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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 새해 첫날[元日 원일]

오늘 漢詩 한 수/1월의 漢詩

by 진현서당 2024. 12. 2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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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十是强仕,
今添又二春.
屠蘇宜後飮,
老病已先人.
身世何由健?
生涯敢諱貧?
殷勤一年事,
梅柳亦精神.



마흔 살은 다부지게 일할 나이,
오늘로 두 살을 더 먹게 됐네.
도소주는 뒤에 마셔도 좋지만,
늙고 병들기는 남보다 빠르네.
세상살이는 어떻게 힘차게 하나?
살림살이는 가난을 꺼리겠는가?
은근하게 한 해의 일 다가오는데,
매화도 버들도 생기가 돋네.


사십시강사, 금첨우이춘.
도소의후음, 노병이선인.
신세하유건? 생애감휘빈?
은근일년사, 매류역정신.

서거정(徐居正·1420~1488) 한 해를 보내며[次古韻 차고운]

 

서거정(徐居正)의 시()는 언제나 그 무게감과 깊이가 있다. 1420년에 태어나 1488년에 세상을 떠난 서거정(徐居正)은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문인으로, 그가 지은 많은 작품 중에서 특히 '한 해를 보내며(次古韻)'라는 시가 굉장히 인상 깊다. 이 시는 그의 나이 마흔두 살 때, 1461년에 새해를 맞이하며 지은 작품이다. 그 당시 그 나이는, 오늘날로 치자면 거의 중년의 나이로, 인생의 절반쯤을 지나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가 쓴 이 시에서는 그런 인생의 한 가운데에서 느끼는 고민과 불안,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가 잘 드러난다.

 

우리는 이 시를 통해 그의 삶의 태도와 당시 사람들의 사상, 그리고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한 감정을 엿볼 수 있다. 이제 이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1. 四十是强仕 (사십시강사)

 

'사십시강사'라는 구절에서 서거정(徐居正)은 마흔 살을 넘긴 자신을 돌아본다. '四十'은 사십을 의미하고, '强仕''강한 관직 생활'이라는 뜻이다. 이 구절은 사실, 당시 사람들에게 마흔 살이라는 나이는 "일할 나이"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그는 마흔 살을 지나면서도 여전히 "강한 관직 생활"을 해야 한다고 느꼈던 것이다. 당시 사람들의 기준에 따르면, 사십은 인생의 중반에 접어들면서 체력과 정신력 모두가 중요한 나이였고, 누구나 한창 일할 나이로 여겨졌으니, 서거정(徐居正) 역시 그 시점에서 여전히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서거정의 마음속에는 조금의 불안도 함께 담겨 있을 것이다. 그 나이에 아직도 '강하게 일해야 한다'는 생각은, 그가 인생의 중반에 들어섰음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2. 今添又二春 (금첨우이춘)

 

"오늘로 두 살을 더 먹게 됐다"는 이 구절은 서거정이 그날을 맞이한 기분을 고백하는 부분이다. '''오늘', '''더하다', ''''를 의미한다. , '오늘로 두 살을 더 먹게 됐다'는 의미는 그가 새해를 맞이하면서 실제로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나이를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여전히 불안과 걱정이 섞여 있다는 점에서 '두 살을 더 먹은' 것이 그저 기쁨만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나이를 더 먹는다는 것은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더 많은 책임을 지게 되는 일이지만 동시에 몸과 마음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서거정(徐居正)의 내면에도 그런 불안이 있었을 것이다.

 

3. 屠蘇宜後飮 (도소의후음)

 

'屠蘇'는 설날에 마시는 술인데, 전통적으로 이 술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에 마셨다. 서거정(徐居正)은 이 술을 '뒤에 마셔도 좋다'고 말하며, '늙고 병들기 빠르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자각한다. '屠蘇'라는 술을 마시면서 그는 "나도 이제 점점 늙어가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이 술은 전통적으로 새해를 맞이하며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었지만, 그가 이 술을 마시는 순간, 그 자신은 이미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 술을 마시면서 과거의 젊고 기운 넘치는 자신과 오늘날의 나이를 먹은 자신을 비교하며, 삶의 덧없음을 느끼고 있었다. 이는 '도소주(屠蘇酒)'를 마시면서 그가 느꼈던 감정의 일면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4. 老病已先人 (노병이선인)

 

이 구절은 '늙고 병드는 것이 이미 나보다 먼저 가버렸다'는 뜻이다. 서거정은 '늙고 병드는 일'이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자신에게 찾아왔음을 인식하고 있다. 젊을 때는 이런 일이 상상도 못했을 것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가 느끼는 불안감은 점점 커져간다. 병을 앓고 나면 더 이상 '젊은 날'의 기운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그를 더욱 초조하게 만든다.

 

이 구절에서는, '노병(老病)'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무겁게 다가온다. 실제로 '''늙음'은 사람에게 있어 가장 큰 두려움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서거정(徐居正)은 이 사실을 직시하며, '먼저 가버린' 병과 노쇠를 깊게 느끼고 있었다.

 

5. 身世何由健? (신세하유건?)

 

"세상살이는 어떻게 건강하게 살아야 할까?" 이 구절에서 서거정은 삶의 방식과 태도에 대해 고민한다. '身世''세상살이', '何由''어떻게', '''건강하게'를 의미한다. 결국 그는 건강하고 힘차게 살아갈 방법을 묻고 있는 것이다. 그가 고민하는 점은, '세상살이를 어떻게 건강하게, 힘차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건강함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 건강을 유지하며 나아가는 길이 무엇일지에 대해 서거정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6. 生涯敢諱貧? (생애감휘빈?)

 

"살림살이는 가난을 꺼리겠는가?" 서거정(徐居正)은 돈이나 재물에 대한 불안과 걱정도 함께 표현한다. '生涯''생애', '''감히', '''꺼리다', '''가난'을 의미한다. 그는 살면서 가난을 어떻게 극복할지, 가난을 피하려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한다. '가난'이라는 문제는 당대에도 많은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7. 殷勤一年事 (은근일년사)

 

"은근하게 한 해의 일 다가오는데,"라는 구절에서는 서거정(徐居正)이 한 해의 일정을 조금 더 여유롭게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궁리하는 모습이 보인다. '殷勤''은근히'라는 뜻으로, 한 해가 다가오는 것에 대해 그가 느끼는 감정은 불안보다는 조금은 차분하고 여유 있는 태도였다. 한 해를 어떻게 보낼지,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은근한 기대와 희망이 그의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8. 梅柳亦精神 (매류역정신)

 

"매화와 버들도 생기가 돋는다." 이 구절에서는 '매화''버들'을 통해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상징한다. '''매화', '''버들'을 의미하고, '精神''생기'를 뜻한다. 매화가 꽃을 피우고, 버들이 푸른 잎을 내는 그 모습은 새해의 시작을 의미하며, 서거정(徐居正)은 이 자연의 생기에서 희망을 찾으려 한다. 비록 나이가 들고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자연 속에서 볼 수 있는 생기와 기운은 그에게 또 다른 희망을 불어넣는다.

 

결론

 

서거정(徐居正)의 이 시()는 불안과 걱정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이 담긴 작품이다. 나이를 먹고, 병을 느끼고, 가난과 불안을 직시하면서도, 그는 자연의 생기에서 위로를 찾고, 한 해를 더 살아갈 힘을 다짐한다. 세상살이가 어렵고 힘든 순간도 많지만, 결국 그런 것들은 지나가고 자연의 변화 속에서 희망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알려주는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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