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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현서당지 제22호 배반낭자(杯盤狼藉)

진현서당 주간지

by 진현서당 2024. 9. 2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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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과 그릇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는 뜻으로, 한창 술을 흥겹게 마시고 노는 모양.

또는 술자리가 끝난 이후의 난잡한 모습을 나타내는 말.

 

 : 잔 배
 : 쟁반 
 : 어지러울 낭
 : 어지러울 자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나라의 위대한 해학가(諧謔家), 순우곤(淳于髡)! 그는 키는 작았지만 그 언변만큼은 그 어떤 사람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뛰어났다. 비굴하게 굽신거리는 법 없이 오로지 재치와 지혜로 여러 나라를 넘나들며 그 명성을 날렸던 인물이다.

 

초(楚)나라의 침략과 위기의 제(齊)나라

 

()나라 위왕(威王)이 다급하게 순우곤(淳于髡)을 부른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초()나라가 불시에 제()나라를 침공해 온 것이다. 침략을 당하니 왕은 속이 타들어 갔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그때 바로 떠오른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순우곤(淳于髡)이었다. 위왕(威王)은 순우곤(淳于髡)에게 ()나라에 가서 구원군을 요청해 오라는 중대한 임무를 맡기며, ()나라로 그를 보낸다.

 

순우곤 (淳于髡) 의 멋진 협상술

 

순우곤(淳于髡)이 조()나라에 도착하자 그 특유의 언변으로 조()나라 왕을 설득했다. 그의 협상술은 과히 예술 수준이다. 그는 말 한마디로 조()나라 왕을 흔들며 병사 10만 명과 전차 1,000()”이라는 거대한 구원군을 이끌고 제()나라로 돌아오게 된다. 이를 본 초()나라 군은 겁에 질려 밤에 몰래 철수해버리고 만다. 마치 유령이라도 본 듯 초()나라 군이 싸움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철수하자, ()나라는 위기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술자리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이야기

 

위기를 넘긴 위왕(威王)은 기쁨을 참지 못하고 순우곤(淳于髡)을 위해 성대한 축하연을 베풀었다. 이 술자리에서 위왕과 순우곤의 대화 가운데 순우곤이 날이 저물어 술도 거의 떨어지게 되어 취흥이 돌면 남녀가 무릎을 맞대고 서로의 신발이 뒤섞이며 술잔과 그릇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으며[杯盤狼藉]”라고 대답한 데서 배반낭자가 나왔다. 이 자리에서 위왕(威王)은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며 기분이 한껏 고조되었고, 순우곤(淳于髡)도 이에 맞춰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다. 그런데 그때, 순우곤(淳于髡)의 말 한마디가 왕의 마음을 건드렸다.

"술이 극에 달하면 어지러워지고,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슬퍼집니다[酒極則亂 樂極則悲]. 만사가 다 그런 법입니다."

이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술이 지나치면 몸을 망치고, 즐거움이 지나치면 슬픔이 찾아온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달도 차면 기울듯이, 나라의 운세도 절정에 오르면 결국 쇠락하는 법이라는 뜻이다. 순우곤(淳于髡)은 위왕(威王)에게 과도한 술과 사치, 그리고 향락이 결국 나라를 망칠 수 있다는 경고를 우회적으로 전한 것이다.

 

"배반낭자(杯盤狼藉)"와 술자리의 교훈

 

순우곤(淳于髡)이 위왕(威王)에게 한 말에서 나온 "배반낭자(杯盤狼藉)"는 결국 술잔과 그릇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혼잡한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이는 마치 술이 넘치면 흥이 넘치고, 그 흥이 넘치면 제어되지 않는 혼란이 벌어지게 된다는 경고와도 같다. 이 고사성어(故事成語)는 나중에 소동파(蘇東坡)적벽부(赤壁賦)’에서도 등장하며 유명해졌다. 지나친 술과 향락은 결국 그 술자리만 망치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나라의 운명마저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로 널리 회자(膾炙)되었다.

위왕(威王)은 순우곤(淳于髡)의 이 말에 크게 깨달음을 얻고, 그 이후로 철야로 주연을 베푸는 것을 삼갔다. 그뿐만 아니라, 순우곤(淳于髡)주객(主客)”으로 삼아 외국 사신을 맞이할 때나 왕실의 술자리에서도 늘 곁에 두고 조언을 받았다.

 

교훈: 술은 적당히, 흥도 적당히

 

순우곤(淳于髡)의 이야기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모든 것은 적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술이 지나치면 혼란이 오고, 즐거움이 넘치면 슬픔이 오듯, 나라의 정세나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다. “배반낭자(杯盤狼藉)”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는 단순히 술자리에서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면에서 과도한 탐닉(耽溺)과 향락(享樂)을 경계하는 중요한 가르침을 준다.

술이 아무리 좋아도 지나치면 낭패가 온다. 그리고 이 낭패는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니 술은 적당히, 즐거움도 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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