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8. 추석 성묘
草樹風高露未晞, 朝寒中軆欲重衣. 誰家墓祭鳶鴉閙, 近渚田荒鴈鶩饑. 餘日此行終有盡, 生時躬省莫敎稀. 輕鞍十里松楸路, 猶自遅遅再拜歸. |
초목에 바람 높고 이슬은 마르지 않았는데, 아침 추위 스며들어 옷을 껴입게 되네. 뉘 집 묘제인지 까마귀들 시끄럽고, 물가 근처 논은 묵어 물새들이 굶주리네. 남은 여생 이 걸음도 그칠 날 있으리니, 살았을 때 성묘를 게을리 하지 않으려네. 가벼운 차림 말 타고 십리 남짓 선영 길을, 짐짓 더디더디 재배하고 돌아오네. 초수풍고로미희, 조한중체욕중의. 수가묘제연아료, 근저전황안목기. 여일차행종유진, 생시궁성막교희. 경안십리송추로, 유자지지재배귀. |
조재호(趙載浩·1702~1762) 중추일조왕송추(中秋日朝往松楸) 《손재집(損齋集)》 |
요즘 명절(名節)이나 벌초(伐草) 시즌만 되면 등장하는 트렌드는 '제사(祭祀) 간소화'다. 이제는 제사상도 "미니멀리즘"이 대세! "산소(山所)를 한 곳으로 모으자"는 주장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를 들으면 “이건 조상님이 아니라 배송도 편리하게 해주는 택배 서비스 같은데?”라는 농담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변화의 무게를 지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냐는 거다. 이건 마치 회사에서 신입들이 “우리 효율성 좀 높여볼까요?” 하면서 야근 없는 근무환경을 제안할 때, 정작 수십 년 동안 야근하며 회사를 지켜온 베테랑들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는 것과 비슷하다. 조상님들을 위해 성심껏 제사를 모셔온 분들이야말로 이 변화의 진정한 '영웅'들이다.
변화를 맞이하는 아버지들의 속마음은 어떨까? 그들은 "아, 나도 내 대에서 편하게 살아볼까?" 하다가도 "그래도 저승(冥府)에 가서 조상님께 혼날 텐데..."라는 걱정을 한다. 하지만 결국, 후손들을 생각하는 마음에 “이번 한 번만 내가 혼나고 말지!” 하고 결심하게 된다. 이 장면은 마치 “내가 희생할 테니 너희는 나가서 잘 놀아라!” 하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의 클라이맥스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산소를 떠나 천천히 돌아오는 그들의 발걸음은 마치 "이제 내 임무는 끝났다"는 듯. 하지만 그 모습 속에서, 삶과 전통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한편으론 아버지 세대의 주름진 얼굴과 처진 어깨를 보면, 묘하게 마음이 먹먹해진다.
"변화는 필요해도, 그 변화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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