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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여포가 사도를 도와 흉포한 자를 제거하고, 이각은 가후의 말을 듣고 장안을 침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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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九回

除暴凶呂布助司徒 犯長安李傕聽賈詡

 

9

여포가 사도를 도와 흉포한 자를 제거하고, 이각은 가후의 말을 듣고 장안을 침범하다.

 

 

卻說那撞倒董卓的人正是李儒當下李儒扶起董卓至書院中坐定卓曰汝爲何來此儒曰儒適至府門知太師怒入後園尋問呂布因急走來正遇呂布奔走太師殺我儒慌趕入園中勸解不意誤撞恩相死罪死罪卓曰叵耐逆賊戲吾愛姬誓必殺之儒曰恩相差矣昔楚莊王絕纓之會不究戲愛姬之蔣雄後爲秦兵所困得其死力相救今貂蟬不過一女子而呂布乃太師心腹猛將也太師若就此機會以蟬賜布布感大恩必以死報太師太師請自三思卓沈吟良久曰汝言亦是我當思之儒謝而去

 

각설, 동탁과 부딪힌 사람은 바로 이유였다. 즉시 이유가 동탁을 부축해 일으키고 서원(서재)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으니, 동탁이 말하기를,

 

네가 어찌하여 여기에 왔느냐?”

 

하니, 이유가 말하기를,

 

제가 마침 승상부 문 앞에 이르러 태사께서 노하여 후원에 들어가 여포를 찾는다고 해서 급히 왔는데, 달아나는 여포와 딱 마주쳤습니다. 그가 말하기를, ‘태사께서 절 죽이려 하오!’ 하기에 제가 황망히 후원으로 들어와 화해를 권하려다가, 뜻밖에 은상(각하)과 부딪혔습니다. 죽을 죄!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했다. 동탁이 말하기를,

 

그 역적놈을 이제 못 참겠다! 내 애첩을 희롱하다니 맹세코 반드시 죽이겠다!”

 

하니, 이유가 말하기를,

 

은상(각하), 그러시면 안 됩니다. 예전에 초나라 장왕이 갓끈을 자른 모임에서 애첩을 희롱한 장수를 밝혀서 벌하지 않아 그 뒤 진나라 군사와 싸워 곤경에 처했을 때 그가 죽을 힘을 다해서 구해주었습니다. 이제 초선은 한 여자에 지나지 않지만 여포는 태사의 심복 맹장입니다. 태사께서 만약 이 기회에 초선을 여포에게 내리면 여포가 큰 은혜에 감동하여 반드시 죽을 힘을 다해 태사께 보답할 것입니다. 태사께서 거듭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하였다. 동탁이 깊게 신음하고 한참 뒤에 말하기를,

 

네 말도 또한 옳구나. 내가 생각해 보겠다.”

 

하였다. 이유가 사례하고 갔다.

 

卓入後堂喚貂蟬問曰汝何與呂布私通耶蟬泣曰妾在後園看花呂布突至妾方驚避布曰我乃太師之子何必相避提戟趕妾至鳳儀亭妾見其心不良恐爲所逼欲投荷池自盡卻被這廝抱住正在生死之間得太師來救了性命董卓曰我今將汝賜與呂布何如貂蟬大驚哭曰妾身已事貴人今忽欲下賜家奴妾寧死不辱遂掣壁間寶劍欲自刎卓慌奪劍擁抱曰吾戲汝貂蟬倒於卓懷掩面大哭曰此必李儒之計也儒與布交厚故設此計故不顧惜太師體面與賤妾性命妾當生噬其肉

 

동탁이 후당(뒷채)에 들어가 초선을 불러 묻기를,

 

네가 어찌하여 여포와 사통하느냐?”

 

하니, 초선이 울면서 말하기를,

 

소첩이 후원에서 꽃을 보는데 여포가 달려들었습니다. 소첩이 깜짝 놀라 피하니, 여포가 말하기를, ‘나는 태사의 아들인데, 어찌하여 피하느냐?’ 하더니, 극을 쥔 채 봉의정까지 저를 쫓아왔습니다. 소첩이 그 나쁜 마음을 알고 핍박당할까 두려워 연못에 투신하여 자살하려 했으나 그놈에게 붙잡혔습니다. 생사가 갈라지는 순간에 마침 태사께서 오셔서 생명을 구해주셨습니다.”

 

하였다. 동탁이 말하기를,

 

내가 지금 너를 여포에게 주려 하는데, 어떠냐?”

 

하니, 초선이 크게 놀라 흐느끼며 말하기를,

 

소첩의 몸이 이미 귀인을 모셨는데 이제 갑자기 종놈에게 주신다니 첩이 죽을지언정 받들 수 없습니다!”

 

하고, 벽에 걸린 보검을 뽑아 자살하려 하였다. 동탁이 황급히 칼을 빼앗고 끌어안으며 말하기를,

 

내가 너를 놀려봤다!”

 

하였다. 초선이 동탁의 가슴에 쓰러지며 얼굴을 가리고 크게 흐느끼며 말하기를,

 

이것은 반드시 이유의 계략입니다! 이유와 여포는 교분이 두텁기 때문에 이런 계략을 쓰는 것입니다. 그러니 태사의 체면이나 소첩의 목숨은 안중에 없습니다. 저는 그놈의 고기를 산채로 씹고 싶습니다!”

 

하였다.

 

卓曰吾安忍舍汝耶蟬曰雖蒙太師憐愛但恐此處不宜久居必被呂布所害卓曰吾明日和你歸郿塢去同受快樂慎勿憂疑蟬方收淚拜謝次日李儒入見曰今日良辰可將貂蟬送與呂布卓曰布與我有父子之分不便賜與我只不究其罪汝傳我意以好言慰之可也儒曰太師不可爲婦人所惑卓變色曰汝之妻肯與呂布否貂蟬之事再勿多言言則必斬李儒出仰天歎曰吾等皆死於婦人之手矣後人讀書至此

 

동탁이 말하기를,

 

내 어찌 차마 너를 버리겠느냐?”

 

하니, 초선이 말하기를,

 

제가 비록 태사의 사랑을 입었으나 여기에 오래 살 수 없을까 두렵습니다. 반드시 여포에게 해를 입을 것입니다.”

 

하였다. 동탁이 말하기를,

 

내가 내일 너와 함께 미오로 돌아가서 같이 즐거움을 누리자. 걱정하지 말아라.”

 

하니, 초선이 그때서야 눈물을 거두고 절하여 사례했다. 이튿날, 이유가 들어와 뵙고 말하기를,

 

오늘이 좋은 날이니 초선을 여포에게 보내십시오.”

