河家屋子揷湖濆, 門外茫茫水拍雲. 極望葦梢平似剪, 晩風回處一紛紜. 蘆葦生成二丈强, 早花虛白晩花蒼. 半披半折沿隄亂, 瑟瑟舟前掠面長. |
하씨네 집은 남쪽 포구에 깊숙이 꽂혀 있어, 문밖에는 망망한 바닷물이 구름을 치고. 저 멀리 가위로 자른 듯 펼쳐진 갈대밭은, 저녁 바람 불어오면 일제히 뒤흔들리네. 갈대는 두 길보다 크게 자라서, 일찍 핀 꽃은 옅게 희고 늦게 핀 꽃은 새하얀데. 반은 솟고 반은 꺾어져 제방 따라 어지러운 갈대꽃이, 사각사각 배로 다가와 얼굴을 스치고 가네. 하가옥자삽호분, 문외망망수박운. 극망위초평사전, 만풍회처일분운. 노위생성이장강, 조화허백만화창. 반피반절연제란, 슬슬주전약면장. |
이학규(李學逵·1770∼1835) |
第一幕: 망망대해와 갈대밭의 한가운데 – "문밖에는 바닷물이 구름을 치네"
門外茫茫水拍雲.(문외망망수박운.)
이 시(詩)의 첫 구절 "문밖에는 망망한 바닷물이 구름을 치고(門外茫茫水拍雲)"는 시인(詩人)의 집이 정말 포구 끝에 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구름까지 물이 튄다는 과장된 표현에서 '와, 여기 물이 이렇게 높은가?'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이건 그저 낭만적 과장이 아닌가. 시인(詩人)은 집을 떠나 배를 띄우려는데, 눈앞에는 거대한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있다. 구름까지 물이 튄다니, 이건 바다보다도 더 크고 무한한 자연을 마주한 시인(詩人)의 혼란과 경외감이 담겨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인(詩人)이 이렇게 과장한 건 어쩌면 그날 술 한 잔 하고 시(詩)를 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술기운에 구름이 물에 젖는 장면을 보았다고 착각한 것이 아닌가 의심해 볼 수 있다. "탁주 한 잔이면 저 바다도 내 마음 같지!"라고 외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第二幕: 저 멀리 가위로 자른 듯한 갈대밭 – "極望葦梢平似剪(극망위초평사전)"
다음 구절에서 시인(詩人)은 "저 멀리 가위로 자른 듯 펼쳐진 갈대밭(極望葦梢平似剪)"을 묘사한다. 한마디로, 갈대밭이 너무 평평해서 마치 하늘이 직접 가위(剪)로 싹둑 자른 것처럼 보인다는 의미다. 이건 거의 신이 만든 예술작품처럼 정교한 자연의 풍경을 찬양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갈대밭이 아무리 평평하다 해도 가위로 자른 건 좀 과한 표현 아닌가?
여기서 또 한 번 웃음을 터뜨릴 수 있다. 시인(詩人)이 눈앞의 갈대밭을 보면서 "야, 이거 진짜 가위로 자른 것 같다"라고 감탄하고 있다니! 혹시 이학규(李學逵)는 자연이 얼마나 예술적이냐고 감탄하면서, 속으로는 '저 갈대 좀 정리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第三幕: 저녁 바람에 뒤흔들리는 갈대밭 – "晩風回處一紛紜.(만풍회처일분운.)"
그런데 이학규(李學逵)의 감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저녁 바람 불어오면 일제히 뒤흔들리네(晩風回處一紛紜)"라는 구절에서, 갈대밭은 바람에 따라 일제히 흔들리며 사방으로 춤을 춘다. 이 장면에서 시인(詩人)은 갈대의 모습을 보고 넋을 잃고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갈대가 뒤흔들린다는 건 그저 흔한 자연의 현상이다. 그런데 시인(詩人)은 여기에 깊은 의미를 부여한다. 어쩌면 그는 갈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며 자신의 인생도 그렇게 흔들린다고 느낀 것일지도 모른다. "내 인생도 갈대처럼 바람에 흔들리는구나."
