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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현서당지 제21호 돈제일주(豚蹄一酒)

진현서당 주간지

by 진현서당 2024. 9. 29.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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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발굽과 술 한 잔이라는 뜻으로, 작은 성의로 많은 것을 구하려 한다는 뜻.

 

 : 돼지 돈
 : 발굽 제
 : 한 일
 : 술 주

 

사기(史記)골계열전(滑稽列傳)에 나오는 순우곤(淳于髡)의 이야기다()나라가 위태로울 때, ()나라가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왔을 때 시작된다. ()나라의 위왕(威王)은 상황이 급박해지자, 순우곤(淳于髡)에게 조()나라로 가서 구원병을 요청하라는 임무를 맡긴다. 그리고 그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예물로 황금 백 근과 수레 열 대를 가져가도록 한다. 왕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큰 정성을 보인 셈이지만, 문제는 이 예물이 조()나라를 움직이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순우곤(淳于髡)의 유머

 

순우곤(淳于髡)은 그저 황금을 받고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예물을 받고는 하늘을 우러러 크게 웃었다. 이 웃음은 그저 가벼운 웃음이 아니었다. 얼마나 크게 웃었는지, 그의 관의 끈이 모두 끊어져 버릴 정도였다. 이를 본 위왕(威王)은 당황하며 선생은 이것을 적다고 생각하시오?”라고 물었다.

순우곤(淳于髡)은 곧바로 왕을 조롱하는 대신 유머로 풀어낸다. 그가 말하길, 길에서 돼지 발굽 하나와 술 한 잔을 놓고 풍작을 비는 사람을 보았다고 한다. 이 사람은 그 작은 제물을 바치며 높은 밭은 채롱에 가득 차고, 낮은 밭은 수레에 가득 차며, 집 안에는 오곡이 넘쳐나기를 바랐다고 했다. 순우곤(淳于髡)은 이 모습을 보고 "손에 잡은 것은 작으면서 원하는 것은 과히 사치스러웠다"고 말하며, 자연스레 왕의 예물이 작다는 점을 지적한다. 왕이 요구하는 바는 너무 크지만, 그에 비해 주는 것은 너무 작다는 것을 교묘하게 풍자한 것이다.

 

위왕(威王)의 깨달음과 반응

 

이 이야기를 듣고 위왕(威王)은 크게 깨달음을 얻는다. 순우곤(淳于髡)의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었다. 그는 네가 이렇게 작은 예물을 가지고 큰 도움을 받길 바라는 것이 마치 그 사람의 돼지 발굽과 술 한 잔 같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위왕(威王)은 그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즉시 황금 천일(千鎰), 백벽(白璧) 10, 네 마리가 끄는 마차 백 대로 예물을 늘려주었다.

 

순우곤(淳于髡)의 성과

 

순우곤(淳于髡)은 커진 예물을 가지고 조()나라로 갔다. 그리고 그 결과, ()나라 왕은 정병 10만과 가죽 수레 천 량을 보내며 제()나라를 돕기로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초()나라는 겁에 질려 밤중에 철수해 버렸다. 결국 순우곤(淳于髡)은 재치있는 언변과 협상력으로 제()나라를 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교훈: 돈제일주(豚蹄一酒)

 

이 이야기의 핵심 교훈은 "돈제일주(豚蹄一酒)"로 요약된다. 돼지 발굽 하나와 술 한 잔을 바치고 거대한 보답을 바라지 말라는 뜻이다. 무언가를 원할 때는 그에 상응하는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말이다. 순우곤(淳于髡)은 이를 유머와 비유로 왕에게 설명하며, 단순한 요구를 넘어선 지혜를 보여준다.

이처럼 순우곤(淳于髡)의 이야기는 고대 중국의 정치적 상황에서의 교묘한 외교술과 인간관계를 보여준다. 그리고 돈제일주(豚蹄一酒)라는 한자는 우리가 일상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교훈으로, 적절한 투자가 없다면 원하는 성과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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