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哲衣冠士子身, 簞瓢陋巷不憂貧. 雲開萬國同看月, 花發千家共得春. 邵子吟中多氣像, 濂溪醉裏足天眞. 從來大隱皆城市, 何必投竿寂寞濱. |
의관을 갖춰 입고 사리에 밝은 선비라면, 빈민 틈에 굶주려도 걱정할 것 하나 없네. 만국(萬國)에는 구름 걷혀 하늘의 달을 함께 보고, 천가(千家)에는 꽃이 피어 모두들 봄을 맞네. 소강절은 시를 읊어 기상을 드러냈고, 주렴계는 술에 취해 천진함을 보여줬지. 옛날부터 큰 은사는 도시에서 살았나니, 무엇 하러 외딴 데서 낚시질을 해야 하나? 명철의관사자신, 단표누항불우빈. 운개만국동간월, 화발천가공득춘. 소자음중다기상, 염계취리족천진. 종래대은개성시, 하필투간적막빈. |
윤휴(尹鑴·1617~1680) |
1. 의관과 사자와 선비의 역습
"明哲衣冠士子身" (명철의관사자신): 사리에 밝은 선비는 멋진 의관을 착용하고 대낮에도 우아하게 걸어다닌다네. 아, 물론 사자(士子)라고 해서 진짜 사자(獅子)는 아니고, 그냥 지식인이라서 사자(士子)인 거지.
2. 배고픈데요? 걱정 없어요!
"簞瓢陋巷不憂貧" (단표누항불우빈): 빈민가에서 술 한잔 못 하고 굶어도 괜찮아, 선비는 대의(大義)로 배를 채우는 법이거든! 가난? 걱정 NO! 선비라면 아무리 단표(簞瓢; 조촐한 밥상과 물병)에 의지해도, 초연히 빈민가(貧民街)에서 살아남는다. 히히, 그래도 살짝 허기는 질 텐데... 🍚
3. 전국구 구름 걷히고, 만국(萬國) 달맞이
"雲開萬國同看月" (운개만국동간월): 선비가 어찌 좁은 집 안에서 웅크리고 있을 수 있을까! 구름이 걷히고 밝은 달이 뜨면, 전 세계 어디서나 같은 달을 바라보며 공감하고 대화를 나누자. 언어 장벽? 그런 거 없다! 글로벌한 달맞이 파티로 한방에 뚫어버리기!
4. 이웃집에 꽃 핀다고 꽃 구경 못 할까?
"花發千家共得春" (화발천가공득춘): 봄이 오면 집집마다 꽃이 피는데, 혼자 보기 아까운 걸. 뭐 하러 혼자 고독에 젖어 있나? 이웃집 꽃놀이 초대도 받고, 가끔 나도 초대하고... 함께 봄의 기운을 즐겨야지. 🌸 인생 뭐 있나, 같이 놀자고!
5. 소강절(邵康節), 그 남자의 매력 발산법
"邵子吟中多氣像" (소자음중다기상): 소강절(邵康節)은 시(詩)를 통해 자신만의 기상을 드러냈대. 나만 잘난 게 아니라 서로 빛나게, 기상(氣像) 넘치는 존재감을 뽐내고 싶었나 보다. 선비도 톡톡 튀어야 맛이지, 안 그래?
6. 주렴계(周濂溪)는 술 좀 드셨을 때가 더 천진한 사람
"濂溪醉裏足天眞" (염계취리족천진): 주렴계(周濂溪)는 술이 취할 때 가장 진실했지. 🥂 술 좀 들어가면 천진난만해지는 그 모습! 근엄한 척 하다가 술이 들어가면 갑자기 "야, 다들 좋잖아!" 이러면서 세상에 대한 진심을 드러내는 선비의 매력이란... 😊
7. 진정한 은둔은 어디?
"從來大隱皆城市" (종래대은개성시): 옛날부터 진짜 잘 숨어 있는 은사(隱士)는 도시에서 살았다네. "대은(大隱)"이라 함은 깊이 숨은 은자(隱者)를 말하는데, 시골에서 은둔하는 척 하는 건 작전이 잘못된 거라고... 대도시에서 감쪽같이 스며들어 사는 은둔(隱遁) 생활이 진짜지. 바삐 지하철 타고, 소음 속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법을 아는 게 진정한 "은둔(隱遁) 생활의 마스터" 아니겠어?
8. 도시인이 되고 싶다, 제발...
"何必投竿寂寞濱" (하필투간적막빈): 뭘 굳이 외딴 곳 가서 낚시질 하겠다고 떠나는 건가. 적막한 강변(江邊)에서 투덜거리며 낚싯대 잡지 말고, 차라리 도시에 나와서 바쁘게 이리저리 흘러다니며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게 훨씬 낫다는 뜻이지. 바다 낚시 한 번에 인생을 걸지 말자고!
백호 윤휴, 그가 말하고 싶은 건?
백호(白湖) 윤휴(尹鑴)가 이 시(詩)를 통해 말하고 싶은 건 간단하다. 세상이 어수선하고 뜻대로 되지 않아도, 가난하고 힘들어도, 움츠리지 말고 나가자. 구름이 걷히면 달이 뜨고, 봄이 오면 꽃이 피는 것처럼, 세상은 우리가 함께 나누면 더 밝고 더 푸르니까. 큰 은자는 도시에 숨어 사는 법을 알고,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사는 법을 아는 것이다.
"아이고... 그렇다고 너무 큰소리로 읊조리진 마시오. 은자(隱者)는 조용히, 조용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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