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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정릉참봉에게[貞陵齋舍 與申寢郞錫寬作]

오늘 漢詩 한 수/9월의 漢詩

by 진현서당 2024. 9. 1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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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정릉참봉에게[貞陵齋舍 與申寢郞錫寬作]

 



此間能築小茅堂,
便是浮生却老方.
松氣四時三夏少,
溪聲一日十年長.
幽禽不解逢人語,
雜草皆含禮佛香.
寄在郞潛爲凈福,
異時玆境莫相忘.



이런 곳에 작은 초가집 짓고 산다면,
그게 바로 부생(浮生)에서 늙음을 막는 방법이지.
사시사철 솔향기 풍겨서 여름 더위를 식혀주고,
하루라도 계곡 물소리 들으면 십 년은 더 살겠군.


그윽한 새는 사람을 만나도 울 줄을 모르고,
잡초들은 다들 예불에 쓸 향기를 품고 있네.
한직에 뒤처진 신세가 깨끗한 복이거니,
나중에라도 이곳의 일을 잊지 말게나.


차간능축소모당, 편시부생각로방.
송기사시삼하소, 계성일일십년장.
유금불해봉인어, 잡초개함예불향.
기재낭잠위정복, 이시자경막상망.

이만용(李晩用·1792~1863) 정릉에서 친구에게[貞陵齋舍 與申寢郞錫寬作 정릉재사 여신침랑석관작]

 

 


동번
(東樊) 이만용(李晩用, 1792~1863)50세 무렵, 친구를 만나러 서울 북쪽 정릉(貞陵)으로 갔다. 그 친구는 '능참봉(陵參奉)'이라는, 말하자면 출세와는 거리가 먼 한직(閑職)에 머물며 자신의 불운을 하소연했다. 한참 동안 한탄을 늘어놓은 친구에게, 이만용(李晩用)은 재치 있는 위로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자네, 그 무슨 탄식인가? 출세한 사람들은 복잡한 도시에서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데, 자네는 여기서 솔향(松香) 맡고, 계곡물 소리 들으면서 한가롭게 지내잖은가. 이것이야말로 청복(淸福)이지, 청복!"

**청복(淸福)**이란, 번잡한 세상사와 거리를 두고 맑고 깨끗한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의 평안을 누리는 복()을 뜻한다. 겉으로 보기에 누추하고 초라한 자리일지라도, 내면적으로는 세상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말한다. 바쁘게 출세를 좇는 이들이 시달리는 동안, 오히려 한직에 머물면서 청복(淸福)을 누리는 자가 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이 담긴 말이다.

이만용(李晩用)은 계속해서 친구를 위로했다. "솔향기가 여름 더위도 물리치고, 계곡물 소리는 듣기만 해도 수명(壽命)이 열 년은 연장되겠구먼. 남들은 그 시끄러운 도시에서 수명을 줄이고 있는데, 자네는 여기서 수명을 늘리고 있네! 나중에 출세하더라도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잊지 말게나."

그는 이렇게 말하며, 친구가 겪는 좌절을 재치 있게 해석했다. 한직(閑職)이라 하더라도, 그 자리가 가져다주는 고요함과 자연 속에서의 평온함을 통해 인생의 참된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만용(李晩用)의 유머러스한 위로는 단순한 격려를 넘어서,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는 말이었다. 출세와 명예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청복(淸福)임을 강조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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