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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김시습의 은거[書笑 서소]

오늘 漢詩 한 수/10월의 漢詩

by 진현서당 2024. 10. 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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板屋如轎小,
矮窓闔不開.
階前鼯出沒,
簷外鳥飛回.
蕎麥和皮擣,
葑根帶葉檑.
和羹作餑飥,
喫了笑咍咍.



가마처럼 작은 판잣집,
작은 창 열지 않았더니.
섬돌 앞에는 다람쥐가 오락가락,
추녀 끝에는 새가 들락날락한다.
메밀을 껍질째 방아에 찧고,
이파리가 붙은 무를 통째로 갈아.
국을 끓이고 만두를 만들어,
먹고 나니 낄낄낄 웃음 나온다.


판옥여교소, 왜창합불개.
계전오출몰, 첨외조비회.
교맥화피도, 봉근대엽뢰.
화갱작발탁, 끽료소해해.

김시습(金時習·1435~1493)

 

第一幕: 가마만큼 작은 집 "板屋如轎小(판옥여교소)"

 

김시습(金時習)의 거처는 "가마처럼 작은 판잣집(板屋如轎小)"이다. 그런데 이 표현, 어찌나 재미있는지. "내 집이 마치 가마처럼 작다니?" 상상해보자. 이 집은 얼마나 작은가 하면, 누군가 가마를 타고 집 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것이다. '이렇게 작은 집에 살다니 나도 참 궁상맞다!'라며 시인(詩人)은 속으로 낄낄 웃고 있을지 모른다.

작은 집을 묘사하며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삼는 그의 태도는 정말 유쾌하다. "내가 이래도 천재 김시습(金時習)이다!"라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집이 작다고 자조하지 않고 오히려 그 상황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다.

 

第二幕: 작은 창문과 들락거리는 동물들 "矮窓闔不開. 階前鼯出沒, (왜창합불개, 계전오출몰,)"

 

다음으로 등장하는 장면은 작은 창문(矮窓)이다. "작은 창 열지 않았더니(闔不開)", 창을 열지 않고 지내다 보니, 밖에서 동물들이 오락가락하나 보다. "섬돌 앞에는 다람쥐가 오락가락(鼯出沒)", 다람쥐가 무슨 자기 집인 양 들락날락하고 있다. 마치 "주인 없네? 내 집인가?"라는 듯.

그뿐만이 아니다. "추녀 끝에는 새가 들락날락(鳥飛回)" 한다고 한다. 이쯤 되면 김시습(金時習)은 자기 집이 아니라 다람쥐와 새들의 공동 숙소를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유쾌한 광경을 보고 있자니, 시인(詩人)은 속으로 "내가 자연과 한 몸이 되었구나!"라며 자연과의 소통을 깊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다람쥐와 새가 친구가 되어버린 시인(詩人), 김시습(金時習)은 자신의 초라한 집에서조차도 고요하게 자연과 공존하고 있는 이 상황을 결코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 상황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第三幕: 메밀과 무, 대충 때우는 소박한 끼니 "蕎麥和皮擣, 葑根帶葉檑.(교맥화피도, 봉근대엽뢰.)"

 

이제 시인(詩人)은 배가 고프다. 이 와중에 "메밀을 껍질째 방아에 찧고(蕎麥和皮擣)" 있다. 이 메밀, 껍질을 벗길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냥 대강 찧었다. ', 껍질도 먹을 수 있겠지.' 소박한 삶을 살다 보면 껍질쯤은 그냥 넘어가는 법이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파리가 붙은 무를 통째로 갈아(葑根帶葉檑)", 무의 이파리마저 떼어내지 않고 통째로 갈아버린다. 이쯤 되면 김시습(金時習)의 요리 철학은 명확하다. "대충 먹자. 맛있을 테니까!"라고 말이다.

김시습(金時習)의 이 모습은 마치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 요리법을 선도하는 것 같다. 재료를 대충 손질해도 맛은 그대로, 아니, 어쩌면 더 맛있다. 그래서 이 끼니가 무엇으로 완성되냐면, 바로 국()과 만두(餑飥)이다. "국을 끓이고 만두를 만들어(和羹作餑飥)", 이 두 가지가 김시습의 저녁 메뉴이다. 고급진 요리도 아니고, 대충 만든 소박한 식사. 그러나 김시습에게는 이게 바로 "성찬(盛饌)"이다.

 

第四幕: 소박한 식사 후, 배부른 웃음 "喫了笑咍咍.(끽료소해해.)"

 

이제 배가 부른 김시습(金時習)은 뭔가 웃음이 터져 나온다. "먹고 나니 낄낄낄 웃음이 나온다(喫了笑咍咍)"라고 말하는데, 도대체 왜 웃음이 나는 것일까?

김시습(金時習)은 자신의 처지, 상황, 그리고 이 소박한 식사에 대해 곱씹으며 웃고 있을 것이다. '내가 천재 김시습(金時習)인데, 이러고 사는 게 우스운가?' 아니면, '세상 돌아가는 꼴이 우스워서 이런 걸로도 배가 부르니 웃음이 나는가?' 그는 분명히 자기 자신을 자조하면서도, 이 상황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김시습(金時習)의 웃음은 비록 초라한 집과 소박한 식사 속에서 나온 것이지만, 그 안에는 세상사에 대한 깊은 통찰과 유머가 녹아 있다. 자연과 하나 된 생활 속에서, 배부름과 함께 터져 나오는 낄낄 웃음! 이것이 바로 김시습(金時習)이 보여주는 소박한 삶의 미학이다.

 

結論: 소박한 삶 속에 숨겨진 천재의 웃음

 

김시습(金時習)은 이 시()를 통해 세상과 멀어져도 웃을 수 있는 삶의 철학을 보여준다. 가마처럼 작은 집, 창문을 열지 않고 지내는 자연 속의 생활, 대충 끼니를 때우는 방식. 이 모든 것이 그에게는 더 이상 서글픈 현실이 아니라 오히려 웃음과 위안을 주는 일상이다.

'내가 비록 세상에서 고립되었지만, 이 작은 집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사는 것이 진정한 자유다.' 김시습 (金時習) 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다람쥐가 출몰하고 새가 날아들며, 메밀과 무를 대충 찧어 만든 국과 만두로 배를 채우고, 그 모든 것에서 나오는 웃음이야말로 김시습(金時習)의 자유로운 정신을 상징한다.

결국, 김시습(金時習)의 유머는 그가 얼마나 소박한 삶에서조차도 웃음을 찾아낼 수 있는 인물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웃음 속에서 우리는 그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또한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있다.

삶이란, 소박하게, 그리고 가끔은 껍질째 먹으며 웃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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