 

하니, 동탁이 말하기를,

 

여포는 나와 부자지간이니 쉽게 줄 수가 없다. 나는 다만 그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니 너는 내 뜻을 전하고 좋은 말로 위로해주면 될 것이다.”

 

하였다. 이유가 말하기를,

 

태사께서 여자에게 미혹돼선 안 됩니다.”

 

하니, 동탁이 얼굴빛을 붉히며 말하기를,

 

네 아내를 여포에게 줄 수 있느냐? 초선의 일은 다시 여러 말 하지 마라. 말하면 반드시 목을 베겠다!”

 

고 했다. 이유가 나가면서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여 말하기를,

 

우리는 모두 여자의 손에 죽겠구나!”

 

하였다.

 

有詩歎之曰

 

“司徒妙算托紅裙。

不用幹戈不用兵。

三戰虎牢徒費力,

凱歌卻奏鳳儀亭。”

 

훗날 누군가 여기까지 책을 읽고 시를 지어 탄식하기를,

 

“사도의 묘책을 미인에게 부탁하니,

무기도 병사도 쓰지 않았네.

쓸데없이 호뢰관에서 세 번 싸웠구나.

승전가를 봉의정에서 아뢰네.”

 

라고 했다.

 

董卓即日下令還郿塢百官俱拜送貂蟬在車上遙見呂布於稠人之內眼望車中貂蟬虛掩其面如痛哭之狀車已去遠布緩轡於土岡之上眼望車塵歎惜痛恨忽聞背後一人問曰溫侯何不從太師去乃在此遙望而發歎布視之乃司徒王允也相見畢允曰老夫日來因染微恙閉門不出故久未得與將軍一見今日太師駕歸郿塢只得扶病出送卻喜得晤將軍請問將軍爲何在此長歎布曰正爲公女耳允佯驚曰許多時尚未與將軍耶布曰老賊自寵幸久矣

 

동탁이 그날로 미오로 돌아간다고 하니 백관들이 모두 배웅을 나왔다. 초선이 수레 위에서 멀리 살펴보니 여포가 군중 사이에서 수레 안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초선이 거짓으로 얼굴을 가리고 통곡하는 척하였다. 수레가 이미 멀어졌는데 여포는 언덕 위에서 말 고삐를 늦추고 수레가 일으키는 먼지를 바라보다가 통한하며 탄식하였다. 문득 들으니 뒤에서 누군가 묻기를,

 

온후께서 어찌 태사를 따라가지 않고 여기서 멀리 바라보며 탄식하시오?”

 

한다. 여포가 보니 이는 사도 왕윤이다. 서로 인사를 마치자 왕윤이 말하기를,

 

늙은이가 요즈음 가벼운 병에 감염되어 문을 닫고 나가지 않아서 장군을 못 본 지 오래 되었소. 오늘 태사의 수레가 미오로 돌아간다고 해서 아파도 나와서 배웅하다가 장군을 만나 기쁘오. 장군은 어찌하여 여기서 장탄식을 하시오?”

 

하니, 여포가 말하기를,

 

바로 사도의 따님 때문입니다.”

 

하였다. 왕윤이 놀라는 척하며 말하기를,

 

제법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장군께 보내지 않았소?”

 

하니, 여포가 말하기를,

 

늙은 도적놈이 스스로 총애한 지 오래 됩니다.”

 

하였다.

 

允佯大驚曰不信有此事布將前事一一告允允仰面跌足半晌不語良久乃言曰不意太師作此禽獸之行因挽布手曰且到寒舍商議布隨允歸允延入密室置酒款待布又將鳳儀亭相遇之事細述一遍允曰太師淫吾之女奪將軍之妻誠爲天下恥笑非笑太師笑允與將軍耳然允老邁無能之輩不足爲道可惜將軍蓋世英雄亦受此汙辱也布怒氣沖天拍案大叫允急曰老夫失語將軍息怒

 

왕윤이 크게 놀라는 척하며 말하기를,

 

믿을 수 없는 일이오!”

 

하니, 여포가 전에 일어난 일을 낱낱이 왕윤에게 고했다. 왕윤이 하늘을 쳐다보며 발을 구르고 한동안 말을 못했다. 한참 지나 마침내 말하기를,

 

태사가 이런 짐승같은 짓을 할 줄 몰랐소.”

 

하며, 여포의 손을 잡아끌며 말하기를,

 

제 집으로 가서 상의합시다.”

 

하였다. 여포가 왕윤을 따라 가니, 왕윤이 밀실로 데리고 들어가서 술을 권하며 환대했다. 여포가 봉의정에서 만났던 일을 상세히 주욱 말하니, 왕윤이 말하기를,

 

태사가 내 딸을 더럽히고, 장군의 처가 될 사람을 빼앗았으니 참으로 천하에 부끄러운 웃음거리가 되었소. (사람들은) 태사를 비웃는 것이 아니라 나와 장군을 비웃을 뿐이오! 나를 늙고 무능한 것으로 여기는 거야 말할 필요가 없겠으나, 장군은 세상에서 으뜸가는 영웅인데도 이런 오욕을 받다니 애석하오!”

 

하였다. 여포가 노기 충천하여 책상을 치면서 크게 부르짖으니, 왕윤이 급히 말하기를,

 

늙은이가 실언을 했소. 장군은 화를 가라앉히시오.”

 

하였다.

 

布曰誓當殺此老賊以雪吾恥允急掩其口曰將軍勿言恐累及老夫布曰大丈夫生居天地間豈能鬱鬱久居人下允曰以將軍之才誠非董太師所可限制布曰吾欲殺此老賊奈是父子之情恐惹後人議論允微笑曰將軍自姓呂太師自姓董擲戟之時豈有父子情耶布奮然曰非司徒言布幾自誤允見其意已決便說之曰將軍若扶漢室乃忠臣也青史傳名流芳百世將軍若助董卓乃反臣也載之史筆遺臭萬年

 

여포가 말하기를.

 

이 늙은 도적놈을 죽여서 제 치욕을 씻기로 맹세합니다!”

 

하니, 왕윤이 급히 그 입을 막으며 말하기를,

 

장군은 말하지 마시오. 이 늙은이에게 누가 미칠지 두렵소.”

 

하였다. 여포가 말하기를,

 

대장부가 천지 간에 태어나 어찌 남의 밑에서 오래 억눌린 채 살겠습니까!”

 

하니, 왕윤이 말하기를,

 

장군의 재능이라면 진실로 동 태사도 막을 수 있을 것이오.”

 

하였다. 여포가 말하기를,

 

내가 늙은 도적놈을 죽이고 싶지만 어쩌다 부자의 정을 맺었으니 훗날 사람들이 뭐라 할까 두렵습니다.”

