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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겨울의 고단함

오늘 漢詩 한 수/1월의 漢詩

by 진현서당 2024. 12. 30.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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歲事長相續,
終年未釋勞.
板簷愁雪壓,
荊戶厭風號.
霜曉伐巖斧,
月宵升屋綯.
佇看春事起,
舒嘯便登皐.



1년 내내 할 일이 끝도 없이 이어져,
해가 가도 손을 털지 못하겠구나.
폭설에 무너질까 판자처마 걱정되고,
바람 불면 삐걱대는 지게문 소리 싫어라.
새벽 서리 밟으며 산에 올라 나무하고,
달 뜬 밤이면 지붕 이을 새끼를 꽈야지.
봄철이 시작되기 기다리지만,
그 때라도 휘파람 불며 언덕에 오를라나.


세사장상속, 종년미석로.
판첨수설압, 형호염풍호.
상효벌암부, 월소승옥도.
저간춘사기, 서소편등고.

김극기(金克己·1150~1209) 겨울

 

김극기(金克己)의 겨울은 마치 끝없는 일의 연속처럼 느껴진다. 그는 시()에서 이렇게 말한다. “세사(歲事) 장상속(長相續)” , "한 해의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요즘 같은 현대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손쉽게 일을 끝내고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그 당시 농부들이나 농가의 일상은 그렇지 않았다. 한 해가 끝날 즈음이라도 그저 손을 털고 쉴 수 있는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해를 마무리 짓고 싶어도 계속해서 해야 할 일이 쌓여 있었다.

 

종년미석로(終年未釋勞)”, 해가 가도 손을 놓지 못하고 계속 일을 해야 한다는 표현은 김극기가 그토록 바쁜 일상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1년 내내 멈출 틈 없이 일을 하고, 겨울이 지나가면 봄이 오긴 할지라도 그때까지 푹 쉬는 날은 없다고 느낀 것이다. ‘일이 끝나지 않는다는 그 절박함과 비슷한 심정이 들었던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느꼈을 피로감은 정말 상상도 못할 정도였을 것이다.

 

폭설과 바람 속에서 생계를 이끈다

 

김극기(金克己)의 시에서는 겨울철 농가의 생활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판첨수설압(板簷愁雪壓)”, "폭설이 내리면 판자 처마가 무너질까 걱정된다"고 한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겨울철 농가에서는 예상치 못한 폭설로 인해 지붕이 내려앉거나 물건이 망가질 수 있다는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현대의 집들과는 달리, 당시 농가의 집은 대부분 나무로 지어진 판자집이었고, 이런 집들은 눈과 바람에 매우 취약했다. 겨울철 폭설은 농가 사람들에게 큰 부담이었다. 김극기는 그 폭설이 내릴 때마다 판자집이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했던 것이다.

 

형호염풍호(荊戶厭風號)”, "바람에 지게문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싫다"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 바람이 불 때마다 농가의 지게문은 바람에 따라 삐걱거리고 불규칙한 소리를 냈다. 이 소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찮고 불쾌한 일이었지만, 김극기는 그것을 그냥 무시할 수 없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지게문을 고쳐야만 그 소음이 멈추고, 농가가 조금이라도 안정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농가의 집은 세심한 관리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는 자주 점검하고 손을 봐야 했다. 바람과 눈에 취약한 집에서 생활하는 농가 사람들의 고단한 삶이 이렇게 드러나는 것이다.

 

새벽부터 밤까지, 겨울철 일상

 

상효벌암부(霜曉伐巖斧)”, 새벽에 서리가 내린 산에서 나무를 한다는 표현은 겨울철 농부들의 또 다른 고된 일상을 나타낸다. 새벽에 일어나서 서리 내린 산에 가서 나무를 하는 일이야말로 매우 힘든 일이다. 추운 날씨와 서리 속에서 나무를 해야 했으니, 이는 겨울철 농민들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활동이었다. 나무를 하는 일은 주거지에 필요한 자재를 확보하고, 또한 장작을 준비하기 위해서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그 일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지는 상상할 수 있을 정도다. 이 새벽의 서리 속에서 그는 얼어붙은 손끝으로 나무를 벌목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월소승옥도(月宵升屋綯)”, "달이 뜬 밤에는 지붕을 잇기 위한 새끼를 꼬았다"는 구절에서는 밤늦게까지 일을 계속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겨울은 낮이 짧고 밤이 길어, 농사일 외에도 다양한 집수리 작업을 해야 했다. 해가 져서 일거리가 없어도, 김극기는 달빛 속에서 지붕을 수리하기 위해 새끼를 꼬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일이 계속 이어지면, 쉴 틈도 없이 하루하루가 흘러갔을 것이다.

 

봄을 기다리며

 

저간춘사기(佇看春事起)”, 봄철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라는 구절은 겨울의 끝자락에서 김극기가 기다리던 봄을 상징한다. 그가 기다리는 봄은 단순히 날씨의 변화가 아니라, “쉬는 시간을 의미한다. 하루가 끝나고 쉬어야 할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며, 봄이 시작될 때쯤에는 자신이 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서소편등고(舒嘯便登皐)”, "휘파람을 불며 언덕에 오를 것이다"라는 구절은 그가 그토록 기다린 봄이 오면, 그때는 휘파람을 불며 자유롭게 산책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 휘파람 소리는 그가 기다리고 기다린 자유의 상징이었을 것이다. 추운 겨울, 쉴 틈도 없이 일을 하면서 그는 언젠가 봄이 오고, 그 때가 되면 마음껏 웃으며 즐기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농사일, 집수리, 그리고 자연의 변화에 따른 고된 일들이 그를 압박하고 있었지만, 그는 그 모든 것들이 결국 지나가고, 봄이 오면 그는 자유로울 것이라고 믿었다.

 

결론: 끊임없는 일상 속의 희망

 

김극기(金克己)의 시는 단순히 겨울의 고단한 일상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는 그 속에서 을 기다리며 희망을 품고 있었다. 겨울의 추위와 고단한 일이 계속되지만, 그는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그 봄은 그에게 자유와 여유를 선물할 것이라고 믿었다. 농민들의 고된 삶을 다룬 이 시는 단순히 일의 고단함을 읊은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했던 시인의 마음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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