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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숯파는 일[賣炭苦 매탄고]

오늘 漢詩 한 수/9월의 漢詩

by 진현서당 2024. 9. 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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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숯파는 일[賣炭苦 매탄고]

 



賣炭何苦業,
賣炭無餘粮.
身無立錐地,
本業非農桑.
朝入山中伐山木,
暮劚深坑燒碧炭.
飛灰入面狀貌黑,
烈焰燻身流赭汗.
十指如鉤肌膚裂,
短褐懸鶉不掩脚.
辛勤擔負入城市,
凍脚無力行欹傾.
兒童亂街拍手笑,
山鬼何能臻紫陌.
今年無氷炭不貴,
足徧東西終未鬻.
歸來妻怨子啼飢,
仰訴皇天天漠漠.
人生賦命各有差,
請見朱門臭酒肉.



숯 파는 일 얼마나 고생인가,
숯 팔아도 남은 양식이 없어라.
자신은 작은 땅 한 뙈기 없으니,
본업은 농사와 양잠이 아닐세.
아침엔 산속에 들어가 나무를 베고,
저녁엔 구덩이 파서 숯을 굽는다.
나는 재 얼굴에 묻어 용모는 검고,
뜨거운 불길 몸을 데워 땀은 줄줄.
열 손가락은 쇠갈고리 피부는 거칠고,
허름한 옷 너덜너덜 다리도 못 가린다.
고생스레 숯을 지고 저잣거리에 들어가니,
추위에 언 다리 힘 없어 쓰러질 듯 걷네.
아이들은 거리에 모여 손뼉 치며 웃나니,
산귀신이 어이하여 이 대로에 왔느냐고.
올해는 날씨가 푸근해 숯이 귀하지 않아,
동쪽 서쪽 다 다녀도 하나도 팔지 못했구나.
돌아오매 아내는 원망하고 아이는 배고파 우니,
우러러 호소해도 하늘은 아득하기만 해라.
사람의 타고난 운명이 저마다 다르니,
술과 고기 냄새 풍기는 고대광실을 보라.


매탄하고업, 매탄무여량.
신무립추지, 본업비농상.
조입산중벌산목, 모촉심갱소벽탄.
비회입면상모흑, 열염훈신류자한.
십지여구기부렬, 단갈현순불엄각.
신근담부입성시, 동각무력행의경.
아동란가박수소, 산귀하능진자맥.
금년무빙탄불귀, 족변동서종미죽.
귀래처원자제기, 앙소황천천막막.
인생부명각유차, 청견주문취주육.
이응희(李應禧·1579~1651) 숯장수의 고생[賣炭苦 매탄고] 옥담사집(玉潭私集)

 

 

이 이야기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시대와 인물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과 책임의 문제를 재치 있게 꼬집는다. 먼저 우리는 숯장수 이야기로 돌아간다. 검댕이 가득한 얼굴, 말라 버린 손가락, 거친 피부, 허름한 옷까지. 이런 비참한 모습을 한 숯장수를 시장의 아이들은 "산귀신(山鬼神)"이라며 놀려댄다. 문제는 날씨가 따뜻해지니 숯마저 잘 팔리지 않아서, 그저 가난의 늪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한탄은 하늘로 날아가지만, 무심한 하늘은 묵묵부답(黙黙不答). 반면, 잘 사는 사람들은 술과 고기를 배불리 먹으며 지내는 이 불공평한 세상. 옥담(玉潭)은 이런 숯장수의 신세를 신랄하게 그려냈다. 정말로, 이 숯장수의 삶은 '비참(悲慘)'이라는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을까?

전국시대(戰國時代)에 맹자(孟子)가 평륙(平陸)이라는 지방을 방문한 적이 있다. 거기서 맹자(孟子)는 평륙(平陸)의 대부(大夫)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만약 당신의 병사(兵士)가 하루에 세 번이나 대오(隊伍)를 이탈하면 죽여야 합니까, 살려야 합니까?” 대부(大夫)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세 번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 전에 처벌할 것이다."

맹자(孟子)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大夫)에게 날카로운 반격을 가한다. “그렇다면 당신이 대오(隊伍)를 이탈한 경우는 어찌 된 일입니까? 흉년(凶年)으로 기근(飢饉)이 든 해에, 당신의 백성들은 굶어 죽어 구렁에 버려졌고, 건강한 사람들은 사방으로 흩어졌지 않습니까? 도대체 몇천 명의 백성들이 굶주려 죽었습니까?” 이 대사는 맹자(孟子) 특유의 기민한 비유법을 보여준다. 맹자(孟子)는 대부(大夫)의 실정(失政)을 병사(兵士)의 대오(隊伍) 이탈(離脫)과 똑같이 보고, 위정자가 백성을 돌보지 못하면 마치 병사가 자신의 임무를 저버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은 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하나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이 무심한 권력자들에 의해 쉽게 잊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숯장수의 신세가 비참한 이유는 단순히 그가 가난해서가 아니라, 그의 고통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맹자가 강조하는 또 다른 교훈은, 지도자의 책임은 병사의 직분처럼 엄중하다는 것이다. 병사는 대오를 이탈하면 처벌받지만, 위정자가 백성을 버리는 일은 어찌 그리도 관대하게 용서받는가?

결국, 이 이야기는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숯장수는 비록 가난하지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다. 반면, 대부(大夫)는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백성을 버린다. 맹자(孟子)는 그 불공평을 예리하게 지적하며, "위정자(爲政者)도 백성을 버리는 대오 이탈을 하면 처벌받아야 하지 않느냐"는 비유로 권력자(權力者)들에게 경종(警鐘)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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