 

하니, 왕윤이 미소띠며 말하기를,

 

장군의 성은 여 씨요, 태사는 동 씨인데, (동탁이) ()을 던질 때 어찌 부자의 정이 있었겠소?”

 

하였다. 여포가 분연히 말하기를,

 

사도 말씀이 아니었다면 제가 거의 잘못을 저지를 뻔했습니다!”

 

하였다. 왕윤이 그의 뜻이 이미 결정된 것을 보고 언뜻 달래어 말하기를,

 

장군이 만약 한실을 바로잡으면 이에 충신이 되고 청사에 이름을 전하여 아름다운 명성이 백세에 퍼질 것입니다. 장군이 만약 동탁을 돕는다면 이에 반역의 신하가 되어 역사에 남아 더러운 이름이 만년을 갈 것이오.”

 

하였다.

 

布避席下拜曰布意已決司徒勿疑允曰但恐事或不成反招大禍布拔帶刀刺臂出血爲誓允跪謝曰漢祀不斬皆出將軍之賜也切勿泄漏臨期有計自當相報布慨諾而去允即請仆射士孫瑞司隸校尉黃琬商議瑞曰方今主上有疾新愈可遣一能言之人往郿塢請卓議事一面以天子密詔付呂布使伏甲兵於朝門之內引卓入誅之此上策也琬曰何人敢去瑞曰呂布同郡騎都尉李肅以董卓不遷其官甚是懷怨若令此人去卓必不疑

 

여포가 자리에서 일어나 절하며 말하기를,

 

제 뜻이 이미 결정되었으니 사도께서 의심하지 마십시오.”

 

하니, 왕윤이 말하기를,

 

다만 일이 이루어지지 않아 도리어 큰 화를 부를까 걱정이오.”

 

하였다. 여포가 차고 있던 칼을 뽑아 팔을 찔러 피를 내어 맹세하였다. 왕윤이 무릎 꿇고 사례하며 말하기를,

 

한나라 사직이 끊어지지 않는다면 모두 장군이 준 것이오. 절대 새어 나가선 안 되오! 계책이 임박하면 알려주겠소.”

 

하였다. 여포가 씩씩하게 응락하고 물러갔다. 왕윤이 복야 사손서와 사예교위 황완을 불러 상의하였다. 사손서가 말하기를,

 

방금 주상께서 병이 나았으니 말 잘하는 사람 하나를 미오에 보내어 동탁에게 의논할 게 있다고 하십시오. 한편으로 천자의 밀조를 여포에게 주고 조정의 문 안에 무장병을 매복시켜 두고 동탁을 유인하여 죽이는 게 상책입니다.”

 

하니, 황완이 말하기를,

 

누가 감히 가겠소?”

 

하였다. 사손서가 말하기를,

 

여포와 동향인 기도위 이숙이 동탁이 벼슬을 높여주지 않자 깊이 원망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사람을 보내면 동탁도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하였다.

 

允曰請呂布共議布曰昔日勸吾殺丁建陽亦此人也今若不去吾先斬之使人密請肅至布曰昔日公說布使殺丁建陽而投董卓今卓上欺天子下虐生靈罪惡貫盈人神共憤公可傳天子詔往郿塢宣卓入朝伏兵誅之力扶漢室共作忠臣尊意若何肅曰我亦欲除此賊久矣恨無同心者耳今將軍若此是天賜也肅豈敢有二心遂折箭爲誓允曰公若能幹此事何患不得顯官

 

왕윤이 말하기를,

 

좋소.”

 

하고, 여포를 불러 함께 상의하니 여포가 말하기를,

 

예전에 저에게 정건양을 죽이도록 권한 것도 이 사람입니다. 이번에 만약 가지 않겠다고 하면 제가 먼저 베어 버리겠습니다.”

 

하였다. 몰래 사람을 보내 이숙을 오게 하여 여포가 말하기를,

 

예전에 공께서 제게 정건양을 죽이고 동탁에게 넘어오라고 설득하였소. 이제 동탁은 위로 천자를 업신여기고 아래로 생령(백성)을 학대하여 죄악이 가득하니 사람과 귀신이 함께 분노하오. 공께서 천자의 조서를 들고 미오로 가서 동탁을 입조시키고 복병으로써 죽여 한실을 힘껏 섬긴다면 모두 충신이 될 것이오. 공의 뜻은 어떠시오?”

 

하니. 이숙이 말하기를,

 

나도 역적놈을 제거하고 싶은 지 오래 되었으나 마음을 같이 할 사람이 없는 게 한이었소. 이제 장군께서 이러시니 하늘이 내려준 기회인데 나가 어찌 감히 다른 마음이 있겠소!”

 

하고 마침내 화살을 꺾어 맹세하였다. 왕윤이 말하기를,

 

공께서 만약 이번 일을 성사시키면 어찌 높은 벼슬을 못 얻을까 걱정하겠소?”

 

하였다.

 

次日李肅引十數騎前到郿塢人報天子有詔卓教喚入李肅入拜卓曰天子有何詔肅曰天子病體新痊欲會文武於未央殿議將禪位於太師故有此詔卓曰王允之意若何肅曰王司徒已命人築受禪台只等主公到來卓大喜曰吾夜夢一龍罩身今日果得此喜信時哉不可失便命心腹將李傕郭汜張濟樊稠四人領飛熊軍三千守郿塢自己即日排駕回京顧謂李肅曰吾爲帝汝當爲執金吾肅拜謝稱臣

 

이튿날 이숙이 10여 기병을 이끌고 미오에 당도하여, 천자의 조서가 왔다고 알리자 동탁이 불러들였다. 이숙이 들어가 절하니 동탁이 말하기를,

 

천자께서 무슨 조서를 내리셨나?”

 

하니, 이숙이 말하기를,

 

천자께서 병이 이제 나으셔서 미앙전에 문무백관을 모아서 태사께 선위를 의논하고자 하신다고 그래서 조서를 보냈습니다.”

 

하니, 동탁이 말하기를,

 

왕윤의 뜻은 어떤가?”

 

하였다. 이숙이 말하기를,

 

왕 사도도 이미 사람을 시켜 선위를 받는 대를 쌓게 하고 오직 주공께서 당도하시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였다. 동탁이 크게 기뻐하며 말하기를,

 

내 어젯밤 꿈에 용 한 마리가 몸을 감싸던데, 오늘 과연 이런 기쁜 소식을 듣는구나. 때를 놓칠 수 없지!”

 

하고, 심복 장수 이각, 곽사, 장제, 번조 등 넷에게 비웅군 3천으로 미오를 지키게 하고, 자신은 그날로 수레를 준비해 서울로 가려고 했다. (동탁이) 고개를 돌려 이숙에게 말하기를,

 

내가 황제가 되면 너는 마땅히 집금오가 될 것이다.”

