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법 법, 如 같을 여, 是 이 시, 足 발 족
한(漢)나라 때 문제(文帝)께서 황금빛 찬란한 마차를 타고 도성(都城)을 순시하고 계셨다. 그날따라 날씨도 좋고, 구름도 하늘에서 ‘문제(文帝) 만세(萬歲)!’를 외치는 듯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때, 다리 밑에서 한 백성(百姓)이 불쑥 튀어나온 게 아닌가. 문제(文帝)의 말이 화들짝 놀라 꽈당, 문제(文帝)도 덩달아 휘청! 큰일 날 뻔했다. 하마터면 '문제(問題)'가 될 뻔했다.
백성은 이제 황제(皇帝)께서 지나가셨겠지 하고 나왔다가 놀라서 허겁지겁 달아났다. 하지만 결국 붙잡혔다. 이 백성이 끌려온 곳은 정위(廷尉) 장석지(張釋之)의 법정. 문제께서 말씀하시길, “이 자가 감히 나를 놀래키다니, 죄가 무겁다! 크게 다칠 뻔했단 말이다!”
장석지(張釋之)는 ‘아이고, 오늘도 일이 또 커졌군’ 생각하면서 침착하게 말했다. “법은 천자(天子)와 백성(百姓)이 함께하는 공공의 것 아닙니까? 더 큰 벌을 주면 백성들이 법을 두려워하겠지요. 벌금형(罰金刑)으로 다스리는 것이 적당합니다.” 문제는 “내가 다칠 뻔했다니까!”라며 한참 성을 냈으나, 장석지(張釋之)는 흔들림 없었다. “폐하, 그 자리에서 그를 베셨으면 모를까, 제게 맡기셨으니 저는 법의 저울을 달았을 뿐입니다.” 결국 문제(文帝)도 “그래, 네 말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首肯)했다.
여기서 한 가지 교훈이 있다. 감정(感情)에 치우쳐서 법의 저울질을 어지럽히지 말라.
얼마 후 또 사건이 터졌다. 누가 한고조(漢高祖) 사당(祠堂)에 있는 옥환(玉環)을 슬쩍한 것이다. 이건 보통 도둑질이 아니다. 종묘(宗廟)에 손을 댄 건 엄청난 죄였다. 또 다시 장석지(張釋之)가 이 사건을 맡았다. 장석지(張釋之)는 법에 따라 사형을 선고했다. ‘종묘(宗廟)의 물건을 훔쳤으니 그 정도는 받아야지.’
그런데 문제(文帝)는 삼족(三族)을 멸해도 시원찮을 놈을 고작 사형(死刑)에 그치다니 어찌 된 것이냐고 펄쩍 뛰었다. “종묘(宗廟)를 모독한 자를 가볍게 다스리면, 내가 고조(高祖)를 받드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이번에도 장석지(張釋之)의 철학(哲學)이 빛을 발했다. 그는 관(冠)을 벗어들며 말했다. “폐하, 법으로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法如是足 법여시족]. 고작 옥환(玉環) 하나 훔쳤다고 족멸(族滅)을 하신다면, 다음에 어리석은 백성이 고조(高祖) 묘의 한 줌 흙이라도 파낸다면 어떤 법을 더 하시렵니까?”
결국 문제(文帝)도 장석지(張釋之)의 논리에 또 한 번 수긍했다. ‘법을 지키는 것이 임금이 해야 할 일이다. 감정이 앞서면 안 된다’고 깨달았다.
문제(文帝)는 성격은 아주 급했다. 뭐가 마음에 안 들면 당장 '저 놈을 베어라!' 했고, 신하들이 당황하기 일쑤였다. 반면 장석지(張釋之)는 한결같이 차분하고 침착했다. ‘법대로 합시다.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라는 자세로 일관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가끔 법정에 올라가는 이들이 자기 잘못을 마치 "그럴 수도 있잖아"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곤 한다. 그러나 장석지(張釋之)라면 분명 이렇게 말할 것이다. “법대로 하면 벌금이다. 법대로 하면 사형이다. 그렇지 않으면 법의 권위(權威)는 어디에 있는가?”
오늘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이건 그냥 말이 아니다. 장석지(張釋之)가 수천 년 전부터 목소리를 높였던 그 말이다. 황제(皇帝)가 다칠 뻔했든, 종묘(宗廟)의 보물이 도난당했든, 법을 무겁게만 적용할 수는 없다. 백성들은 법이 공평하다고 느낄 때, 법을 지킨다.
어느 기업 총수가 탈세(脫稅)를 저지르고, 명백한 위법 행위를 했을 때, 사람들은 분노한다. 당장 감옥에 쳐넣으라 한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속이 시원할 것이다. 하지만 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법대로 가야 한다. 감정에 휩쓸려 ‘죄가 미우니 더 때리자’ 하면 기준이 흔들린다. 법은 국가의 위의(威儀)다. 법이 존중받아야 국가가 바로 선다.
법의 저울은 황금(黃金)도 아니고, 진주(珍珠)도 아니다. 그건 ‘정의(正義)’다. 법의 저울은 무겁게도 가볍게도 조정할 수 있다. 장석지(張釋之)가 말했듯이, 그 저울을 조작하면 백성들이 법을 믿지 않는다. 결국 모든 사람이 피해를 본다.
오늘의 교훈! 감정에 치우쳐선 안 된다. ‘내가 더 높으니 너를 짓밟을 수 있다’는 생각은 어리석다. 법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해야 한다. 장석지(張釋之)가 황제(皇帝) 앞에서 당당히 말한 것처럼, ‘법대로 합시다’.
지금 사회에서 ‘법의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보자. 얄밉고 때리고 싶어도 참는 게 국가를 위한 길이다. 장석지(張釋之)가 있던 한(漢)나라에서나, 21세기 대한민국(大韓民國)에서나 진리(眞理)는 같다. 법의 저울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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