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서당지 제25호 직하지학(稷下之學)

중국 전국시대 제(齊)나라 도읍의 서문(西門)인 직문(稷門) 근처에 모인 학자들의 학문

 

稷 : 기장 직
下 : 아래 하
之 : 어조사 지
學 : 배울 학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제후국(諸侯國)들이 저마다 독립적인 세력으로 성장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왕과 귀족들만의 혈연관계에 의존하던 시절은 지나가고, 이제는 유능한 인재를 찾아야만 했다. 여기서 등장한 것이 유세가(遊說家), 즉 자신의 지혜와 논변으로 왕들의 마음을 움직여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 시기는 여러 학문과 사상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던 시기였다. 유가(儒家), 도가(道家), 묵가(墨家), 법가(法家) 등 다양한 학문이 제후국(諸侯國)들의 후원을 받아 서로 경쟁하며 성장했다. 학문적 토론이 활발해진 결과, 제자백가(諸子百家)라는 다양한 사상가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제(齊)나라의 학문 요람, 직하지학(稷下之學)

 

전국 7웅(七雄)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제나라(齊國)는 학문과 사상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제(齊)나라의 왕들은 특히 위왕(威王), 선왕(宣王), 그리고 양왕(襄王)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자와 유세가(遊說家)들을 모아들였다. 이들은 직문(稷門) 근처의 학궁(學宮)에 모여들어 학문적 토론을 벌였고, 이로 인해 직하지학(稷下之學)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되었다.

직하학궁(稷下學宮)은 그야말로 학문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천국이었다. 이곳에서는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나 입학할 수 있었으며, 학비는 국가가 부담했다. 그러니까 학문만 깊이 파고들고 싶으면, 제(齊)나라에서 공짜로 공부할 수 있었던 셈이다! 아, 얼마나 부러울지. 학문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되었으니, 맹자(孟子) 같은 위대한 인물들도 이곳을 찾아왔다.

 

직하지학(稷下之學)의 자유로운 분위기

 

직하지학(稷下之學)의 교사 선발은 더욱 혁신적이었다. 신분을 따지지 않고, 오로지 능력만을 기준으로 교사를 뽑았다. 직하학궁(稷下學宮)의 책임자는 제주(祭酒)라고 불렸는데, 그들은 학문적으로 깊이가 있고, 덕망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교사로 초빙되면 모두가 상대부(上大夫)의 녹을 받을 수 있었다니, 직하학궁(稷下學宮)의 교사 자리도 무척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이런 자유롭고 혁신적인 분위기 덕분에 제(齊)나라는 수많은 인재를 보유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학문과 사상의 중심지가 되었다. 당시 추연(騶衍), 순우곤(淳于髡), 신도(愼到), 전변(田騈), 추석(騶奭) 같은 각국의 학자들이 이곳에 모여들어 서로 논진을 펼쳤고, 그들 모두가 제(齊)나라에서 상대부(上大夫)의 녹(祿)을 받으며 학문을 연구했다.

 

직하학궁(稷下學宮)의 위대한 인물들

 

이 중에서도 맹자(孟子)는 제(齊)나라의 학문적 발전에 큰 기여를 했고, 또 순경(荀卿)은 직하지학(稷下之學)의 장로(長老)가 되어 이곳에서 학문을 지도하였다. 직하학궁(稷下學宮)은 말 그대로 사상가와 학자들의 “지적(知的) 유토피아”였던 셈이다. 신분이 아닌 능력을 중심으로 학문을 평가하니, 수많은 인재가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탄생한 다양한 사상들은 제자백가로서 후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제나라의 부국강병(富國强兵)은 뛰어난 인재들과 학문적 토대 덕분에 가능했으며, 직하학궁(稷下學宮)의 존재는 제나라가 당시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결론: 지적 혁명의 중심지, 직하지학(稷下之學)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시대였지만, 동시에 사상과 학문의 꽃이 피어난 시대였다. 그 중심에는 제(齊)나라와 직하지학(稷下之學)이 있었다. 지식을 향한 끝없는 열정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 그리고 능력을 존중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이 있었기에 제자백가(諸子百家)의 다채로운 사상이 가능했다.

그러니 우리도 한 번쯤 직하학궁(稷下學宮)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상상해보자. 신분 따지지 않고 오로지 능력으로 평가받는 그곳에서 학문을 탐구하는 학자들의 모습은 어쩌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상적인 지적 환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