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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사마휘가 다시 이름난 선비를 추천하고 유현덕이 삼고초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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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三十七回

司馬徽再薦名士 劉玄德三顧草廬

 

37

사마휘가 다시 이름난 선비를 추천하고 유현덕이 삼고초려하다.

 

卻說徐庶趲程赴許昌曹操知徐庶已到遂命荀彧程昱等一班謀士往迎之庶入相府拜見曹操操曰公乃高明之士何故屈身而事劉備乎庶曰某幼逃難流落江湖偶至新野遂與玄德交厚老母在此幸蒙慈念不勝愧感操曰公今至此正可晨昏侍奉令堂吾亦得聽清誨矣

 

한편, 서서가 길을 재촉하여 허창에 이르렀다. 조조는 서서가 이미 온 것을 알고 순욱과 정욱 등에게 모사들을 한 무리 거느리고 나가서 그를 맞이하라고 명했다. 서서가 승상부에 들어가 조조에게 인사를 하니, 조조가 말하기를,

 

그대는 고명한 선비이거늘 무슨 까닭으로 몸을 굽혀 유비를 섬겼소?”

 

했다. 서서가 말하기를,

 

제가 어려서부터 난을 피해 강호를 떠돌다가 우연히 신야에 이르러 마침내 현덕과 교분이 두터워졌습니다. 노모께서 여기에 계신데 다행히 승상께서 돌봐주시는 은혜를 입어 부끄러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하니, 조조가 말하기를,

 

그대가 이제 여기에 왔으니 아침 저녁으로 모친을 모시게 되고, 나도 또한 가르침을 듣게 됐소.”

 

했다.

 

庶拜謝而出急往見其母泣拜於堂下母大驚曰汝何故至此庶曰近於新野事劉豫州因得母書故星夜至此徐母勃然大怒拍案罵曰辱子飄蕩江湖數年吾以爲汝學業有進何其反不如初也汝既讀書須知忠孝不能兩全豈不識曹操欺君罔上之賊劉玄德仁義布於四海況又漢室之胄汝既事之得其主矣今憑一紙偽書更不詳察遂棄明投暗自取惡名真愚夫也吾有何面目與汝相見汝玷辱祖宗空生於天地間耳

 

서서가 절하여 사례하고 나가서, 서둘러 노모를 찾아가서 만나 대청 아래에서 눈물을 흘리며 절을 했다. 노모가 크게 놀라서 말하기를,

 

네가 무슨 까닭으로 여기에 왔느냐?”

 

하니, 서서가 말하기를,

 

요사이에 신야에서 유예주를 모시다가 어머니 편지를 받고 밤을 새워 여기에 왔습니다.”

 

했다. 서서의 어머니가 발끈 크게 성을 내어 탁자를 내리치며 꾸짖기를,

 

가문을 더럽힌 놈아! 강호를 몇년간 떠돌아다니기에 나는 네가 학업에 정진하는 줄 알았거늘, 어찌 도리어 처음 먹은 마음과 같지 않느냐! 네가 이미 책을 읽어 충과 효를 함께 다할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인데, 어찌 조조가 기군망상(欺君罔上)하는(임금을 속이는) 역적인 것을 몰랐느냐? 유현덕은 인의를 사해에 베풀고 더욱이 한실의 후예이거늘, 네가 그분을 섬긴 것은 참 주인을 만난 것이었다. 지금 한장의 거짓 편지를 자세히 살피지도 않았으니, 결국 밝음을 버리고 어둠에 빠져서 스스로 악명을 얻었으니 참으로 못난 놈이구나! 내가 무슨 낯으로 너를 보겠느냐! 네가 조상을 더럽히고 천지간에 헛살았을 뿐이다!”

 

하였다.

 

罵得徐庶拜伏於地不敢仰視母自轉入屏風後去了少頃家人出報曰老夫人自縊於梁間徐庶慌入救時母氣已絕後人有徐母贊賢哉徐母流芳千古守節無虧於家有補教子多方處身自苦氣若丘山義出肺腑贊美豫州毀觸魏武不畏鼎鑊不懼刀斧唯恐後嗣玷辱先祖伏劍同流斷機堪伍生得其名死得其所賢哉徐母流芳千古

 

욕을 먹은 서서가 땅에 엎드려 절한 채 감히 고개를 들어 보지 못했다. 노모가 병풍 뒤로 돌아서 가버렸다. 잠시 뒤에 하인이 나와 알리기를,

 

노부인께서 스스로 대들보에 목을 매셨습니다!”

 

했다. 서서가 황급히 들어가 구하려 했을 때는 모친의 기맥이 이미 끊어졌다. 뒷날 어떤 사람이 <서서 어머니를 찬양함>이라는 시를 지어 이르기를,

 

어질도다. 서서의 모친이여. 꽃다운 이름 천고에 흘러 전하리! 절개를 지켜서 이지러지지 않고, 집안을 빛냈구나. 아들에게 이것저것 가르치고, 제몸은 스스로 고생했네. 기백은 산과 같고, 의기는 깊은 마음속에서 나오네. 유예주를 찬미하고, 위나라 무제를 낮추어 보았구나. 솥에 삶아 죽인들 두려워하지 않고, 칼로 베어도 무서워하지 않네. 오로지 두려운 것은 후사이니, 선조를 욕되게 할까 걱정했네. 칼에 엎어져 죽은 이와 동류이고, 베틀을 자른 맹자 모친과 나란하네. 살아서 그 이름을 얻고, 죽어서 그 할 바를 이루었네. 어질도다! 서서의 모친! 꽃다운 이름이 천고에 흐르리라!”

 

하였다.