 

하니, 이숙이 절하여 사례하며 신하라 칭했다.

 

卓入辭其母母時年九十餘矣問曰吾兒何往卓曰兒將往受漢禪母親早晚爲太後也母曰吾近日肉顫心驚恐非吉兆卓曰將爲國母豈不預有驚報遂辭母而行臨行謂貂蟬曰吾爲天子當立汝爲貴妃貂蟬已明知就裏假作歡喜拜謝卓出塢上車前遮後擁望長安來行不到三十裏所乘之車忽折一輪卓下車乘馬又行不到十裏那馬咆哮嘶喊掣斷轡頭卓問肅曰車折輪馬斷轡其兆若何肅曰乃太師應紹漢禪棄舊換新將乘玉輦金鞍之兆也卓喜而信其言

 

동탁이 (내당으로) 들어가 그 어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니, 어머니의 나이가 구십이 넘었다. 어머니가 묻기를,

 

우리 애가 어디로 가느냐?”

 

하니, 동탁이 말하기를,

 

제가 장차 가서 한나라의 선위를 받으면 어머니는 조만간 태후가 될 것입니다!”

 

하였다. 어머니가 말하기를,

 

내가 요즈음 살이 떨리고 가슴이 뛰는 게 아무래도 길조가 아닌 것 같아 두렵구나.”

 

하니, 동탁이 말하기를,

 

장차 국모가 되실테니 어찌 미리 떨리는 게 없겠습니까!”

 

하고 드디어 어머니에게 작별하고 나왔다. (미오를) 떠날 때 초선에게 일러 말하기를,

 

내가 천자가 되면 당연히 너를 귀비로 세울 것이다.”

 

하였다. 초선이 이미 상황을 환히 알므로 거짓으로 매우 기뻐하며 절하여 사례하였다. 동탁이 미오를 나와 수레에 타고 앞뒤로 호위하여 장안을 바라보고 갔다. 삼십 리를 못 가 타고 있는 수레의 바퀴 하나가 갑자기 부러지니 동탁이 수레에서 내려 말을 탔다. 다시 10리를 못 가 말이 울부짖으며 고삐와 재갈을 잡아당겨 끊었다. 동탁이 이숙에게 묻기를,

 

수레 바퀴가 부러지고 말이 고삐를 끊으니 무슨 징조냐?”

 

하니, 이숙이 말하기를,

 

바로 태사께서 한나라의 선위를 받아 낡은 걸 버리고 새 것으로 바꾸는 것이라 장차 옥 가마와 황금 안장을 탈 징조입니다.”

 

하였다. 동탁이 기뻐하며 그 말을 믿었다.

 

次日正行間忽然狂風驟起昏霧蔽天卓問肅曰此何祥也肅曰主公登龍位必有紅光紫霧以壯天威耳卓又喜而不疑既至城外百官俱出迎接只有李儒抱病在家不能出迎卓進至相府呂布入賀卓曰吾登九五汝當總督天下兵馬布拜謝就帳前歇宿是夜有十數小兒於郊外作歌風吹歌聲入帳歌曰千裏草何青青十日蔔不得生歌聲悲切卓問李肅曰童謠主何吉凶肅曰亦只是言劉氏滅董氏興之意

 

이튿날 가는 도중에 갑자기 광풍이 몰아치고 안개가 짙어 하늘을 가렸다. 동탁이 이숙에게 묻기를,

 

이것은 무슨 징조냐?”

 

하니, 이숙이 말하기를,

 

주공께서 용상에 오르시니 붉은빛과 보랏빛 안개로 하늘 같은 위엄을 보이는 것입니다.”

 

하였다. 동탁이 다시 기뻐하며 의심하지 않았다. 성 밖에 닿자 백관이 모두 나와 영접하는데, 다만 이유가 병이 나 집에서 나와 마중하지 못했다. 동탁이 승상부에 이르자 여포가 들어와 하례하였다. 동탁이 말하기를,

 

내가 구오(주역의 대괘에서 다섯째 양효, 왕의 자리를 뜻함)에 오르면 너는 마땅히 천하의 병마를 총독할 것이다.”

 

하니, 여포가 절하여 사례하고 장막 앞에서 나아가 쉬고 묵었다. 이날 밤 십여 명 어린이가 교외에서 노래 지어 부르는데 바람을 타고 장막까지 들려왔다. 노래에 이르기를,

 

천리의 풀[]은 어찌나 푸르고 푸른지! 열흘 점쟁이[]가 살지 못하겠네!”

 

하고, 노랫소리가 매우 애절하였다. 동탁이 이숙에게 묻기를,

 

이 동요의 주인은 길흉이 어떠냐?”

 

하니,

 

이 역시 다만 유 씨가 멸망하고 동 씨가 흥한다는 뜻입니다.”

 

하였다.

 

次日侵晨董卓擺列儀從入朝忽見一道人青袍白巾手執長竿上縛布一丈兩頭各書一卓問肅曰此道人何意肅曰乃心恙之人也呼將士驅去卓進朝群臣各具朝服迎謁於道李肅手執寶劍扶車而行到北掖門軍兵盡擋在門外獨有禦車二十餘人同入

 

이튿날 이른 새벽에 동탁이 의장대와 함께 입조하는데, 문득 한 도인이 푸른 도포에 흰 두건을 쓰고 손에 긴 대나무 장대를 잡았는데 그 꼭대기에 한 길이나 되는 베를 묶고 위아래 끝에 각각 입 구자[]를 썼다. 동탁이 이숙에게 묻기를,

 

저 도인은 무슨 뜻으로 저러느냐?”

 

하니, 이숙이 말하기를,

 

마음에 병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고, 장교와 병사를 불러 쫓아버렸다. 동탁이 조정에 들어가는데 뭇 신하가 조복을 차려 입고 길에 마중 나와 뵈었다. 이숙이 손에 보검을 쥐고 수레를 인도하여 갔다. 북액문에 당도하자 군사들이 모두 문 밖에서 막고 오직 수레를 호위하는 이십여 명만 함께 들어갔다.

 

董卓遙見王允等各執寶劍立於殿門驚問肅曰持劍是何意肅不應推車直入王允大呼曰反賊至此武士何在兩旁轉出百餘人持戟挺槊刺之卓衷甲不入傷臂墜車大呼曰吾兒奉先何在呂布從車後厲聲出曰有詔討賊一戟直刺咽喉李肅早割頭在手呂布左手持戟右手懷中取詔大呼曰奉詔討賊臣董卓其餘不問將吏皆呼萬歲

 

동탁이 멀리 바라보니 왕윤 등이 각각 보검을 쥐고 궁궐 문 앞에 서 있다. (동탁이) 놀라서 이숙에게 묻기를,

 

칼을 쥔 건 무슨 까닭이냐?”

