알내이

 

도자가 돌아와 제 아비를 원망하였다. 금수도 오히려 제 새끼를 보호할 줄 아는데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렇게 욕을 보입니까?

 

盜曰 而後乃今汝當獨步天下矣 凡人之技 學於人者 其分有限 得於心者 其應無窮 而况困窮咈鬱 能堅人之志 而熟人之仁者乎

도왈 이후내금여당독보천하의 범인지기 학어인자 기분유한 득어심자 기응무궁 이황곤궁불울 능견인지지 이숙인지인자호

 

아비 도적이 말하기를, “이제는 네가 마땅히 천하를 독보하게 될 것이다. 무릇 사람의 기술이란 남에게 배운 것은 한도가 있고, 제 마음에서 얻은 것은 그 응용이 무궁하다. 하물며 곤궁하고 답답한 것이란 능히 사람의 심지를 견고하게 만들고, 사람의 기술을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냐?

 

吾所以窘汝者 乃所以安汝也 吾所以陷汝者 乃所以拯汝也 不有入藏迫逐之患 汝安能出鼠嚙投石之奇乎 오소이군여자 내소이안여야 오소이함여자 내소이증여야 부유입장박축지환 여안능출서교투석지기호

 

내가 너를 곤궁하게 만든 것은 바로 너를 안전하게 하자는 것이요, 내가 너를 위험에 빠뜨린 것은 바로 너를 건져 주기 위한 것이었다. 네가 만약 보물창고에 갇혔다가 쫓기는 환란을 경험하지 아니하였다면, 어찌 쥐가 갉아먹는 시늉과 (연못에) 돌을 던지는 임기응변의 꾀를 냈겠느냐.

 

汝因困而成智 臨變而出奇 心源一開 不復更迷 汝當獨步天下矣 後果爲天下難當賊

여인곤이성지 림변이출기 심원일개 부부경미 여당독보천하의 후과위천하난당적

 

너는 곤경에 부닥치자 지혜를 짜내고 기변(奇變)에 임하자 기발한 수를 냈다. 지혜가 한 번 열리기 시작하면, 다시 현혹되지 않는 법이다. 네가 마땅히 천하를 독보할 것이다하였다. 그 뒤에 과연 천하에 적수가 없는 도둑이 되었다.

 

夫盜 賤惡之術也 猶必自得然後 乃能無敵於天下 而況士君子之於道德功名者乎 簪纓世祿之裔 不知仁義之美學問之益 身已顯榮 妄謂能抗前烈而軼舊業 此正盜子誇父之時也 부도 천악지술야 유필자득 연후내능무적어천하 이황사군자지어도덕공명자호 잠영세록지예 부지인의지미학문지익 신이현영 망위능항전렬이질구업 차정도자과부지시야

 

무릇 도적이란 지극히 천하고 악한 기술이지만 그것도 반드시 자득(自得)이 있은 연후에야 비로소 천하에 적수가 없는 법이다. 하물며 사군자(士君子)가 도덕공명(道德功名)을 지향함에 있어서야! 대대로 벼슬하며 국록을 누리던 후손들은 인의가 아름답고 학문이 유익함을 모르고, 제 몸이 이미 현달하면 능히 전열(前烈)에 맞서 옛 업을 무시하니, 이는 바로 자식도적이 아비도적에게 우쭐대던 때와 같다.

 

若能辭尊居卑 謝豪縱 愛淡泊 折節志學 潛心性理 不爲習俗所搖奪 則可以齊於人 可以取功名 用舍行藏 無適不然 此正盜子因困成智 終能獨步天下者也

약능사존거비 사호종 애담박 절절지학 잠심성리 부위습속소요탈 즉가이제어인 가이취공명 용사행장 무적부연 차정도자인곤성지 종능독보천하자야

 

만약 능히 높은 것을 사양하고 낮은 데 거하며, 호방한 것을 버리고 담박한 것을 사랑하며, 몸을 굽혀 학문에 뜻을 두고, 성리(性理)에 잠심하여 습속에 휩쓸리지 아니하면, 족히 남들과 제등(齊等)할 수도 있고 공명을 얻을 수도 있으며, 부르면 나가고, 물러나라면 들어앉아서 어디고 당당하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이는 바로 盜子가 곤경에 부닥치자 지혜를 짜내어 마침내 천하를 독보하는 것과 같다.

 

汝亦近乎是也 毋憚在藏迫逐之患 思有以自得於心可也 毋忽

여역근호시야 무탄재장박축지환 사유이자득어심가야 무홀

 

너도 또한 이와 근사(近似)하니 도적이 보물창고에 갇히고 사뭇 쫓기는 것과 같은 환란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이용하여 스스로 체득한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다. 소홀하게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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