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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권력의 흥망성쇠를 꿰뚫은 역관 김근행[必敗之家 필패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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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필, 패할 패, 갈 지, 집 가

 

김근행(金謹行), 그 이름만 들어도 한 시대를 풍미한 역관(譯官) 중의 역관(譯官). 수십 년간 권력자(權力者)들의 곁에서 수발을 들어 온 내공 깊은 인물이다. 어느 날, 그가 병석(病席)에 누워 있을 때 한 젊은 역관(譯官)이 그에게 다가와 물었다.

"선배님! 죽을 때까지 기억해야 할 진짜 중요한 가르침 하나만 알려주십시오!"

김근행(金謹行)은 젊은 역관(譯官)을 보고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 역관(譯官)이라는 직업은 어쩔 수 없이 재상(宰相)이나 공경(公卿)을 곁에서 모시게 되어 있지. 하지만, 절대 망할 집안 근처엔 얼씬도 말게. 연루(連累)라도 되면 큰 재앙(災殃)이 닥칠 테니 말일세.”

 

필패지가(必敗之家)의 징조들

 

젊은 역관이 다시 물었다.

"그럼, 어찌하여 망할 집안을 알아볼 수 있습니까?"

김근행은 흐르는 세월을 되돌아보듯, 눈을 살짝 감았다가 열며 말했다.

"내가 살아오면서 수많은 권력자(權力者)들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이 두 눈으로 지켜보았네. 망할 집안의 징조(徵兆)는 대충 이러하네.“

 

1. ()과 수레()가 넘쳐나는 집

먼저, 요직(要職)에 앉아 있으면서 수시로 손님을 불러대며 집 앞이 수레와 말로 북적대는 자들. 무슨 연회(宴會)와 사교(社交)를 저리도 좋아하는지, 그들은 반드시 망하게 되어 있다네. 말과 수레가 그들을 망하게 만드는 걸까?

 

2. 무뢰배(無賴輩)와 어울리는 자

건달(乾達)들과 모여서 일의 흐름을 따지고, 이문(利文)을 좇으려는 자들. 그런 자는 오래 버티질 못해. 결국, 무리 지어 꾀하다가는 망하기 십상이지.

 

3. 점쟁이와 잡술가(雜術家)를 찾는 자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점쟁이나 잡술가(雜術家)를 불러 길흉(吉凶)을 묻고자 하는 자들. 그들이 묻는 게 길()한지 흉()한지는 모르겠으나, 망할 운명은 이미 결정된 듯하네. 점을 본다고 망하는 걸 피할 순 없지.

 

4. 백성 사랑을 꾸미는 자

가짜로 백성 사랑을 표방하며, 아랫사람에게 예우를 차리며 거짓으로 유자(儒者)인 체하는 자들. 이런 가식적(假飾的)인 사람들도 결국은 무너지고 말지.

 

5. 행동이 일관되지 않은 자

이것저것 엮어서 아침에 말한 것과 낮의 행동이 다른 자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다면, 그 사람도 역시 믿을 게 못 되지. 그런 자 근처에도 가지 말게나.

 

6. 사대부(士大夫)와 어울리는 자

으슥한 길에서 작당(作黨)하고, 사대부(士大夫)들과 사귀는 것을 좋아하는 자. 그런 사람도 결국은 망하고 말지. 작당(作黨)하지 말라네, 젊은이여!

 

7. 윗자리만 고집하는 자

언제나 윗자리에 앉아야 직성이 풀리는 자. 직성이 풀리는 대신 그들의 운명은 곧 풀어져 버릴 것이네. 이런 사람도 예외 없이 망하니, 멀리하라.

 

"누구의 사람"으로 불리지 말라

 

김근행(金謹行)은 말을 이어갔다.

특히 기억해야 할 것은, 자네가 누구의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일세. 한 사람을 섬기다 그가 실족(失足)하면 그 재앙이 자네에게도 미치게 될 걸세. 절대 누군가의 '사람'으로 불리지 말게!”

젊은 역관(譯官)은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의 사람"이 되지 말라는 교훈은 김근행(金謹行)이 마지막으로 전한 충고였다. 실족한 권력자와 함께 망하지 말라는 것.

 

성대중(成大中)은 이렇게 말했다.

 

기미(幾微)를 통해 이치(理致)를 밝혀라. 현명함으로 의심(疑心)을 꺾어라. 깊이 생각하고 변화에 대처하라. 굳센 마음으로 무리를 제압하라. 이 네 가지를 갖추면, 비로소 적과 대적할 수 있느니라[幾以燭理, 明以折疑, 深以處變, 毅以制衆. 四者備, 方可以應敵 기이촉리, 명이절의, 심이처변, 의이제중. 사자비, 방가이응적].”

이 말은 한마디로, 리더라면 뻔한 것들을 못 보고 의심만 하거나, 경솔하게 결정하고 무리에게 휘둘려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는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니, 리더십에 대한 심오한 충고라 할 수 있지.

 

김근행(金謹行)의 충고를 요약하자면, 망할 자는 필연적으로 망할 징조를 드러낸다. 그런 자와 가까이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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