 

하니, 이숙이 응답하지 않고 수레를 밀고 곧바로 들어가자 왕윤이 크게 외쳐 말하기를,

 

반적이 여기에 왔다. 무사들은 어디에 있느냐?”

 

하였다. 양쪽에서 백여 인이 돌아 나오는데 날이 달린 창과 긴 창으로 찔렀다. 동탁이 갑옷을 입어 뚫리지 않고 팔을 다쳐 수레에서 떨어지며 크게 소리치기를,

 

내 아들 봉선은 어디에 있느냐?”

 

하니, 여포가 수레 뒤에서 나오며 성난 목소리 외치기를,

 

황제의 조서로 역적을 토벌하노라!”

 

하였다. 방천화극으로 한 번 바로 목구멍을 찌르자 이숙이 재빨리 머리를 베어 손에 들었다. 여포가 왼손으로 극을 쥐고 오른손으로 품속에서 조서를 꺼내 크게 외치기를,

 

조서를 받들어 역적 동탁을 토벌하니 그 나머지는 죄를 묻지 않겠다!”

 

하였다. 장수와 관리들이 모두 만세를 불렀다.

 

後人有詩歎董卓曰

 

“霸業成時爲帝王,

不成且作富家郎。

誰知天意無私曲,

郿塢方成已滅亡。”

 

뒷날 어떤 사람이 시를 지어 동탁을 한탄하기를,

 

“패업이 이루어지면 제왕이 되고,

이루어지지 않아도 부자는 될 수 있네.

하늘의 뜻은 불공정함이 없음을 누가 알겠는가,

미오성을 쌓자마자 멸망하였구나.”

 

하였다.

 

卻說當下呂布大呼曰助卓爲虐者皆李儒也誰可擒之李肅應聲願往忽聽朝門外發喊人報李儒家奴已將李儒綁縛來獻王允命縛赴市曹斬之又將董卓屍首號令通衢卓屍肥胖看屍軍士以火置其臍中爲燈膏流滿地百姓過者莫不手擲其頭足踐其屍王允又命呂布同皇甫嵩李肅領兵五萬至郿塢抄籍董卓家產人口

 

각설, 그 자리에서 여포가 크게 외치기를,

 

동탁을 도와 포악하게 한 자는 모두 이유가 한 것이오! 누가 잡아오겠소?”

 

하니, 이숙이 듣자마자 잡으러 가겠다고 했다. 갑자기 조정의 문밖에서 함성이 들리고, 어떤 사람이 이유의 노비들이 이미 이유를 포박하여 바쳤다고 보고했다. 왕윤이 명을 내려 (이유를) 포박한 채 저잣거리로 끌고 가서 목을 베게 했다. 또 동탁의 머리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 매달아 보이게 하였다. 동탁의 시체가 비만하여 지키던 군사가 배꼽 가운데에 심지를 꽂아 불을 붙이니 기름이 흘러 땅에 가득했다. 지나가는 백성들이 (동탁의) 머리를 집어던지고 시신을 발로 걷어차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왕윤이 또 여포에게 황보숭, 이숙과 함께 병력 5만을 거느리고 미오성으로 가서 동탁의 가산을 몰수하고 사람들을 잡아들였다.

 

卻說李傕郭汜張濟樊稠聞董卓已死呂布將至便引了飛熊軍連夜奔涼州去了呂布至郿塢先取了貂蟬皇甫嵩命將塢中所藏良家子女盡行釋放但系董卓親屬不分老幼悉皆誅戮卓母亦被殺卓弟董旻侄董璜皆斬首號令收籍塢中所蓄黃金數十萬白金數百萬綺羅珠寶器皿糧食不計其數回報王允允乃大犒軍士設宴於都堂召集衆官酌酒稱慶

 

한편, 이각 곽사 장제 번조는 동탁이 이미 죽고 여포가 장차 들이닥친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비웅군을 이끌고 그날 밤 양주로 달아났다. 여포가 미오성에 이르러 먼저 초선을 취했다. 황보숭이 명령하여 미오성 안에 잡혀 있던 양갓집 여자를 모두 석방하였다. 다만 동탁의 친척은 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 죽였다. 동탁의 어머니도 또한 피살되었다. 동탁의 아우 동민과 조카 동황도 목이 잘려 사람들에게 보이게 했다. 미오성 안에 축적한 재산을 몰수하니 황금 수십만, 백금 수백만, 비단, 진주와 보석, 그릇, 양식이 그 수량을 셀 수 없었다. 돌아와서 왕윤에게 알리니 왕윤이 군사들에게 음식을 먹여 위로하고, 도당에서 잔치를 베풀어 여러 관리들을 소집하여 술을 마시며 경사를 축하했다.

 

正飲宴間忽人報曰董卓暴屍於市忽有一人伏其屍而大哭允怒曰董卓伏誅士民莫不稱賀此何人獨敢哭耶遂喚武士與吾擒來須臾擒至衆官見之無不驚駭原來那人不是別人乃侍中蔡邕也允叱曰董卓逆賊今日伏誅國之大幸汝爲漢臣乃不爲國慶反爲賊哭何也邕伏罪曰邕雖不才亦知大義豈肯背國而向卓只因一時知遇之感不覺爲之一哭自知罪大願公見原倘得黥首刖足使續成漢史以贖其辜邕之幸也衆官惜邕之才皆力救之

 

술잔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알리기를,

 

동탁의 시체를 거리에 버려두었는데 홀연 어떤 사람이 시체에 엎드려 크게 곡을 하고 있습니다.”

 

하였다. 왕윤이 노하여 말하기를,

 

동탁이 형벌을 받아 죽으니 백성들이 축하하지 않는 사람이 없는데 어떤 사람이 홀로 감히 곡을 하느냐?”

 

하고 이어 무사를 불러,

 

내게로 잡아오너라!”

 

라 하니, 잠시 뒤 잡아 왔다. 여러 관리가 보고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딴 사람이 아닌 시중 채옹이다. 왕윤이 꾸짖어 말하기를,

 

동탁은 역적이고 오늘 복주되었으니 나라의 큰 다행인데, 너는 한나라 신하가 되어 나라를 위해 축하하지 않고 도리어 역적을 위해 곡을 하니 어찌된 것이냐?”