하지만 웃긴 건, 시인(詩人)은 이런 진지한 사색 중에도 아마 마음속으로 "바람이 불어도 갈대는 안 쓰러지네. 나도 살아남을 수 있겠지?"라는 다짐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第四幕: 갈대의 두 길 자람과 흰 꽃의 미스터리 – "蘆葦生成二丈强, 早花虛白晩花蒼.(노위생성이장강, 조화허백만화창.)"
다음 장면에서는 갈대가 두 길(丈)보다 크게 자란다(二丈强)고 말한다. 이쯤 되면 "갈대가 두 길이면 너무 큰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시인(詩人)은 어쩌면 갈대가 이리도 커진 걸 보고 자연의 신비를 다시 한 번 느끼며 감탄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갈대의 꽃(花)도 등장한다.
"일찍 핀 꽃은 허옇고 늦게 핀 꽃은 새하얗다(早花虛白晩花蒼)"는 이 구절에서, 시인(詩人)은 갈대꽃이 피는 시간을 분석하며 뭔가 깊은 철학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갈대꽃의 색깔을 따지며 시간을 구분하는 건 좀 웃기지 않나? "아, 저 꽃은 좀 일찍 핀 거네. 허옇군!" 이라고 혼잣말을 했을 시인(詩人)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갈대꽃의 색에 주목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미세한 차이를 분석하는 완벽주의자 같기도 하다. 그러나 어쨌든 시인(詩人)은 그 속에서 자연의 흐름을 느끼며 또 한 번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있을 것이다. 갈대의 두 길 자람과 흰 꽃은 그의 인생 속 높이와 시간을 상징하는 듯하다.
第五幕: 어지러운 갈대밭과 사각사각 배의 항해 – "半披半折沿隄亂, 瑟瑟舟前掠面長.(반피반절연제란, 슬슬주전약면장.)"
마지막 구절은 시적인 아름다움과 동시에,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는 장면이다. "반은 솟고 반은 꺾어져 제방 따라 어지러운 갈대꽃(半披半折沿隄亂)"이라고 말하는데, 사실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 아닌가? 갈대밭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기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갈대가 어지럽다는 표현은 마치 시인(詩人)이 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느낌을 준다. 어쩌면 그는 그 어지러운 갈대 속에서 방향을 잃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가 지금 어디로 가는 거지?"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갈대는 단순히 어지럽게 서 있을 뿐만 아니라, 시인(詩人)이 타고 있는 배(舟)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슬슬 배 앞에서 갈대가 얼굴을 스치며 사라진다(瑟瑟舟前掠面長)"는 이 장면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상상하면 정말 웃긴 장면이다. 시인(詩人)은 배를 타고 있는데, 갈대들이 얼굴에 마구 스치고 지나간다. 이걸 피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을 그 모습을 생각해 보라!
結論: 자연의 갈대와 인생의 갈대 – 흔들리며 피는 인생의 맛
이 시(詩)에서 이학규(李學逵)는 자연 속 갈대를 보며 자신의 인생을 투영하고 있다. '갈대는 바람에 흔들리지만, 그렇다고 쓰러지지는 않는다.' 시인(詩人)은 자신의 삶도 마치 갈대처럼 흔들리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굳건히 서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詩)에서 가장 큰 교훈은, '인생이란 흔들리기 마련이다.' 때론 갈대가 얼굴을 스치기도 하고, 꽃이 허옇게 피기도 한다. 그런 순간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바람 불면 흔들리고, 그러다 보면 또 제자리로 돌아오겠지." 이학규(李學逵)도 결국 그런 마음으로 배 위에서 갈대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을 것이다.
인생도 갈대밭에서 가끔은 흔들리며, 바람을 맞아야 비로소 그 맛을 알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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