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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메추라기[野田鶉行 야전순행]

오늘 漢詩 한 수/12월의 漢詩

by 진현서당 2024. 12. 23.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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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田鶉,
生在野田中,
結巢蒿荻叢.
雖非托茂林,
亦足藏其躬.


歲暮天寒北風勁,
飢鷹厲吻當霜空.


野田鶉,
莫恨爾身微!
得免爪攫充朝飢.
乃知大小各有用,
萬物皆天機.



들판의 메추라기,
들판에 살면서,
갈대밭에 둥지를 틀었다.
깊은 숲은 아니라도,
제 한 몸 숨기기에 넉넉하지.


날씨 춥고 북풍 매서운 세모라,
굶주린 매가 부리를 갈고 얼어붙은 하늘을 난다.


들판의 메추라기
네 몸이 작다 탓하지 마라!
발톱이 나꿔채가 아침거리로 되지 않는다.
크고 작은 사물은 제각기 쓸모가 있는 법
만물은 모두가 천기(天機)를 따라 산다.


야전순, 생재야전중, 결소호적총.
수비탁무림, 역족장기궁.
세모천한북풍경, 기응여문당상공.
야전순, 막한이신미! 득면조확충조기.
내지대소각유용, 만물개천기.

홍세태(洪世泰·16531725) 들판의 메추라기[野田鶉行 야전순행]

 

이야기 속 메추라기, 들판에 살고 있는 이 작은 새를 상상해보자. 들판에서 자고, 먹고, 살아가는 메추라기. 그 모습이 딱히 큰 숲이나 나무가 있는 곳이 아니라, 넓은 갈대밭에 자리를 잡고 있단다. 메추라기라면, 아마 큰 나무나 숲 속에서 지내는 게 더 안전하고 편안할 것 같다고? 하지만 메추라기는 그런 곳에서 살지 않는다. 왜냐? 바로 그게 메추라기의 스타일이니까. 그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갈대밭 속에서 마음 놓고 숨을 수 있는, 그만의 삶의 방식이 있는 것이다.

 

, 메추라기야, 너도 참 고생이 많구나. 깊은 숲에 들어가서 좀 더 안전하게 살아보면 좋겠구나.”라고 우리가 말할 수도 있겠지만, 메추라기는 절대 그렇지 않다. 메추라기의 삶은 겉보기엔 위험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작은 새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그 모습을 보면 마치 작고 여린 존재들이 세상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다는 듯하다.

 

그러다 어느 날, 날씨가 몹시 차갑고 북풍이 거세게 불어오는 세모에, 한 마리 굶주린 매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매는 그저 날개를 펴고 그 차가운 바람 속을 비행한다. 물론 매는 날렵하고 강한 새여서, 들판의 작은 메추라기는 그 매의 눈에 띄기만 한다면 그야말로 큰일 날 일이다. 하지만 메추라기는 다행히도 이 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갈대밭 속 깊숙이 숨어든다.

 

이런 상황을 본다면, 아마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저 메추라기는 정말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운명에 처해 있구나. 매가 날아다니는 하늘 아래에서 살아간다니, 얼마나 위험한 삶인가!”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메추라기가 떠올린다. “그래, 내 몸은 작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다.” 메추라기는 자신이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매의 공격을 피하며 살아가는 법을 안다. 그게 바로 인생의 지혜인 것이다.

 

그리고, 메추라기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너희들, 나처럼 작은 존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한번 봐라. 내 몸은 작지만, 나는 내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다. 그렇게, 내가 큰 숲에 가지 않고도 이 작은 갈대밭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단다.” 이게 바로 메추라기가 전하는 메시지다. ‘크고 작은 것들 각자에겐 쓸모가 있다는 메시지 말이다.

 

, 그러니까 이 작은 메추라기를 보면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있다. 바로 "큰 것, 작은 것 모두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것." 메추라기가 갈대밭 속에서 자신의 공간을 찾듯,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도 각자의 자리를 찾는다. 큰 나무는 큰 나무대로, 작은 풀은 작은 풀대로, 그리고 우리가 작은 것이라 해도 우리 나름대로의 공간과 역할이 있다는 사실. 모두가 저마다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것들이 사실은 하늘의 섭리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다시 한 번, 메추라기를 떠올리며 생각해보자. 그 작은 몸짓에 숨어있는 깊은 지혜와 살아가는 방식.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이 각자의 역할을 하며, 세상 속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작은 것들이 바로 중요한 것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기서 하나 더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때로는 작은 것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 이 메추라기의 삶처럼, 우리는 큰 목표를 추구하기 전에 작은 것들이 어떻게 세상에 존재하고 움직이는지를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런 작은 것들이 모여 세상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하늘에 떠도는 매의 눈처럼, 우리도 때때로 너무 큰 목표나 멀리 있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면,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놓칠 때가 있다. 메추라기는 바로 그 작은 것을 지혜롭게 활용하여 자신의 삶을 지키고 있다. 그것을 보고 배운다면, 우리도 삶 속에서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는 작은 것, 크고 작은 것들이 모두 소중하고 필요하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크고 작은 모든 것이 그 나름의 쓸모가 있으며, 그것들이 모여서 세상을 이루고 있다. 메추라기는 그 작은 존재로서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고, 그 모습에서 우리는 큰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세상은 크고 작은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만 비로소 완전해지는 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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