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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현서당지 제24호 견토지쟁(犬兎之爭)

진현서당 주간지

by 진현서당 2024. 9. 2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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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토끼의 다툼이라는 말로, 쓸데없는 다툼이라는 뜻

 

 : 개 견
 : 토끼 토
 : 의 지
 : 다툴 쟁

 

전국시대(戰國時代) ()나라에서 유명한 변론가(辯論家)이자 해학(諧謔)의 대가(大家)로 중용된 순우곤(淳于髡). 그의 언변은 단순한 논리 이상이었다. 그 특유의 해학적(諧謔的) 풍자(諷刺)와 통찰력(洞察力)이 결합된 세객(說客)으로서, 그는 제()나라 왕의 곁에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어느 날, ()나라 왕은 위나라()를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기세등등(氣勢騰騰)한 왕은 공격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순우곤(淳于髡)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폐하, 제가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명견(名犬)과 토끼의 추격전

 

"옛날에 한자로(韓子盧)라는 이름난 개가 있었지요. 이 개는 정말 발이 빨랐습니다. 그리고 동곽준(東郭逡)이라는 엄청난 토끼도 있었는데, 이 토끼 역시 매우 재빠르기로 유명했습니다. 어느 날, 한자로(韓子盧)는 동곽준(東郭逡)을 뒤쫓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산을 따라 수십 리를 세 바퀴나 돌며, 가파른 산꼭대기를 다섯 번이나 오르내렸습니다."

순우곤(淳于髡)은 잠시 말을 멈추고 제()나라 왕의 눈을 바라보았다. 왕은 흥미롭게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결국 개도 토끼도 지쳐서 힘이 다 빠진 채 그 자리에서 쓰러졌습니다. 그런데 그때, 이를 본 전부(田父), 즉 농부(農夫)는 어떠했겠습니까? 농부는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쓰러진 개와 토끼를 주워 횡재하게 된 것이지요. 이걸 전부지공(田父之功)이라 부릅니다."

 

()나라 왕의 깨달음

 

()나라 왕은 순우곤(淳于髡)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 순우곤(淳于髡)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제()나라와 위()나라가 싸우면, 우리도 위()나라도 결국 한자로(韓子盧)와 동곽준(東郭逡)처럼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서쪽의 진()나라나 남쪽의 초()나라가 그 틈을 노려 전부지공(田父之功)을 거두려 들면, 폐하께서 오히려 큰 손해를 보실지도 모릅니다."

이 말을 듣자, ()나라 왕은 마침내 깨달았다. "그렇군. 어리석게 위()나라와 싸우는 것은 오히려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겠군."

왕은 즉시 위()나라를 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대신 부국강병(富國强兵)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교훈: 어부지리(漁父之利)와 전부지공(田父之功)

 

순우곤(淳于髡)의 이야기는 그저 재미있는 우화(寓話)가 아니었다. 양측의 다툼 속에서 제삼자가 이득을 보는 상황, 즉 전부지공(田父之功)을 경계하라는 경고였다. 이는 오늘날 어부지리(漁夫之利)나 방휼지쟁(蚌鷸之爭)과 같은 뜻으로, 둘이 싸우다 결국 제삼자가 이득을 본다는 의미로 널리 쓰이고 있다.

순우곤(淳于髡)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힘들이지 않고 큰 이득을 노리는 자들을 경계해야 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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