 

하였다. 채옹이 죄를 인정하고 말하기를,

 

제가 비록 못 난 놈이지만 또한 대의를 압니다. 어찌 나라를 배반하고 동탁을 따르겠습니까? 단지 한때 알아주어 대접을 받았던 데 대한 느낌으로 저도 모르는 사이 한번 곡을 한 것이지만 스스로 죄가 큰 줄 압니다. 공께서 용서해 주십시오. 만약 얼굴에 경(죄명을 문신)을 치고 발(의 심줄)을 자른다고 해도 한나라 역사서를 마저 이루게 하여 제 잘못을 속죄하게 해준다면 다행이겠습니다.”

 

하였다. 여러 관리들이 채옹의 재주를 아깝게 여겨 모두 힘써 구하였다.

 

太傅馬日磾亦密謂允曰伯喈曠世逸才若使續成漢史誠爲盛事且其孝行素著若遽殺之恐失人望允曰昔孝武不殺司馬遷後使作史遂致謗書流於後世方今國運衰微朝政錯亂不可令佞臣執筆於幼主左右使吾等蒙其訕議也日磾無言而退私謂衆官曰王允其無後乎善人國之紀也制作國之典也滅紀廢典豈能久乎當下王允不聽馬日磾之言命將蔡邕下獄中縊死一時士大夫聞者盡爲流涕後人論蔡邕之哭董卓固自不是允之殺之亦爲已甚

 

태부 마일제가 또한 가만히 왕윤에게 말하기를,

 

백개(채옹의 자)는 세상에서 드물게 보는 빼어난 인재이니 한나라 역사서를 마저 완성하게 한다면 진실로 좋은 일이요. 또한 그는 효행이 평소 뛰어났으니 만약 급히 죽이면 인망을 잃을까 두렵소.”

 

하니, 왕윤이 말하기를,

 

예전에 효무제께서 사마천을 죽여서 뒤에 역사서를 쓰지 못하게 했더라면 마침내 후세에 엉터리 역사책이 돌아다니게 됐을 것이오. 이제 국운이 쇠미하고 조정이 어지러운데 어린 임금의 좌우에서 간신이 (역사를) 집필하게 하여 우리가 그 헐뜯는 논의를 입을 수는 없소.”

 

하였다. 마일제는 말없이 물러나 여러 관리와 사사로이 말하기를,

 

왕윤은 후손을 남기지 못하리다! 착한 사람은 국가의 기강이요, 역사서의 제작은 국가의 전범이오. 기강을 멸하고 전범을 폐지하는데 어찌 오래 갈 수 있겠소?”

 

하였다. 그 자리에서 왕윤이 마일제의 말을 듣지 않고 채옹을 하옥하여 목을 졸라 죽이라고 명했다. 당시 사대부가 듣고 모두 눈물을 흘렸다. 훗날 사람들이 의논하기를, 채옹이 동탁을 곡한 것은 진실로 옳지 않지만, 왕윤이 그를 죽인 것은 또한 너무 심하다고 하였다.

 

有詩歎曰

 

“董卓專權肆不仁,

侍中何自竟亡身?

當時諸葛隆中臥,

安肯輕身事亂臣。”

 

어떤 사람이 시를 지어 탄식하기를,

 

“동탁이 권세를 쥐고 멋대로 못된 짓을 저지렀는데,

시중 채옹은 어찌 끝내 스스로 몸을 망쳤는가?

당시 제갈량은 융중에 누워 있었으니,

어찌 경거망동하여 난신을 섬기겠는가.”

 

하였다.

 

且說李傕郭汜張濟樊稠逃居陝西使人至長安上表求赦王允曰卓之跋扈皆此四人助之今雖大赦天下獨不赦此四人使者回報李傕傕曰求赦不得各自逃生可也謀士賈詡曰諸君若棄軍單行則一亭長能縛君矣不若誘集陝人並本部軍馬殺入長安與董卓報仇事濟奉朝廷以正天下若其不勝走亦未遲傕等然其說遂流言於西涼州曰王允將欲洗蕩此方之人矣衆皆驚惶乃複揚言曰徒死無益能從我反乎衆皆願從

 

한편, 이각 곽사 장제 번조는 섬서로 도망가 살면서 사람을 장안에 보내 글을 올려 사면을 구했다. 왕윤이 말하기를,

 

동탁이 발호한 것은 다 이 네 사람이 도왔기 때문이다. 이제 비록 천하에 크게 사면령을 내리지만 오직 이 네 사람은 사면할 수 없다.”

 

고 했다. 사자가 돌아가 이각에게 알리니 이각이 말하기를,

 

사면을 구하는 것도 실패했으니 각자도생을 해야겠소.”

 

하였다. 모사 가후가 말하기를,

 

여러분이 만약 군대를 버리고 홀로 움직이면 일개 정장도 능히 포박할 수 있소. 그러니 섬서 사람을 꾀어 모으고 휘하 군마와 합쳐 장안으로 쳐들어가서 동탁의 원수를 갚는 것만 못하오. 일이 성공하면 조정을 받들어 천하를 바로잡고, 만약 이기지 못하더라도 그때 달아나도 늦지 않소.”

 

하였다. 이각 등이 그 말을 옳다고 여겨 마침내 서량주에 유언비어를 퍼뜨려 이르기를,

 

왕윤이 장차 이 지방 사람을 모조리 죽이려고 한다!”

 

고 하니, 군중들이 모두 놀라고 당황하였다. 이에 다시 말을 퍼뜨려서,

 

헛되이 죽어서는 무익하니 나를 따라 반란하는 게 어떤가?”

 

하니, 군중이 모두 따르기를 원했다.

 

於是聚衆十餘萬分作四路殺奔長安來路逢董卓女婿中郎將牛輔引軍五千人欲去與丈人報仇李傕便與合兵使爲前驅四人陸續進發王允聽知西涼兵來與呂布商議布曰司徒放心量此鼠輩何足數也遂引李肅將兵出敵肅當先迎戰正與牛輔相遇大殺一陣牛輔抵敵不過敗陣而去不想是夜二更牛輔乘肅不備竟來劫寨肅軍亂竄敗走三十餘裏折軍大半來見呂布布大怒曰汝何挫吾銳氣遂斬李肅懸頭軍門

 

이에 십여 만의 무리를 모아 네 갈래로 나누어 장안성으로 달려들었다. 길에서 동탁의 사위 중랑장 우보가 오천 명을 이끌고 장인의 원수를 갚으려 하니, 이각이 병사를 합치고 그를 선봉으로 삼았다. 네 사람이 계속하여 진격하였다. 왕윤이 서량병이 온다는 말을 듣고 여포와 상의하니, 여포가 말하기를,

 

사도께서는 마음 놓으십시오. 이 쥐새끼 같은 놈들 많아봤자 대수겠습니까?”

