薥黍紅垂荳葉黃, 野田相錯盡文章. 遙看蕎麥花如雪, 一陣風來一陣香. 촉서홍수두엽황, 야전상착진문장. 요간교맥화여설, 일진풍래일진향. |
수수는 붉게 늘어지고 콩잎은 노랗게 물들고, 들밭은 얽히고설켜 온갖 색채 찬란하네. 저 멀리 메밀밭은 꽃이 마치 흰 눈과 같고, 한 줄기 바람결에 한 줄기 향내 풍겨오네. |
김윤식(金允植·1835~1922) |
가을, 김윤식(金允植)의 시적 길거리 산책: 잔잔한 풍경의 향기와 유머
1. 수수 수수하네!
"薥黍紅垂" (촉서홍수): 수수의 붉은 알갱이들이 주렁주렁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가을 수수들은 다들 약간의 슬픔에 젖어 있는 것 같다. "올해도 수확철이네... 또 추수(秋收) 당할 시간이구나..." 하고 말이지. 🌾 수수 수수하고, 울적해 보이지만 그래도 붉은 빛깔이 참 곱다.
2. 콩잎, 노랗게 변신하다
"荳葉黃" (두엽황): 그 옆에 있는 콩잎들은 벌써 노랗게 물들어 가고 있어. 사실 가을엔 다들 조금씩 멋을 부리기 마련이지. 콩잎도 나름의 트렌드 컬러로 ‘가을 노랑’ 선택! 🍂 "에이, 뭐 좀 해봐야지" 하고 뽐내며 변신 중인 콩잎들의 패션 쇼다.
3. 온통 색의 향연, 가을의 들판
"野田相錯盡文章" (야전상착진문장): 들판을 둘러보니 온통 다양한 색의 문장들(文章)이 얽히고설켜 있다. 뭔가 형형색색(形形色色)이라 정신은 조금 없지만, 이게 또 다 조화(調和)로워. 구름처럼 떠다니는 색의 조각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어, 너무나 찬란하구나. 🌈 '농작물 패션위크'라고 해도 믿을 판국이야!
4. 저 멀리 보이는 흰 메밀꽃
"遙看蕎麥花如雪" (요간교맥화여설): 멀리서 보이는 하얀 메밀꽃은...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고요하고 순수하다. 아니, 진짜 눈 내리는 거 아니지? 🤔 "가을인데 왜 눈이...?" 순간 흠칫했지만, 역시 가을 메밀꽃의 순백(純白)의 매력이지. 아무리 요란한 색깔의 들판이 있더라도, 고결한 메밀꽃 앞에선 조용히 숨을 죽이고 감탄할 수밖에.
5. 바람 불어오면 메밀꽃 향기 솔솔~
"一陣風來一陣香" (일진풍래일진향): 갑자기 한 줄기 바람이 훅 불어오면, 메밀꽃의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이건 마치 "메밀 꽃향수 출시 기념 무료 체험 행사" 같은 느낌이랄까? 🌬 바람 따라 스윽 흘러오는 그 향내는, '자연산 아로마테라피' 그 자체다. 고단한 하루의 스트레스가 순간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야.
6. 김윤식의 산책은 멈추지 않는다
운양(雲陽) 김윤식(金允植·1835~1922)이 이 시(詩)를 썼을 때, 그도 한가로이 가을의 들판을 산책하며 이런 생각을 했겠지. 책방에만 틀어박혀 있지 말고, 길을 나서면 의외로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
수수, 콩잎, 메밀꽃, 바람... 그 모든 게 이 시(詩)의 주인공이 되어 제각기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수수(薥黍)는 무거운 듯 축 늘어진 붉은 고개를 자랑하고, 콩잎(荳葉)은 선명한 노랑으로 가을 패션을 뽐내고, 메밀꽃(蕎麥花)은 “나처럼 고결한 애 있으면 나와 보라지!” 하며 순백(純白)의 우아함을 드러낸다. 그리고 바람(風)은 그 모든 것을 휘저으며 향기(香氣)를 퍼트려 주는 조연(助演)이 되네.
7. 결론: 김윤식, 가을 들판을 유랑하다
운양(雲陽) 김윤식(金允植)이 말하고 싶은 건 뭘까? 가을의 정취(情趣)를 느끼며 마음을 넓히라는 뜻일 것이다. 🌾 하찮은 듯 보이는 수수도, 노랗게 변한 콩잎도, 눈처럼 하얀 메밀꽃도 다 자기만의 색을 가지고 있고, 그게 함께 어우러지니 아름다운 들판이 되었다. "넌 너의 길을 가고, 나는 나의 길을 간다. 하지만 가을이 오면 다 함께 멋져지자!" 뭐, 이런 뜻 아닐까?
김윤식(金允植)이 걸었던 그 가을길, 우리도 그와 함께 걸으며 향긋한 가을의 냄새를 맡아 보자. 들판에는 색깔 가득, 바람에는 향기 가득, 그리고 발걸음엔 위트가 가득하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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