 

徐慮見母已死哭絕於地良久方蘇曹操使人齎禮吊問又親往祭奠徐庶葬母柩於許昌之南原居喪守墓凡曹操所賜庶俱不受時操欲商議南征諫曰天寒未可用兵姑待春暖方可長驅大進操從之乃引漳河之水作一池名玄武池於內教練水軍准備南征

 

서서가 노모의 죽음을 보고 울다가 바닥에 혼절하여 한참 지나서 겨우 깨어났다. 조조가 사람을 보내 예물을 갖춰 조문하고 또 친히 찾아와 영전에 제물을 바쳤다. 서서가 노모를 허창의 남쪽 언덕에 장사지내고 상을 치루어 무덤을 지켰다. 조조가 하사하는 것들은 모두 받지 않았다. 그때 조조가 남쪽을 정벌할 것을 상의하고자 하니, 순욱이 간언하기를,

 

날이 추워서 아직 용병할 수 없습니다. 따뜻한 봄날이 되기를 잠시 기다리면 거침없이 크게 진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했다. 조조가 그 말에 따라, 장하(漳河)의 물을 끌어들여 못을 만들어 현무지(玄武池)라 부르고 그 안에서 수군을 교련하며 남쪽 정벌을 준비했다.

 

卻說玄德正安排禮物欲往隆中謁諸葛亮忽人報門外有一先生峨冠博帶道貌非常特來相探玄德曰此莫非即孔明否遂整衣出迎視之乃司馬徽也玄德大喜請入後堂高坐拜問曰備自別仙顏因軍務倥傯有失拜訪今得光降大慰仰慕之私徽曰聞徐元直在此特來一會玄德曰近因曹操囚其母似母遣人馳書喚回許昌去矣徽曰此中曹操之計矣吾素聞徐母最賢雖爲操所囚必不肯馳書召其子此書必詐也元直不去其母尚存今若去母必死矣

 

한편, 현덕이 예물을 마련하여 융중으로 제갈량을 찾아가려는데 문득 사람이 알리기를,

 

문밖에서 높은 갓과 넓은 띠 차림으로 도학자 같이 용모가 남다른 한 선생이 일부러 찾아왔다고 합니다.”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그는 바로 공명이 아니겠는가?”

 

하고, 옷을 차려 입고 나가 맞이해 보니 곧 사마휘였다. 현덕이 크게 기뻐하며 후당으로 불러들여 높은 데 앉게 하고 절하며 묻기를,

 

제가 신선같은 얼굴을 작별한 뒤 군무가 바빠 찾아뵙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왕림해 주시니 저의 우러르던 마음에 크게 위로가 됩니다.”

 

하니, 사마휘가 말하기를,

 

서원직이 여기에 있다기에 특별히 찾아왔습니다.”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이번에 조조가 그 모친을 잡아 가두고 모친이 글을 보낸 것으로 하여 허창으로 불러서 갔습니다.”

 

하니, 사마휘가 말하기를,

 

이것은 조조의 계책에 빠진 것입니다! 제가 평소에 듣자니 그 모친이 아주 어질어서 비록 조조에게 갇혔어도 반드시 글을 보내 아들을 부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글은 틀림없이 가짜입니다. 서원직이 가지 않았으면 그 모친이 아직 살아있을 것이나, 갔다면 모친은 반드시 죽었을 것입니다.”

 

했다.

 

玄德驚問其故徽曰徐母高義必羞見其子也玄德曰元直臨行薦南陽諸葛亮其人若何徽笑曰元直欲去自去便了何又惹他出來嘔心血也玄德曰先生何出此言徽曰孔明與博陵崔州平潁川石廣元汝南孟公威與徐元直四人爲密友此四人務於精純惟孔明獨觀其大略嘗抱膝長吟而指四人曰公等仕進可至刺史郡守衆問孔明之志若何孔明但笑而不答每常自比管仲樂毅其才不可量也玄德曰何潁川之多賢乎徽曰昔有殷馗善觀天文嘗謂群星聚於潁分其地必多賢士’”

 

현덕이 놀라서 그 까닭을 물으니, 사마휘가 말하기를,

 

서서의 모친은 의기가 높아서 반드시 아들을 보고 부끄러워할 것입니다.”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원직이 떠날 때 남양의 제갈량을 천거했습니다. 그 사람은 어떻습니까?”

 

하니, 사마휘가 웃으며 말하기를,

 

원직이 가려고 했으면 제 혼자 가버리면 그만이지, 어째서 또 다른 사람을 나오게 해서 심혈을 쏟게 했을까요?”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선생께서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하니, 사마휘가 말하기를,

 

공명은 박릉의 최주평, 영천의 석광원, 여남의 맹공위와 서원직 등 네 사람과 친밀하게 사귀었습니다. 이 네 사람은 정밀하고 순수하기에 힘썼지만, 오직 공명은 홀로 원대한 전략을 살폈습니다. 일찍이 그가 무릎을 안고 길게 읊조리더니 네 사람을 가리켜 말하기를, ‘그대들이 벼슬을 하면 자사나 군수가 될 수 있겠소.’했습니다. 그들이 공명의 뜻은 어떠냐고 물었지만 공명은 웃을 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스스로를 관중과 악의에 견주었는데, 그 재주를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어찌하여 영천에는 어진 이가 많습니까!”

 

하니, 사마휘가 말하기를,

 

예전에 은규가 천문을 잘 보았는데, 일찍이 말하기를, ‘뭇별이 영천의 하늘 자리에 모였으니 그 땅에 틀림없이 어진 선비가 많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했다.

 

時雲長在側曰某聞管仲樂毅乃春秋戰國名人功蓋寰宇孔明自比此二人毋乃太過徽笑曰以吾觀之不當比此二人我欲另以二人比之雲長問那二人徽曰可比興周八百年之薑子牙旺漢四百年之張子房也衆皆愕然徽下階相辭欲行玄德留之不住徽出門仰天大笑曰臥龍雖得其主不得其時惜哉言罷飄然而去玄德歎曰真隱居賢士也

 

이때 운장이 옆에 있다가 말하기를,

 

제가 듣자니 관중과 악의는 바로 춘추 전국시대의 이름난 사람들로서 그 공적이 천하를 덮었습니다. 공명이 자신을 그 두 사람에 견주다니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닙니까?”

