穿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朝我行跡, 遂作後人程. |
눈을 뚫고 들판 길을 걸어가노니,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를 말자. 오늘 내가 밟고 간 이 발자국이, 뒷사람이 밟고 갈 길이 될 테니. 천설야중거, 불수호란행. 금조아행적, 수작후인정. |
이양연(李亮淵·1771~1853) 야설(野雪) |
雪野中行의 의미와 이양연의 인생 철학
雪野中行(설야중행)이라는 시구를 시작으로 이양연(李亮淵)의 작품은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깊은 인간사의 철학적 의미와 가르침을 담고 있다. 이 시는 한눈에 보기에 마치 눈 덮인 들판을 걷는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지만, 사실 그 속에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숨어 있다. 이양연 선생은 그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동시에, 그 길이 뒤따르는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의 시는 단순한 자연의 묘사를 넘어서,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찰을 담고 있는 것이다.
설원의 길을 걷는 의미
이 시는 "穿雪野中去" (천설야중거)라는 첫 구절에서부터 시작된다. 雪野는 눈 덮인 들판을 의미하는데, 이는 단순한 자연의 풍경을 넘어 청정하고 고요한 정신적 공간을 나타낸다. 雪(눈)은 항상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주며, 그 속에서 인생을 생각하는 것은 마치 모든 번뇌와 욕망을 씻어내고, 본래의 순수한 본성을 되찾으려는 노력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양연은 눈 덮인 들판에서 자신이 걷는 길의 의미를 되새기며, 그것이 단순히 자신의 발자국이 아닌 후세의 발자국으로 이어질 것임을 깨닫는다.
그는 눈길을 걷는 중에도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이라며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 말라고 당부한다. 여기서 胡亂(호란)은 마치 무심코 걷거나, 어지럽게 걸어 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오늘 내가 밟고 간 발자국이, 후에 올 이들이 밟을 길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자신의 행로에 책임감을 느낀다. 이러한 태도는 단순히 눈길을 걷는 행위에서 벗어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교훈을 던진다. 그는 후세의 사람들을 위한 길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후세를 위한 길을 만드는 삶
"今朝我行跡, 遂作後人程." (금조아행적, 수작후인정)에서 今朝는 지금을 뜻하며, 後人程은 후세를 의미한다. 즉,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후에 올 이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양연(李亮淵)은 마치 설원을 걷는 것처럼, 자신이 남길 길에 대한 생각을 깊이 새기며 살아간다. 눈에 남겨진 발자국은 단지 그 순간을 위한 것이 아니며, 그것이 지나간 뒤에 다시 그 발자국을 밟게 될 사람들에게 길을 내는 역할을 한다.
이양연(李亮淵)의 시는 단순히 자신을 돌아보는 게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오늘 내가 밟고 간 길이, 후세가 가는 길이 된다”는 말은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순간 순간이 모두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결국에는 우리의 발자국이 후에 올 누군가에게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순수한 마음으로 걷는 길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이다. 그는 눈길을 걷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길을 정직하고 꾸밈없이 걸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 길이 나만의 길일지라도, 뒤따를 사람들의 길을 위해서라도 정직하게 걸어야 한다. 이는 우리 인생의 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길이 비록 외롭고 고통스러워 보일지라도, 진실하고 착한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이 후세를 위한 길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양연(李亮淵)은 이러한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인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길을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때로는 그 길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으며, 때로는 타인을 위한 길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결론
이양연(李亮淵)의 《雪野中行》(설야중행)은 단순한 자연을 노래하는 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의미와 후세를 위한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철학적 명상의 표현이다. "오늘 내가 밟고 간 발자국이, 후에 올 이들이 밟을 길이 된다"는 깊은 통찰은 우리의 일상에서 늘 염두에 두어야 할 중요한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이양연은 단순히 눈길을 걷는 사람이 아닌, 자신의 삶을 통해 후세의 길을 예비하는 지혜로운 삶의 길을 제시한 시인이다.
그는 우리가 눈 속에 남긴 발자국이 단순히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이 후세의 거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깊은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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