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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유방(劉邦)의 인재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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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조(後趙)를 세운 석륵(石勒)은 북방민족 출신이었지만, 제국을 건설하며 스스로 황제로 등극한 인물이었다. 그의 업적은 자못 대단했지만, 한날 한시에 만난다면 한나라 고조(高祖) 유방(劉邦) 앞에서는 그저 고개를 숙일 정도로 자기를 낮추는 겸손함도 있었다. 석륵(石勒)이 신하들에게 "()과 비교할 만한 역대 인물이 누구냐?"라고 묻자, 신하들은 기어이 아첨(阿諂)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폐하의 위대함에 비길 인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라 고조(高祖), ()나라 무제(武帝) 조조(曹操)도 폐하 앞에서는 보잘것없는 존재입니다. 오직 황제(黃帝) 정도가 폐하와 비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석륵(石勒)은 그 아첨을 고스란히 흘려버렸다. 그는 손을 휘저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말도 안 되는 아첨은 그만두라! 짐이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과 같은 시대에 살았다면, 기꺼이 그의 신하가 되었을 것이다. 광무제(光武帝)라면 한 번 겨루어 보겠지만, 조조(曹操)나 사마의(司馬懿) 같은 자는 이야기할 가치도 없다. 어린 황제를 볼모로 삼아 나라를 훔친 간신배(奸臣輩)들이니 말이다."

이런 석륵(石勒)의 말 속에서 우리는 유방(劉邦)의 진정한 위대함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은 자신의 약점도 솔직히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황제로 즉위한 유방(劉邦)은 축하연에서 자기의 공적을 논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천리 밖의 승리를 계획하고 이끄는 데는 장량(張良)만 못하고(吾不如張良 오불여장량), 나라를 평안히 하고 군량을 끊이지 않게 공급하는 데는 소하(蕭何)만 못하며(吾不如蕭何 오불여소하), 백만 대군을 거느리고 싸우는 것은 한신(韓信)만 못하다(吾不如韓信 오불여한신). 그러나 내가 이 세 명의 인재를 잘 통솔해서 그들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게 했기 때문에, 결국 내가 천하를 차지할 수 있었다. 반면 항우(項羽)에게는 범증(范增) 한 사람뿐이었으나, 그는 그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이것이 항우(項羽)가 나에게 패한 이유이다."

한고조(漢高祖)의 솔직한 이 자기평가는 단순히 겸손의 미덕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을 쓰는 데 있어 유방(劉邦)이 얼마나 뛰어난 통찰력을 가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당대의 천하를 호령한 이들이 유방(劉邦)을 평가할 때, 그를 "인재를 쓸 줄 아는 사람"으로 칭송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500년 후에 등장한 석륵(石勒)도 유방(劉邦)의 이러한 면모를 깊이 존경하며, 그의 신하가 되고 싶다고까지 했다. 그 시대를 초월한 존경심은 유방(劉邦)이 단순한 무력이나 권모술수(權謀術數)로 천하를 얻은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인재를 존중하는 인격과 넓은 아량이 깃들어 있었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유방(劉邦)은 자기 스스로의 역량을 과대평가(過大評價)하지 않았다. 그는 한신(韓信)이 전략에서 더 뛰어나고, 소하(蕭何)가 행정에서 더 탁월하며, 장량(張良)이 책략(策略)을 짜는 데 있어 자신보다 한 수 위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사람을 잘 썼기" 때문이다. 이 능력은 단순히 뛰어난 지략과 무력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타인의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탁월한 통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유방(劉邦)이 단순한 제국 건설자가 아니라, 인재를 존중하고 관리할 줄 아는 참된 리더였음을 깨닫게 된다. 오늘날에도 인재 관리와 리더십에 관한 교훈을 준다면, 유방(劉邦)의 이 말은 그 어떤 현대 경영서보다 값지다.

따라서,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은 자신이 남들보다 못한 점을 솔직히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족함을 인재들과의 협력으로 보완한 인물이었다. 그는 인재들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고, 이를 통해 천하를 평정할 수 있었다. 반면 항우(項羽)는 재능 있는 참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패배했다.

유방(劉邦)의 리더십은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귀감(龜鑑)이 된다. 자신을 낮추고 타인의 능력을 인정할 줄 아는 그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위대한 리더의 자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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