 

하니, 사마휘가 웃으며 말하기를,

 

제가 보기에 그 두 사람과 견주는 것은 부당합니다. 저는 다른 두 사람으로 그와 견주고 싶습니다.”

 

했다. 운장이 묻기를,

 

어떤 두 사람이지요?”

 

하니, 사마휘가 말하기를,

 

주나라 8백년을 일으킨 강자아(강태공), 한나라 4백년을 꽃피운 장자방(장량)에 견줄 수 있습니다.”

 

했다. 모두가 깜짝 놀랐다. 사마휘가 계단을 내려가 작별하고 떠나려고 했다. 현덕이 더 붙잡아도 소용없었다. 사마휘가 문을 나서서 하늘을 우러러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와룡이 비록 그 주인을 만났으나 그 때를 얻지 못했으니 아깝도다!”

 

했다. 말을 마치고 훌쩍 떠나버렸다. 현덕이 감탄해 말하기를,

 

참으로 숨어지내는 어진 선비로다!”

 

했다.

 

次日玄德同關張並從人等來隆中

 

이튿날 현덕이 관우, 장비와 하인들을 데리고 융중으로 찾아갔다.

 

遙望山畔數人荷鋤耕於田間而作歌曰

 

蒼天如圓蓋陸地似棋局

世人黑白分往來爭榮辱

榮者自安安辱者定碌碌

南陽有隱居高眠臥不足

 

멀리 바라보니 산자락의 밭에서 몇 사람이 괭이로 밭을 갈며 노래하기를,

 

푸른 하늘은 둥근 지붕 같고, 땅은 바둑판 같네.

사람들은 흑백을 가려서, 오고가며 영욕을 다투는구나.

영화란 스스로 평안해 하면 그만이고, 치욕이란 하찮은 것이라네.

남양에 숨어살며, 높이 베개를 해 잠들어도 족하지 않느냐!”

 

라고 했다.

 

玄德聞歌勒馬喚農夫問曰此歌何人所作答曰乃臥龍先生所作也玄德曰臥龍先生住何處農夫曰自此山之南一帶高岡乃臥龍岡也岡前疏林內茅廬中即諸葛先生高臥之地玄德謝之策馬前行

 

현덕이 노래를 듣고 말을 세워 농부를 불러 묻기를,

 

그 노래는 누가 지었소?”

 

하니, (농부가) 대답하기를,

 

와룡선생이 지었습니다.”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와룡선생은 어디에 사시오?”

 

하니, 농부가 말하기를,

 

이 산 남쪽에 높은 언덕이 하나 있는데, 바로 와룡강(와룡 언덕)입니다. 언덕 앞 나무가 듬성듬성한 숲속 초가집이 바로 제갈선생이 높이 베개를 하고 누운 곳입니다.”

 

했다. 현덕이 사례하고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갔다.

 

不數裏遙望臥龍岡果然清景異常

 

몇리 못 가서 멀리 와룡의 언덕이 보이는데 과연 맑은 풍경이 빼어났다.

 

後人有古風一篇單道臥龍居處詩曰

 

襄陽城西二十裏一帶高岡枕流水

高岡屈曲壓雲根流水潺湲飛石髓

勢若困龍石上蟠形如單鳳松陰裏

柴門半掩閉茅廬中有高人臥不起

修竹交加列翠屏四時籬落野花馨

床頭堆積皆黃卷座上往來無白丁

叩戶蒼猿時獻果守門老鶴夜聽經

囊裏名琴藏古錦壁間寶劍掛七星

廬中先生獨幽雅閑來親自勤耕稼

專待春雷驚夢回一聲長嘯安天下

 

뒷날 사람이 고풍(고시) 한 편을 지어 와룡의 거처를 읊었다. 그 시에 이르기를,

 

양양성 서쪽으로 이십 리에, 높은 언덕이 흐르는 시냇물을 베개 삼았구나.

높은 언덕 굽이 따라 구름 피어오르고, 시냇물 졸졸졸 징검다리를 지나네.

기세는 곤한 용이 돌 위에 또아리를 튼듯하고, 형상은 봉황새가 소나무 그늘에 앉은 것 같네.

초가집 사립문이 반쯤 닫혔고, 그 속에 고결한 선비가 누워 일어나지 않는구나.

밋밋한 대나무 병풍같이 늘어서고, 철마다 울타리에 들꽃 향기가 떨어지네.

침상머리 쌓인 것은 모두 책들인데, 자리 위에 오가는 손님은 백성이 아니라네.

문을 두들겨 원숭이가 열매를 바치고, 문 지키는 늙은 학은 한밤 경전 읽는 소리를 듣네.

집속의 좋은 거문고는 오래된 비단에 싸였고, 벽에 걸린 보검은 북두칠성처럼 빛나는구나.

초가집에 선생은 홀로 그윽하고 품위있는데, 한가하게 몸소 부지런히 밭 갈고 씨뿌리네.

오로지 봄날 우레가 꿈 깨우기를 기다려, 긴 휘파람 한소리에 천하를 평안케 하리라.”

 

하였다.

 

玄德來到莊前下馬親叩柴門一童出問玄德曰漢左將軍宜城亭侯領豫州牧皇叔劉備特來拜見先生童子曰我記不得許多名字玄德曰你只說劉備來訪童子曰先生今早少出玄德曰何處去了童子曰蹤跡不定不知何處去了玄德曰幾時歸童子曰歸期亦不定或三五日或十數日玄德惆悵不已張飛曰既不見自歸去罷了玄德曰且待片時雲長曰不如且歸再使人來探聽玄德從其言囑付童子如先生回可言劉備拜訪

 

현덕이 집앞에 이르러 말에서 내려 몸소 사립문을 두들기자 한 동자가 나와서 물었다. 현덕이 말하기를,

 

한나라 좌장군 의성정후 영예주목 황숙 유비가 특별히 선생께 인사 드리러 왔다고 해라.”

 

하니, 동자가 말하기를,

 

이름이 너무 길어서 제가 기억할 수가 없습니다.”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유비가 찾아왔다고만 전해라.”

