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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괴석(怪石)

오늘 漢詩 한 수/9월의 漢詩

by 진현서당 2024. 9. 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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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괴석(怪石)

 



窓間一蝨懸,
目定車輪大.
自我得此石,
不向花山坐.



이 한 마리를 창가에 매달아 놓고,
뚫어지게 바라보면 수레바퀴처럼 커 보이네.
이 돌을 얻은 뒤로 나는 더 이상,
화산(花山) 쪽으로 앉지도 않는다.


창간일슬현, 목정차륜대.
자아득차석, 불향화산좌.

최립(崔岦·1539~1612)

 


선조
(宣祖) 시대의 저명한 문인 간이(簡易) 최립(崔岦, 1539~1612)은 젊은 시절 황해도 옹진군(甕津郡)에서 벼슬살이를 했다. 그때 최립은 명산(名山)을 보러 다닐 필요가 없다고 선언했다. 왜냐하면, 작은 괴석(怪石) 하나를 관아(官衙)에 들여놓았기 때문이다. 이 괴석(怪石)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으면, 그 돌멩이가 점점 커져서 마치 화산(花山)처럼 거대하게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최립(崔岦)이 주장한, "명산(名山) 구경을 방구석에서 끝내는 법"이다!

최립(崔岦)의 이 기발한 발상은 옛날 기창(紀昌)이라는 사람의 일화(逸話)에서 영감(靈感)을 얻었다. 기창(紀昌)은 활쏘기 명인(名人)이 되기 위해 이[] 한 마리를 소털에 묶어 창가에 매달아 두고 매일 뚫어지게 쳐다봤다. 처음엔 작디작은 이[]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가 점점 커져서 나중엔 수레바퀴만큼 커 보였고, 기창(紀昌)은 결국 그 커다란 이[]를 활로 정확히 쏘아 맞췄다고 한다. 심장(心臟)을 관통했을 정도니, 집중력과 집념이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최립(崔岦)은 이 일화(逸話)를 통해 한 가지 일에 오로지 집중하면, 작고 하찮은 것도 거대하게 느껴질 때가 온다는 진리를 전하고 있다. 바닷가의 외진 고을에서 매일 괴석(怪石)을 바라보며 "내가 명산(名山)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외친 최립(崔岦)의 마음에는, 거장(巨匠)이 되겠다는 결의(決意)와 몰입(沒入)이 서려 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일화(逸話)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누구나 인생의 창가에 작은 이[] 한 마리쯤은 매달아 두고 살아간다. 처음에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겠지만, 그것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응시하다 보면, 언젠가는 수레바퀴처럼 거대하게 보이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가 바로 우리의 능력을 시험할 순간이기도 하다.

최립(崔岦)"한 우물만 파면 거장(巨匠)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유머러스하게 전달했다. 작은 돌이 산()처럼 보일 때까지, 작은 이[]가 수레바퀴만큼 커질 때까지, 우리도 인생의 목표를 향해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일이라도 제대로 보면 그것이 전부가 된다"는 이 놀라운 통찰을 통해, 그는 현대에도 통하는 교훈을 전해준다.

그러니 우리도 인생의 괴석(怪石)을 하나쯤 찾아서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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