省 살필 성, 事 일 사, 遠 멀 원, 謗 헐뜯을 방
《讀書鏡 독서경》에서 진미공(陳眉公)이 엮은 이야기 한 대목이다.
1. 조변(趙抃)과 책 든 선비: “선생님, 가르침을 주세요!”
송(宋)나라 때 조변(趙抃)은 조정(朝廷)을 떠나 한가로이 지내던 중이었다. 어느 날 한 선비가 책과 폐백(幣帛)을 들고 와 조변(趙抃)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조변(趙抃)은 아무 말 없이 자기 책을 읽더니, 다 읽고 나서 정색하며 말했다.
"조정(朝廷)에 학교(學校)가 있고, 과거시험(科擧試驗)도 있는데, 왜 그곳에서 학문을 마치지 않고 은둔한 나에게 조정의 이치를 묻느냐?"
이 말에 선비는 놀라 도망치듯 물러났다. 이 이야기는 "학문은 정해진 자리에서 배우라"는 교훈을 주며, "도서관(圖書館)에서 공부해야지, 한가롭게 책 읽는 은둔자(隱遁者)에게 물어보지 마라"는 뜻이다. 조변(趙抃)의 냉정한 한마디는 선비에게 잊지 못할 교훈이 되었을 것이다.
2. 범지선(范知璿)의 땀나는 순간: “아첨(阿諂)은 아니옵니다!”
당(唐)나라의 범지선(范知璿)은 승상 송경(宋璟)에게 자기가 쓴 〈良宰論 양재론〉을 바치며 한자리 얻어 볼 속셈이었다. 송경(宋璟)이 글을 읽어보니 아첨(阿諂)의 냄새가 폴폴 풍겼다. 송경(宋璟)이 냉정하게 말했다.
"당신의 글에는 아첨(阿諂)의 뜻이 있소. 실력이 있으면 과거 시험에 응시하시오."
범지선(范知璿)은 그 말을 듣고 진땀을 흘리며 황급히 물러났다. 여기서 얻는 교훈은 “아첨(阿諂)하지 말고 실력을 쌓아라”다. "아첨(阿諂)하려다 진땀 흘리는 신세가 된다"는 아주 중요한 교훈을 준다. 글만 잘 쓴다고 승상이 자리를 주지는 않는 법이다!
3. 사람은 가려 만나라는 교훈: 무당(巫堂)과 여승(女僧)은 멀리하라
이 두 예화(禮話)를 들려준 후, 진미공(陳眉公)은 옛사람의 말을 인용한다. "관직에 있는 사람은 기색(氣色)이 남다른 자들과는 만나지 않아야 한다." 특히 무당(巫堂)이나 여승(女僧) 같은 이들은 가까이 두지 말라는 경고(警告)였다. 그들은 공허한 명성(空譽)을 쫓고,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헛된 명성(名聲)에 속지 말고, 쓸데없는 사람들과는 멀리하라"는 이 조언(助言)은 현대에도 유용하다. 괜히 남의 헛된 소문에 휘둘리다 보면, 자신의 명성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중요한 메시지다. 가까이 두기 전에, 상대가 믿을 만한 사람인지 꼭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4. 방관(房琯)과 황정란(黃庭蘭): 거문고 소리에 빠진 재상
송(宋)나라의 방관(房琯)은 학자로서 명성이 높아 재상(宰相)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가 문하에 두었던 거문고 악사 황정란(黃庭蘭)의 말을 믿고 일을 그르치는 바람에, 명성(名聲)에 큰 누(累)가 되었다. 황정란(黃庭蘭)의 말에 귀를 기울인 것이 큰 실수였던 것이다.
가까이 두고 큰일을 하려면 멀리해야 할 것을 따져 가늠하고[審察疎遠 심찰소원], 일을 살펴 비방을 멀리하여[省事遠謗 성사원방] 몸가짐을 무겁게 하고 자리와 사람을 잘 가려야 한다.
5. 민백형(閔伯亨)과 분매(盆梅): 왕자의 요청에 단호한 거절
효빈잡기(效顰雜記)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조선 초 왕자사부(王子師傅) 민백형(閔伯亨)과 분매(盆梅)에 관한 일화(逸話)다. 민백형(閔伯亨)은 분매(盆梅)를 아끼며 기르던 중, 외직(外職)으로 나가게 되었다. 왕자(王子)가 그 분매(盆梅)를 임금께 바치고 싶다며 달라고 요청했지만, 민백형(閔伯亨)은 단호히 거절했다.
왕자(王子)가 이유를 묻자, 민백형(閔伯亨)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분매(盆梅)를 바치면 사람들이 내가 왕자(王子)에게 아첨(阿諂)하려 한다고 비웃을 것입니다. 그래서 드릴 수 없습니다." 그는 성사원방(省事遠謗), 즉 "일을 살펴 비방을 멀리하는 이치"를 잘 알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아첨(阿諂)하지 말고 자신의 처지를 잘 살피라"는 교훈을 준다. 남들의 눈에 비치는 것을 잘 고려해 처신해야 한다는 의미다. 민백형(閔伯亨)은 분매(盆梅)를 통해 아첨(阿諂)의 위험성을 경계한 것이다. "분매(盆梅) 하나에 아첨(阿諂)하지 말라"는 민백형(閔伯亨)의 판단은 오늘날에도 귀감(龜鑑)이 될 만하다.
총정리: 처세는 신중하고, 사람은 가려 사귀어라!
이 모든 이야기들이 주는 교훈은 단순하다. "아첨(阿諂)하지 말고, 사람을 신중히 만나고, 처신은 바르게 하라." 특히 남의 명성을 이용하거나, 쓸데없는 사람과 가까이 지내지 말라는 점이다. 오늘날에도 이 교훈들은 여전히 중요한 덕목이다. "아첨(阿諂)은 멀리하고, 소문에 휘둘리지 않으며, 신중하게 처신하라!"
* 왕자 사부(王子師傅) : 권설직(權設職)으로, 1785년(정조 9) 『대전통편(大典通編)』에 명문화됨으로써 임시로 증치된 관직이다. 품계는 종9품으로 사과 이하의 체아록(遞兒祿)을 받았다. 대군사부(大君師傅)·왕손교부(王孫敎傅)·내시교관(內侍敎官) 등의 권설직은 재직기간 900일이 지나면 6품관으로 승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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