 

하니, 동자가 말하기를,

 

선생께서 오늘 일찍 외출하셨습니다.”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어디로 가셨느냐?”

 

하니, 동자가 말하기를,

 

가는 데가 정해지지 않아서 어디로 가셨는지 모릅니다.”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언제 돌아오시느냐?”

 

하니, 동자가 말하기를,

 

돌아오는 날짜도 또한 정해지지 않아서 어쩌면 3, 5일이나, 어쩌면 십수 일입니다.”

 

했다. 현덕이 실망해 마지않았다. 장비가 말하기를,

 

만나기 글렀으니 그냥 돌아갑시다.”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잠시만 기다려보자.”

 

하니, 운장이 말하기를,

 

일단 돌아가 사람을 보내 탐문해 보는 것만 못하겠소.”

 

했다. 현덕이 그 말에 따라 동자에게 일러두기를,

 

선생께서 돌아오시면 유비가 인사 드리러 왔었다고 말씀드려라.”

 

했다.

 

遂上馬行數裏勒馬回觀隆中景物果然山不高而秀雅水不深而澄清地不廣而平坦林不大而茂盛猿鶴相親松篁交翠觀之不已忽見一人容貌軒昂豐姿俊爽頭戴逍遙巾身穿皂布袍杖藜從山僻小路而來玄德曰此必臥龍先生也急下馬向前施禮問曰先生非臥龍否其人曰將軍是誰玄德曰劉備也其人曰吾非孔明乃孔明之友博陵崔州平也玄德曰久聞大名幸得相遇乞即席地權坐請教一言

 

마침내 말에 올라서 몇리를 가다가 말고삐를 잡아 세워 융중의 경치를 되돌아보니, 과연 산이 높지 않으면서 빼어나게 아름답고 물이 깊지 않으면서 맑고 깨끗하다. 땅은 넓지 않으면서 평탄하고 숲은 크지 않으면서 무성했다. 원숭이와 학은 서로 가깝고 소나무와 대나무는 뒤섞여 푸르렀다.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문득 한 사람이 보이는데, 생김새가 훤칠하고 넉넉하고 시원하고 빼어난데, 머리에 소요건(두건)을 쓰고 몸에는 검은 베 두루마기를 입었으며,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좁은 산길을 따라 오고 있었다. 현덕이 말하기를,

 

저 사람이 틀림없이 와룡선생이다!”

 

하고, 급히 말에서 내려 앞으로 나아가 인사하며 묻기를,

 

선생께서는 와룡이 아니십니까?”

 

하니, 그 사람이 말하기를,

 

장군께서는 누구십니까?”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유비입니다.”

 

하니, 그 사람이 말하기를,

 

저는 공명이 아니고, 공명의 친구인 박릉의 최주평입니다.”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큰 이름을 들은 지 오래인데 만나 뵙게 되어 다행입니다. 여기 잠시 앉아 한마디 가르침을 듣고 싶습니다.”

 

했다.

 

二人對坐於林間石上張侍立於側州平曰將軍何故欲見孔明玄德曰方今天下大亂四方雲擾欲見孔明求安邦定國之策耳州平笑曰公以定亂爲主雖是仁心但自古以來治亂無常自高祖斬蛇起義誅無道秦是由亂而入治也至哀平之世二百年太平日久王莽篡逆又由治而入亂光武中興重整基業複由亂而入治至今二百年民安已久故幹戈又複四起此正由治入亂之時未可猝定也將軍欲使孔明斡旋天地補綴乾坤恐不易爲徒費心力耳豈不聞順天者逸逆天者勞數之所在理不得而奪之命之所在人不得而強之

 

두 사람이 숲속 바위 위에 마주 앉고 관우와 장비가 곁에 지켜 섰다. 최주평이 말하기를,

 

장군께서 무슨 까닭으로 공명을 만나려 하십니까?”

 

하니, 현덕이 말하기를,

 

지금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서 사방에서 구름이 일듯이 소란스러우니, 공명을 만나서 국가를 안정시킬 계책을 구하려고 합니다.”

 

했다. 최주평이 웃으며 말하기를,

 

공께서는 난을 평정하는 것을 으뜸으로 삼으십니다. 비록 이것이 어진 마음이긴 하나, 다만 예로부터 치란(治亂 안정과 혼란)이란 늘 바뀌었습니다. 고조(유방)께서 뱀을 베어 죽이고 의병을 일으켜서 무도한 진나라를 토벌한 것은 혼란에서 안정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애제와 평제 때에 이르기까지 2백년간 태평세월이 오래 되었으나 왕망이 찬역한 것은 안정에서 혼란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광무제께서 중흥하여 나라의 토대를 다시 바로잡은 것은 다시 혼란에서 안정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지금까지 2백년간 백성들이 평안한 지 오래이더니 전란이 사방에서 다시 일어났습니다. 이것이 바로 안정에서 혼란으로 들어가는 때이니 하루아침에 안정시킬 수는 없습니다. 장군께서 공명을 시켜 천지를 되돌리고 세상을 바로잡으려 하시지만 쉽지 않아서 헛되이 몸과 마음만 허비할까 두려울 뿐입니다. ‘하늘을 따르는 이는 편안할 것이요 거스르는 이는 수고로울 것이다.’라든가, ‘운수에 달린 것을 이치로 빼앗을 수 없고, 운명에 달린 것을 사람이 강제할 수 없다.’라고 하는 말을 어찌 듣지 못하셨습니까?”

 

했다.

 

玄德曰先生所言誠爲高見但備身爲漢胄合當匡扶漢室何敢委之數與命州平曰山野之夫不足與論天下事適承明問故妄言之玄德曰蒙先生見教但不知孔明往何處去了州平曰吾亦欲訪之正不知其何往玄德曰請先生同至敝縣若何州平曰愚性頗樂閑散無意功名久矣容他日再見言訖長揖而去玄德與關張上馬而行張飛曰孔明又訪不著卻遇此腐儒閑談許久玄德曰此亦隱者之言也

 

현덕이 말하기를,

 

선생의 말씀은 참으로 고견입니다. 다만 제가 한실의 후예가 된지라 마땅히 한실을 바로잡아야 하니 어찌 감히 그것을 운수와 운명에만 맡기겠습니까?”