 

하고 곧 이숙과 장병을 이끌고 나가 대적하였다. 이숙이 선봉으로 적을 맞으니 바로 우보와 만나게 되어 크게 일진을 무찔렀다. 우보가 맞서지 못하고 진이 패퇴하여 달아난다. 뜻밖에 이날 밤 이경(10)에 우보가 이숙의 무방비를 틈타 마침내 영채를 들이쳤다. 이숙의 군사가 어지러이 도망쳐서 30여 리를 패주하니 군사 태반이 꺾여, 여포에게 가서 보이니, 여포가 크게 노하여 말하기를,

 

네가 어찌 나의 예기를 꺾느냐!”

 

하고, 마침내 이숙을 참하여 머리를 군문에 걸었다.

 

次日呂布進兵與牛輔對敵量牛輔如何敵得呂布仍複大敗而走是夜牛輔喚心腹人胡赤兒商議曰呂布驍勇萬不能敵不如瞞了李傕等四人暗藏金珠與親隨三五人棄軍而去胡赤兒應允是夜收拾金珠棄營而走隨行者三四人將渡一河赤兒欲謀取金珠竟殺死牛輔將頭來獻呂布布問起情由從人出首胡赤兒謀殺牛輔奪其金寶布怒即將赤兒誅殺領軍前進正迎著李傕軍馬

 

이튿날 여포가 진군하여 우보와 대적하였다. 우보가 어찌 여포에게 대적하겠는가. 그러니 거듭 대패하여 달아났다. 이날 밤 우보가 심복 호적아를 불러 상의하여 말하기를,

 

여포가 뛰어나게 용맹하니 만인이라도 대적할 수 없다. 이각 등 네 사람을 속여 몰래 금과 진주를 숨겨 심복 서너 명만 데리고 군사를 버리고 달아나는 게 좋겠다.”

 

하니, 호적아가 응낙했다. 이날 밤 금과 진주를 챙겨서 군영을 버리고 달아나니 따르는 자가 서넛이었다. 장차 강을 건너려는데 호적아가 금과 진주를 취하고자 결국 우보를 죽이고, 그 머리를 들고 여포에게 가서 바쳤다. 여포가 그 사정을 묻자 그 종이 자수하기를,

 

호적아가 우보를 꾀어내 죽이고 금은보화를 빼앗았습니다.”

 

하였다. 여포가 성을 내어 즉시 호적아를 주살하고 군사를 거느리고 진군하여 이각의 군마와 바로 마주쳤다.

 

呂布不等他列陣便挺戟躍馬麾軍直沖過來傕軍不能抵當退走五十餘裏依山下寨請郭汜張濟樊稠共議呂布雖勇然而無謀不足爲慮我引軍守住穀口每日誘他廝殺郭將軍可領軍抄擊其後效彭越撓楚之法鳴金進兵擂鼓收兵樊二公卻分兵兩路徑取長安彼首尾不能救應必然大敗衆用其計

 

여포가 그(이각)들이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방천화극을 겨누고 말 달려 군사를 지휘하여 곧바로 달려든다. 이각의 군사가 감당하지 못하고 오십여 리를 달아나 산 아래에 진을 치고 곽사, 장제, 번조를 불러 함께 의논하며 말하기를,

 

여포가 비록 용맹하나 무모하니 걱정할 게 못 되오. 내가 군사를 이끌고 계곡 입구를 지키면서 날마다 그가 치고 나오도록 유인하겠소. 곽 장군이 군사를 거느리고 그 뒤를 치는데 팽월이 초나라 군사를 뒤흔든 방법을 본받아 징을 치면 진군하고 북을 치면 병력을 거두시오. 장제, 번제 두 분은 병력을 나눠 양 갈래로 바로 장안을 함락하시오. 저들이 머리와 꼬리가 돕고 응할 수 없으니 반드시 대패할 것이오.”

 

하니, 모두들 그 계책을 따랐다.

 

卻說呂布勒兵到山下李傕引軍搦戰布忿怒沖殺過去傕退走上山山上矢石如雨布軍不能進忽報郭汜在陣後殺來布急回戰只聞鼓聲大震汜軍已退布方欲收軍鑼聲響處傕軍又來未及對敵背後郭汜又領軍殺到及至呂布來時卻又擂鼓收軍去了激得呂布怒氣填胸一連如此幾日欲戰不得欲止不得正在惱怒忽然飛馬報來說張濟樊稠兩路軍馬竟犯長安京城危急布急領軍回背後李傕郭汜殺來布無心戀戰只顧奔走折了好些人馬以及到長安城下賊兵雲屯雨集圍定城池布軍與戰不利軍士畏呂布暴厲多有降賊者布心甚憂

 

각설, 여포가 군사를 몰아 산 아래에 이르자 이각이 군사를 이끌고 싸움을 걸었다. 여포가 분노하여 달려들자 이각이 산 위로 달아났다. 산 위에서 화살과 돌이 비오듯하니 여포 군사가 전진할 수가 없다. 문득 곽사가 뒤에서 쳐들어온다고 알리니 여포가 급히 되돌아가 싸웠다. 그때 북소리가 크게 울리는 것을 듣고 곽사의 군사가 이미 달아나버렸다. 여포가 군사를 거두려는데 징 소리 울리는 곳에 이각의 군사가 다시 되돌아온다. 미처 대처하기도 전에 뒤에서 곽사가 다시 군사를 거느리고 달려든다. 여포에게 달려오는가 싶더니 다시 북을 울리고 군사를 거둬 달아난다. 여포의 노기를 충동질하여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렇게 며칠을 계속하니, 싸우고 싶어도 싸울 수가 없고 멈추려 해도 멈출 수가 없다. 걱정스럽고 화가 나는데 갑자기 누군가 말을 달려와서 알리기를, 장제, 번조 두 갈래 군마가 마침내 장안을 침범하여 서울이 위급하다고 한다. 여포는 급히 회군하는데 배후에서 이각과 곽사가 달려들었다. 여포가 전의를 잃고 오로지 달아날 뿐이라 많은 군사를 잃었다. 장안성 아래에 당도하니 적병이 구름과 비처럼 몰려들어 성 둘레 해자를 둘러쌌다. 여포 군사가 그들과 싸웠지만 불리했다. (여포의) 군사들은 여포가 사나운 것을 두려워하여 적에게 항복한 자가 많았다. 여포의 마음이 매우 근심스러웠다.

