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5. 추수철 농촌 밥상[秋日田家卽事 추일전가즉사]
節近西成天氣凉, 田家風致若爲量. 銀唇出笱肯盤雪, 靑殼登床可鼎湯. 滿樹丹璾方曜日, 盈枝金粟已經霜. 簷前老菊尤堪賞, 須把黃鬚泛玉觴. |
추수철이 다가오며 날씨가 서늘하니, 농촌의 멋진 풍치 꼽아 봐도 좋겠구나. 통발에서 꺼낸 은어 소반 위에 회가 되고, 상에 오른 검정 게는 솥 안에서 끓고 있다. 나무 가득 붉은 과일은 햇살에 반짝이고, 황금빛 벼이삭은 벌써 서리를 맞았다. 처마 앞에 늙은 국화는 한결 어여뻐서, 노란 꽃잎 따다가 술잔에 띄워야지. 절근서성천기량, 전가풍치약위량. 은순출구긍반설, 청각등상가정탕. 만수단제방요일, 영지금속이경상. 첨전로국우감상, 수파황수범옥상. |
이응희(李應禧·1579~1651) |
수리산(修理山) 아래 경기도(京畿道) 군포시(軍浦市) 산본(山本)에 살던 평범한 시골 선비, 이응희(李應禧·1579~1651)는 그야말로 자연 속에 묻혀 살다 간 인물이다. 그의 시(詩) 속에 묘사된 가을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그의 눈에 비친 가을 들판은 농부가 흥분해 외친 “장관(壯觀)이여, 장관(壯觀)이여!”라는 탄성이 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농부에게 가을의 황금빛 논처럼 장엄한 풍경이 또 있을까? 논이 노랗게 익어가는 장면은 그 자체로 가을의 정수를 담고 있다. 농부는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며 가을을 맞이한다. 가을 들판은 정말이지 어디를 보아도 풍성함이 넘쳐난다. 은어(銀魚)와 게는 넉넉하게 밥상에 오르고, 사과와 감은 햇빛을 받아 붉게 반짝인다. 그 모습은 가을 햇살처럼 따스하고 눈부시다.
가을이 깊어지면, 술 한 잔 기울이는 멋도 더해진다. 술잔에 노란 국화꽃잎을 하나 띄워 마시면,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시골 선비 이응희의 가을은 그 자체로 여유와 풍성함의 절정이다. 들녘에선 해가 서서히 넘어가며 낙조(落照)가 붉게 물들고, 들판은 이윽고 장관(壯觀)을 이루며 가을의 절정을 보여준다.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들로 나가고 싶어진다. 이응희처럼 수확의 기쁨을 바라보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다. 이응희가 살아간 산본(山本)은 당시 작은 시골 마을이었지만, 그 속에 깃든 자연은 지금도 변함없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농부가 외치던 "장관(壯觀)이여!"라는 말은 단지 풍경을 넘어, 가을의 모든 것을 찬미하는 한 마디였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가을은 어떤가? 도시의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응희의 시(詩)처럼 가을의 아름다움을 찾고, 때로는 그 풍경 속으로 뛰어들어 "장관(壯觀)이다!"라고 외쳐보는 건 어떨까?
1007. 혼술[對酒拈白集韻 대주념백집운] (2) | 2024.09.22 |
---|---|
1006. 깊어가는 가을밤[秋意 추의] (7) | 2024.09.22 |
1004. 그윽한 집[幽居 유거] (1) | 2024.09.22 |
1003. 서당에서 국화를 보니[九月二十九日 溪堂卽事] (3) | 2024.09.20 |
1002. 고향을 향한 그리움[中原旅懷 중원려회] (1) | 2024.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