 

하니, 최주평이 말하기를,

 

저는 산야에 사는 사람이라 천하대사(天下大事)를 함께 의논할 만하지 못하지만, 마침 질문을 받아서 망녕되게 말했을 뿐입니다.”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선생께 가르침을 받아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공명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시겠습니까?”

 

하니, 최주평이 말하기를,

 

저도 그를 방문하려는 참이라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선생께서 저와 함께 저희 고을로 가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하니, 최주평이 말하기를,

 

저는 성격이 한가히 지내는 것을 좋아하여 공명에는 뜻을 버린 지 오랩니다. 언젠가 다시 뵙겠습니다.”

 

했다. 말을 마치자 길게 읍(고개숙여 예를 표함)을 하고 가버렸다. 현덕이 관우, 장비와 더불어 말에 올라 길을 나섰다. 장비가 말하기를,

 

공명을 찾아가서 그는 만나지도 못하고, 도리어 그 썩어빠진 선비를 만나 한가한 이야기를 많이도 하셨소!”

 

하니, 현덕이 말하기를,

 

그가 말한 것도 또한 숨은 선비의 말이다.”

 

하였다.

 

三人回至新野過了數日玄德使人探聽孔明回報曰臥龍先生已回矣玄德便教備馬張飛曰量一村夫何必哥哥自去可使人喚來便了玄德叱曰汝豈不聞孟子雲欲見賢而不以其道猶欲其入而閉之門也孔明當世大賢豈可召乎遂上馬再往訪孔明張亦乘馬相隨

 

세 사람이 신야로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나서 현덕이 사람을 시켜 공명이 돌아왔는지 알아보게 했다. (그 사람이) 돌아와서 보고하기를,

 

와룡 선생이 벌써 돌아왔답니다.”

 

했다. 현덕이 곧 말을 준비하게 하니, 장비가 말하기를,

 

헤아려보면 한 시골 사내인데 어찌 꼭 형님이 스스로 가셔야 하오? 사람을 시켜 불러 오시오.”

 

하니, 현덕이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어찌 맹자께서 말한, ‘현자를 만나려 하면서 도리를 따르지 않는 것은 마치 안으로 들어가려 하면서 문을 닫는 것과 같다.’라고 한 것을 듣지 못했느냐? 공명은 당세의 대현인데 어찌 부를 수 있겠느냐?”

 

했다. 곧 말에 올라 다시 공명을 찾아갔다. 관우와 장비도 말을 타고 뒤따랐다.

 

時值隆冬天氣嚴寒彤雲密布行無數裏忽然朔風凜凜瑞雪霏霏山如玉簇林似銀妝張飛曰天寒地凍尚不用兵豈宜遠見無益之人乎不如回新野以避風雪玄德曰吾正欲使孔明知我殷勤之意如弟輩怕冷可先回去飛曰死且不怕豈怕冷乎但恐哥哥空勞神思玄德曰勿多言只相隨同去將近茅廬忽聞路傍酒店中有人作歌玄德立馬聽之

 

때는 마침 한겨울이라 날씨가 몹시 춥고 짙은 구름이 가득 끼었다. 몇리 못 가서 문득 북풍이 몰아치고 흰눈이 펄펄 내렸다. 산은 옥 떨기 같고 숲은 은색으로 화장한 것 같다. 장비가 말하기를,

 

천지가 꽁꽁 얼어서 군사도 부릴 수 없는데, 어찌 멀리까지 아무 쓸데없는 인간을 찾아간단 말이오? 신야로 되돌아가서 눈바람을 피하는 것만 못하겠소!”

 

하니, 현덕이 말하기를,

 

나는 바로 공명에게 내 간절한 뜻을 알게 하고 싶은 것이다. 만약 아우들이 추위를 두려워한다면 먼저 돌아가도 좋다.”

 

하니, 장비가 말하기를,

 

죽는 것도 두렵지 않거늘 어찌 추위가 두렵겠소? 다만 형님이 헛되이 애쓸까 걱정하는 것이오.”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여러말 하지 말고 따라오기나 해라.”

 

했다. 초가집에 가까워지자 문득 길가의 술집에서 어떤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들렸다. 현덕이 말을 세우고 그 노래를 들었다.

 

其歌曰

 

壯士功名尚未成嗚呼久不遇陽春

君不見,

東海者叟辭荊榛後車遂與文王親

八百諸侯不期會白魚入舟涉孟津

牧野一戰血流杵鷹揚偉烈冠武臣

又不見,

高陽酒徒起草中長楫芒碭隆准公

高談王霸驚人耳輟洗延坐欽英風

東下齊城七十二天下無人能繼蹤

二人功跡尚如此至今誰肯論英雄

 

그 노래에 이르기를,

 

장사가 아직 공명을 이루지 못해, 아아, 오래도록 봄볕을 보지 못했으리라!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동해 가의 노인(강태공)이 거친 땅을 떠나서, 수레를 따라가 문왕을 섬긴 것을?

팔백 제후가 뜻밖에 모여들고, 맹진을 건널 때 흰 물고기가 배 위로 뛰어 오른 것을?

목야에서 한 번 싸움으로 핏물이 방패를 띄우고, 씩씩하고 위엄 있어 무신들 가운데 으뜸인 것을?

또한 보지 못했는가?

고양의 술꾼(역이기)이 초야에서 일어나 망탕의 코 큰 이(유방)에게 두손 모아 인사한 것을?

왕도와 패도를 거침없이 말해 사람의 귀를 놀라게 하고, 씻다가 멈추어 자리를 권하고 빼어난 풍모를 흠모한 것을?

동쪽으로 제나라 성 일흔 둘을 (말로) 함락해 천하에 아무도 뒤따를 수 없었던 것을?