 

數日之後董卓餘黨李蒙王方在城中爲賊內應偷開城門四路賊軍一齊擁入呂布左沖右突攔擋不住引數百騎往青瑣門外呼王允曰勢急矣請司徒上馬同出關去別圖良策允曰若蒙社稷之靈得安國家吾之願也若不獲已則允奉身以死臨難苟免吾不爲也爲我謝關東諸公努力以國家爲念呂布再三相勸王允只是不肯去不一時各門火焰竟天呂布只得棄卻家小引百餘騎飛奔出關投袁術去了

 

며칠 뒤 동탁의 잔당 이몽과 왕방이 성 안에서 적과 내응하여 몰래 성문을 여니 사방에서 적군이 일제히 들이닥쳤다. 여포가 좌충우돌하나 막지 못하고 수백 기를 이끌고 청쇄문 밖으로 가 왕윤을 불러 말하기를,

 

형세가 위급합니다! 사도께서 말 타시고 함께 관 밖으로 나가 따로 좋은 계책을 도모해야 하겠습니다.”

 

하니, 왕윤이 말하기를,

 

사직 신령들의 도움으로 국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내 소원이오. 만약 그럴 수가 없다면 내 목숨을 바치겠소. 어려움에 처해 구차하게 모면하는 것은 내가 할 짓이 아니오. 나를 대신해 관동의 제후들에게 사례하고 국가를 위해 근심하고 노력해 주시오!”

 

하였다. 여포가 거듭 권했지만 왕윤은 가려고 하지 않았다. 얼마 안 있어 문마다 불꽃이 하늘에 치솟자 여포가 어쩔 수 없이 처자식도 버리고 백여 기만 이끌고 나는 듯이 관문을 달려나가 원술을 찾아갔다.

 

李傕郭汜縱兵大掠太常卿種拂太仆魯馗大鴻臚周奐城門校尉崔烈越騎校尉王頎皆死於國難賊兵圍繞內庭至急侍臣請天子上宣平門止亂李傕等望見黃蓋約住軍士口呼萬歲獻帝倚樓問曰卿不候奏請輒入長安意欲何爲李傕郭汜仰面奏曰董太師乃陛下社稷之臣無端被王允謀殺臣等特來報仇非敢造反但見王允臣便退兵

 

이각과 곽사가 병사를 풀어 크게 약탈했다. 태상경 종불, 태복 노규, 대홍로 주환, 성문교위 최열, 월기교위 왕기가 모두 국난 중에 죽었다. 적병이 궁궐의 내정을 둘러싸서 위급하니 임금을 가까이 모시는 신하가 천자께 선평문에 올라가 난리를 그치도록 선유하라고 청했다. 이각 등이 멀리서 천자의 누런 수레 덮개를 보고 군사를 멈추고 만세를 불렀다. 헌제가 누각에 기대어 묻기를,

 

경들이 주청을 기다리지 않고 함부로 장안에 들어오니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하니, 이각과 곽사가 우러러 보며 아뢰기를,

 

동 태사는 폐하의 사직을 지키는 신하인데 까닭 없이 왕윤에게 모살 당했으니 신들이 특별히 복수하러 온 것이지 감히 반역할 뜻은 없습니다. 왕윤만 만나면 신들은 병사를 물리겠습니다.”

 

하였다.

 

王允時在帝側聞知此言奏曰臣本爲社稷計事已至此陛下不可惜臣以誤國家臣請下見二賊帝徘徊不忍允自宣平門樓上跳下樓去大呼曰王允在此李傕郭汜拔劍叱曰董太師何罪而見殺允曰董賊之罪彌天亙地不可勝言受誅之日長安士民皆相慶賀汝獨不聞乎汜曰太師有罪我等何罪不肯相赦王允大罵逆賊何必多言我王允今日有死而已二賊手起把王允殺於樓下

 

왕윤이 그때 황제 곁에 있다가 이 말을 듣고 아뢰기를,

 

신은 본래 사직을 위해 계책을 내었습니다. 일이 여기에 이르렀으니 폐하께서는 신을 애석히 여기다가 국가를 그르쳐선 안 됩니다. 신이 내려가 두 도적을 만나게 해주십시오.”

 

하니, 황제가 주저하며 차마 보내지 못하니 왕윤이 선평문 누각 위에서 아래로 뛰어 내려가며 크게 외치기를,

 

왕윤이 여기에 있다!”

 

하였다. 이각과 곽사가 칼을 뽑아 꾸짖기를,

 

동 태사께서 무슨 죄가 있어 살해됐느냐?”

 

하니, 왕윤이 말하기를,

 

동탁의 죄는 하늘과 땅에 가득하니 말로 다 할 수 없다! 벌 받아 죽는 날에 장안의 백성들이 모두 축하한 것을 너희들만 듣지 못했느냐?”

 

하였다. 이각과 곽사가 말하기를,

 

태사께서 죄가 있다 한들 우리는 무슨 죄가 있다고 사면하지 않았느냐?”

 

하니, 왕윤이 크게 욕하기를,

 

이 역적 놈이 쓸데없이 말이 많구나! 나 왕윤은 오늘 죽을 뿐이다.”

 

하였다. 두 도적은 누각 밑에서 왕윤을 죽였다.

 

史官有詩贊曰

 

“王允運機籌,奸臣董卓休。

心懷家國恨,眉鎖廟堂憂。

英氣連霄漢,忠誠貫鬥牛。

至今魂與魄,猶繞鳳凰樓。”

 

사관이 시를 지어 찬양하기를,

 

“왕윤이 계책을 내어 간신 동탁을 죽였네.

마음속에 국가의 한을 품었고, 이마에는 조정의 근심을 띠었네.

뛰어난 기상은 은하수에 이었고, 충성은 견우와 북두를 꿰었네.

오늘까지 혼과 넋이 봉황루를 감도는 듯하네.”

 

라고 하였다.

 

衆賊殺了王允一面又差人將王允宗族老幼盡行殺害士民無不下淚當下李傕郭汜尋思曰既到這裏不殺天子謀大事更待何時便持劍大呼殺入內來正是巨魁伏罪災方息從賊縱橫禍又來

 

도적들은 왕윤을 죽이고, 한편으로 사람을 보내 왕윤의 종족을 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죽였다. 백성들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이각과 곽사가 깊이 생각하고 말하기를,

 

이미 이렇게 됐으니 이때 천자를 죽이지 않으면 언제 또 대사를 모의하겠느냐?”

 

하고 칼을 쥔 채 크게 외치며 안으로 달려 들어온다. 이야말로, 큰 우두머리가 벌 받아 죽어 재앙이 이제 그쳤는데, 잔당이 가로세로 날뛰어 재앙이 다시 오네.

 

未知獻帝性命如何且聽下文分解

 

헌제의 목숨이 어떻게 될 것인지 알 수 없네. 다음 회의 이야기를 들으면 풀릴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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