두 사람의 공적은 오히려 이 같은데, 지금 누가 즐겨 영웅을 논하겠는가?”

 

했다.

 

歌罷又有一人擊桌而歌其歌曰

 

吾皇提劍清寰海創業垂基四百載

桓靈季業火德衰奸臣賊子調鼎鼐

青蛇飛下禦座傍又見妖虹降玉堂

群盜四方如蟻聚奸雄百輩皆鷹揚

吾儕長嘯空拍手悶來村店飲村酒

獨善其身盡日安何須千古名不朽

 

노래를 마치니 또 다른 사람이 탁자를 치며 노래하였다. 그 노래에 이르기를,

 

우리 황제(고조)께서 검을 쥐고 천하를 맑게 하고, 창업하여 이어받은 지 사백 년이 되었네.

환제와 영제 말년에 불의 덕이 시드니, 간신과 역적들이 나라를 휘저었네.

푸른 뱀이 용상 곁으로 날아 떨어지고, 요사한 무지개가 대궐에 내리는 것을 보네.

도적떼가 사방에서 개미떼처럼 모여들고 간웅의 무리들이 매처럽 사납구나.

우리는 긴 휘파람에 헛되이 손뼉 치고, 답답하여 주점에 와서 막걸리를 마시네.

홀로 몸을 아껴서 나날이 안락한데, 어찌 꼭 천고에 썩지 않을 이름을 남기리!”

 

라고 했다.

 

二人歌罷撫掌大笑玄德曰臥龍其在此間乎遂下馬入店見二人憑桌對飲上首者白面長須下首者清奇古貌玄德揖而問曰二公誰是臥龍先生長須者曰公何人欲尋臥龍何幹玄德曰某乃劉備也欲訪先生求濟世安民之術長須者曰我等非臥龍皆臥龍之友也吾乃潁川石廣元此位是汝南孟公威玄德喜曰備久聞二公大名幸得邂逅今有隨行馬匹在此敢請二公同往臥龍莊上一談廣元曰吾等皆山野慵懶之徒不省治國安民之事不勞下問明公請自上馬尋訪臥龍

 

두 사람이 노래를 마치고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다. 현덕이 말하기를,

 

와룡이 저들 가운데 있나보다!”

 

하고, 말에서 내려 술집으로 들어가서 보니, 두 사람이 탁자에 기대어 마주 보고 마시고 있었다. 윗쪽에 앉은 이는 얼굴이 희고 수염이 길었으며, 아랫쪽에 앉은 이는 맑고 기이하고 고풍스런 얼굴이다. 현덕이 인사하고 묻기를,

 

두 분 가운데 어느 분이 와룡선생이십니까?”

 

하니, 긴 수염을 한 이가 말하기를,

 

공은 누구십니까? 와룡을 찾는 건 무슨 일입니까?”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저는 유비입니다. 선생을 찾아 뵈어서 세상을 구하고 백성을 편안케 할 방법을 구하고자 합니다.”

 

하니, 긴 수염을 한 이가 말하기를,

 

우리는 와룡이 아니라 그 친구들입니다. 저는 영천 사람 석광원이고, 이 사람은 여남 사람 맹공위입니다.”

 

했다. 현덕이 기뻐하며 말하기를,

 

제가 두 분의 큰 명성을 들은 지 오래인데 만나게 되어 다행입니다. 지금 수행하는 마필이 여기 있으니 감히 청하건대 두 분도 함께 와룡의 집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하니, 석광원이 말하기를,

 

우리는 시골의 게으른 무리라 치국안민(治國安民)의 일을 살피지 못하니 수고롭게 물어보실 게 못 됩니다. 바라건대 명공께서는 말에 올라 와룡을 찾아가십시오.”

 

했다.

 

玄德乃辭二人上馬投臥龍岡來到莊前下馬扣門問童子曰先生今日在莊否童子曰現在堂上讀書玄德大喜遂跟童子而入

 

이에 현덕이 두 사람과 작별하고 말에 올라 와룡의 언덕으로 갔다. 집 앞에 이르러 말에서 내려 문을 두르리고 동자에게 묻기를,

 

선생께서 오늘 집에 계시지 않느냐?”

 

하니, 동자가 말하기를,

 

현재 대청 위에서 독서하십니다.”

 

했다. 현덕이 크게 기뻐하여 동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至中門只見門上大書一聯雲

 

淡泊以明志寧靜而致遠

 

중문에 이르니 문 위에 크게 적힌 글 한 줄에 이르기를,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함으로 뜻을 밝히고, 편안하고 고요함으로 멀리 다다른다.”

 

라고 했다.

 

玄德正看間忽聞吟詠之聲乃立於門側窺之見草堂之上一少年擁爐抱膝

 

현덕이 그것을 보고 있는데, 문득 무엇인가 읊는 소리가 들려와서, 문 옆에 서 엿보니 초당 위에 한 소년이 화로를 끼고 무릎을 안은 채 노래하는 게 보였다.

 

歌曰

 

鳳翱翔於千仞兮非梧不棲

士伏處於一方兮非主不依

樂躬耕於隴畝兮吾愛吾廬

聊寄傲於琴書兮以待天時

 

노래에 이르기를,

 

봉황새가 천 길 높이 나는구나,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네.

선비가 한 곳에 숨어 지내는구나, 참 주인이 아니면 의지하지 않네.

몸소 밭이랑에서 농사를 즐기는구나, 나는 내 오두막을 사랑하네.

애오라지 거문고와 책에 거침없이 호방한 마음을 기탁함이여, 하늘이 준 때를 기다리네.”

 

하였다.

 

玄德待其歌罷上草堂施禮曰備久慕先生無緣拜會昨因徐元直稱薦敬至仙莊不遇空回今特冒風雪而來得瞻道貌實爲萬幸那少年慌忙答禮曰將軍莫非劉豫州欲見家兄否玄德驚訝曰先生又非臥龍耶少年曰某乃臥龍之弟諸葛均也愚兄弟三人長兄諸葛瑾現在江東孫仲謀處爲幕賓孔明乃二家兄玄德曰臥龍今在家否均曰昨爲崔州平相約出外閑遊去矣玄德曰何處閑遊均曰或駕小舟遊於江湖之中或訪僧道於山嶺之上或尋朋友於村落之間或樂琴棋於洞府之內往來莫測不知去所

 

현덕이 노래가 끝나기를 기다려 초당에 올라가 인사하고 말하기를,

 

제가 선생을 오래 사모했으나 만나뵐 인연이 없었습니다. 지난번에 서원직이 천거하므로 제가 삼가 선장(신선의 집)을 찾아왔으나 선생을 만나지 못해 헛되이 돌아갔습니다. 지금 특별히 눈바람을 무릅쓰고 찾아와 도인의 모습을 뵙게 되니 참으로 천만다행입니다!”

 

했다. 그 소년이 황망히 답례하고 말하기를,

 

장군께서는 유예주가 아니십니까? 형을 찾아오신 게 아닙니까?”

 

했다. 현덕이 놀라고 의아해 말하기를,

 

선생이 또 와룡이 아니란 말입니까?”

 

하니, 소년이 말하기를,

 

저는 와룡의 아우 제갈균입니다. 저희 형제가 셋인데 큰형 제갈근은 현재 강동 손중모의 진영에서 막빈으로 있습니다. 공명은 둘째 형입니다.”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와룡께서 지금 집에 계시지 않습니까?”

 

하니, 제갈균이 말하기를,

 

어제 최주평과 약속을 하고 한가로이 유람하러 나갔습니다.”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어디로 한가로이 유람하러 갔습니까?”

 

하니, 제갈균이 말하기를,

 

어떤 때는 조각배를 타고 강과 호수 가운데서 노닐고, 어떤 때는 산고개 위에서 중이나 도사를 만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마을에서 벗들을 찾기도 하고, 어떤 때는 골짜기에서 거문고나 바둑을 즐깁니다. 오고 가는 것이 추측할 수 없어서 간 곳을 모릅니다.”

 

했다.

 

玄德曰劉備直如此緣分淺薄兩番不遇大賢均曰少坐獻茶張飛曰那先生既不在請哥哥上馬玄德曰我既到此間如何無一語而回因問諸葛均曰聞令兄臥龍先生熟諳韜略日看兵書可得聞乎均曰不知張飛曰問他則甚風雪甚緊不如早歸玄德叱止之均曰家兄不在不敢久留車騎容日卻來回禮

 

유비가 말하기를,

 

유비가 바로 이와 같이 연분이 얕아서 두번이나 대현을 만나지 못하는구려!”

 

하니, 제갈균이 말하기를,

 

잠깐 앉아 계시면 차를 대접하겠습니다.”

 

했다. 장비가 말하기를,

 

그 선생이 없다잖수! 형님은 말에 오르시오!”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내가 이미 여기에 왔다가 어떻게 한마디 말도 없이 되돌아가겠느냐?”

 

하고, 그래서 제갈균에게 묻기를,

 

듣자니 형님인 와룡선생께서 육도삼략(六韜三略)을 모조리 암기하고, 매일 병법 서적을 본다던데 그 소문을 들어보셨습니까?”

 

하니, 제갈균이 말하기를,

 

저는 모르겠습니다.”

 

했다. 장비가 말하기를,

 

그에게 물어보는 게 지나치오! 눈바람이 몹시 사나우니 어서 돌아가는 것이 좋겠소!”

 

했다. 현덕이 꾸짖어 입을 다물게 했다. 제갈균이 말하기를,

 

형님이 계시지 않아서 장군을 감히 오래 머무시라고 못하겠습니다. 뒷날에 찾아가서 인사드리라 하겠습니다.”

 

했다.

 

玄德曰豈敢望先生枉駕數日之後備當再至願借紙筆作一書留達令兄以表劉備殷勤之意均遂進文房四寶玄德呵開凍筆拂展雲箋寫書曰備久慕高名兩次晉謁不遇空回惆悵何似竊念備漢朝苗裔濫叨名爵伏睹朝廷陵替綱紀崩摧群雄亂國惡黨欺君備心膽俱裂雖有匡濟之誠實乏經綸之策仰望先生仁慈忠義慨然展呂望之大才施子房之鴻略天下幸甚社稷幸甚先此布達再容齋戒薰沐特拜尊顏面傾鄙悃統希鑒原

 

현덕이 말하기를,

 

어찌 감히 선생께서 왕림해주시기를 바라겠습니까! 며칠 뒤에 제가 다시 오겠습니다. 종이와 붓을 빌려 글을 써서 형님께 이 유비의 간절한 뜻을 전하겠습니다.”

 

하니, 제갈균이 문방사우(文房四友)를 들여서 유비가 얼어붙은 붓을 하고 입김을 불어 녹이고 구름 무늬의 종이를 펼쳐서 편지를 적어 이르기를,

 

제가 높은 명성을 들은 지 오래라 두 차례 만나 뵈러 찾아왔으나 만나지 못하고 헛되이 돌아갔으니 그 슬픔을 무엇에 견줄런지요! 가만히 생각하면, 저는 한실의 후예로서 함부로 명성과 벼슬을 탐했습니다. 엎드려 분별해보니, 조정이 기울고 기강이 무너지고 영웅들이 나라를 어지럽히고 악의 무리가 임금을 업신여겨 제 마음과 간담이 모두 찢어집니다. 비록 바로잡고 구제할 마음은 간절하나 참으로 경륜을 펼 계책이 없습니다. 삼가 바라오니 선생께서 인자하시고 충의로우시니 개연히 강태공처럼 큰 재주를 펼치고 장자방처럼 큰 전략을 베풀어주시면 천하에 큰 다행이고 사직에 큰 다행이겠습니다! 먼저 이렇게 전하오니 다시 재계하고 분향 목욕한 뒤에 특별히 존안을 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보잘것 없는 정성이나마 기울이니 널리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했다.

 

玄德寫罷遞與諸葛均收了拜辭出門均送出玄德再三殷勤致意而別方上馬欲行忽見童子招手籬外叫曰老先生來也玄德視之見小橋之西一人暖帽遮頭狐裘蔽體騎著一驢後隨一青衣小童攜一葫蘆酒踏雪而來轉過小橋口吟詩一首

 

현덕이 쓰기를 마치고 제갈균에게 주어서 거두게 한 뒤에 인사하고 문을 나섰다. 제갈균이 배웅하자 현덕이 거듭 간절하게 뜻을 전하고 작별했다. 막 말에 타고 가려는데 문득 동자가 부르는 손짓을 하며 울타리 밖에서 외치기를,

 

노선생께서 오십니다!”

 

했다. 현덕이 바라보니 작은 다리 서쪽으로 한 사람이 방한모를 머리에 쓰고 여우털 가죽옷을 입고 당나귀를 타고 오고 있었다. 그 뒤에 푸른 옷을 입은 동자가 술이 든 호리병을 들고 눈을 밟으며 따라왔다. 작은 다리를 돌아서 오며 입으로 시 한 수를 읊었다.

 

詩曰

 

一夜北風寒萬裏彤雲厚

長空雪亂飄改盡江山舊

仰面觀太虛疑是玉龍鬥

紛紛鱗甲飛頃刻遍宇宙

騎驢過小橋獨歎梅花瘦

 

시에 이르기를,

 

밤새 북풍 차갑더니, 만리 먹구름이 두텁고,

하늘에 눈발이 어지러이 휘날려서, 온 강산을 예스럽게 바꿨구나.

얼굴 들어 우주를 살펴보니 옥룡들이 다투는 듯하네.

펄펄 비늘이 날려서 순식간 우주에 두루 퍼지는구나.

나귀로 작은 다리 건너며 지는 여윈 매화를 홀로 한탄하네.”

 

했다.

 

玄德聞歌曰此真臥龍矣滾鞍下馬向前施禮曰先生冒寒不易劉備等候久矣那人慌忙下驢答禮諸葛均在後曰此非臥龍家兄乃家兄嶽父黃承彥也玄德曰適間所吟之句極其高妙承彥曰老夫在小婿家觀梁父吟》,記得這一篇適過小橋偶見籬落間梅花故感而誦之不期爲尊客所聞玄德曰曾見令婿否承彥曰便是老夫也來看他玄德聞言辭別承彥上馬而歸正值風雪又大回望臥龍岡悒怏不已

 

현덕이 노래를 듣고 말하기를,

 

이 사람이 참으로 와룡이구나!”

 

하고, 미끄러지듯 말에서 내려 앞으로 가서 인사하고 말하기를,

 

선생께서 추위를 무릅쓰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유비 등이 기다린 지 오랩니다!”

 

했다. 그 사람이 황망히 나귀에서 내려 답례했다. 제갈균이 뒤에서 말하기를,

 

이분은 와룡 형님이 아니라 형님의 장인이신 황승언 어르신이십니다.”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마침 읊으신 싯귀를 들으니 극히 고상하고 절묘합니다.”

 

하니, 황승언이 말하기를,

 

늙은이가 사위 집에서 <양보음梁父吟>을 보고 한 편을 기억해서 마침 작은 다리를 건너다가 우연히 울타리에서 매화를 보고 느낀 바 있어 읊었습니다. 뜻밖에 존귀하신 손님께서 들으실 줄은 몰랐습니다.”

 

했다. 현덕이 말하기를,

 

사위님을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하니, 황승언이 말하기를,

 

늙은이도 사위를 보러 오던 길입니다.”

 

했다. 현덕이 그 말을 듣고 황승언과 작별하여 말에 올라 돌아갔다. 마침 눈바람이 다시 크게 일어나니 와룡강을 되돌아보고 우울하고 불만스러움이 그지 없었다.

 

後人有詩單道玄德風雪訪孔明詩曰

 

一天風雪訪賢良不遇空回意感傷

凍合溪橋山石滑寒侵鞍馬路途長

當頭片片梨花落撲面紛紛柳絮狂

回首停鞭遙望處爛銀堆滿臥龍岡

 

뒷날 어떤 사람이 시를 지어 현덕이 눈보라를 뚫고 공명을 찾아간 것을 읊었다. 시에 이르기를,

 

눈보라 치는 어느 날 어진 이를 찾았건만, 못 만나고 헛되이 돌아가는 마음 애달프구나.

냇가 다리 얼어붙어 돌이 미끄러운데, 한기가 스미지만 말을 타고 가는 길이 멀구나.

눈 앞에 조각조각 하얀 배꽃 떨어지고, 버들개지 펄펄 흩날려 얼굴을 미친듯이 때리누나.

머리 돌려 채찍을 멈추고 멀리 바라보는 곳, 찬란한 은빛 눈이 쌓인 와룡의 언덕이여.”

 

라고 했다.

 

玄德回新野之後光陰荏苒又早新春乃令蔔者揲蓍選擇吉期齋戒三日薰沐更衣再往臥龍岡謁孔明張聞之不悅遂一齊入諫玄德正是高賢未服英雄志屈節偏生傑士疑

 

현덕이 신야로 돌아온 뒤, 세월이 덧없이 흘러 어느새 새봄이 되었다. 이에 점쟁이에게 점을 치게 해서 길일을 골라 사흘을 재계하여 목욕하고, 향료를 옷에 뿌리고 머리를 감아 몸을 깨끗이 하여 옷을 갈아입고 다시 와룡의 언덕으로 공명을 만나러 가려고 했다. 관우와 장비가 듣고 못마땅하여, 함께 들어와 현덕에게 간했다. 이야말로, 덕이 높고 뛰어난 사람이 아직 영웅의 뜻을 따르지 않는데, 몸을 굽혀 모시니 뛰어난 장수들은 못마땅해 하는구나.

 

未知其言若何且聽下文分解

 

그들이 무슨 말을 할까 모르겠구나. 다음 회의 이야기를 들으면 풀릴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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