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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현서당지 제30호 오설상재

진현서당 주간지

by 진현서당 2024. 9. 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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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혀가 아직 살아 있소?”라는 뜻으로 비록 몸이 망가졌어도 혀만 살아 있으면 뜻을 펼 수 있다는 말

 

 : 나 오
 : 혀 설
 : 아직 상
 : 있을 재

 

사기(史記)장의열전(張儀列傳)에 나오는 이 일화(逸話)는 전국시대(戰國時代)의 뜨거운 외교 무대에서 살아남은 변론술(辯論術)의 대가, 장의(張儀)의 이야기입니다. 장의(張儀)는 소진(蘇秦)과 함께 귀곡선생(鬼谷先生)의 제자로서, 말 그대로 말 한 마디로 천하를 뒤흔들었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이 처음부터 화려했던 것은 아니었죠.

 

귀곡선생의 제자, 그러나 천덕꾸러기

 

장의(張儀)가 소진(蘇秦)과 동문수학(同門修學)하며 이름을 날리기 전, 그는 초나라(楚國) 재상 소양(昭陽)의 집에서 문객(門客)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문객(門客)이라는 말이 고상해 보여도 사실상 파티의 들러리로 불리던 신세였죠. 그의 외모와 옷차림은 허름했기에 소양(昭陽) 집안에서 딱히 대우를 받지도 못했습니다. 이 와중에 사건 하나가 터집니다.

화씨벽(和氏璧)! 이 보석의 등장으로 장의(張儀)의 운명이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당시 소양(昭陽)이 위나라(魏國)를 이기고 왕으로부터 받은 귀중한 화씨벽(和氏壁)은 그야말로 눈부신 존재였죠. 손님들은 한 번 구경시켜 달라며 아우성을 쳤고, 소양(昭陽)도 이에 흔쾌히 응했습니다.

 

구슬과 물고기, 그리고 누명

 

소양(昭陽)이 화씨벽(和氏壁)을 보여주려는 그 순간, "!" 하며 연못에서 커다란 물고기가 튀어 오릅니다. 손님들의 시선은 일제히 물고기로 향했고, 화씨벽(和氏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비극이 시작됩니다.

누명을 쓴 이는 다름 아닌 장의(張儀). 모두가 그를 의심했고, 결국 그는 화씨벽(和氏壁)을 훔쳤다는 이유로 매질(苔刑)을 당했습니다. 장의(張儀)는 피투성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갔고, 그의 아내는 울며 불며 말합니다.

당신이 글도 읽고, 말을 할 줄 모르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요!”

장의(張儀)는 피를 흘리며도 여유를 잃지 않고 답합니다.

내 혀를 보시오. 아직 있소? (視吾舌 尙在否)”

이에 아내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합니다.

혀야 있죠!”

장의(張儀)는 피식 웃으며 그럼 됐소.”라고 대답합니다.

이 짧은 대화는 장의(張儀)의 자신감을 잘 보여줍니다. 세 치 혀가 있는 한, 그는 살아남아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던 것이죠.

 

그 후, 천하를 뒤흔든 연횡책(連橫策)

 

피투성이가 되어 누명을 쓴 채 매질당한 장의, 그의 입장에서 보면 진짜 억울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이를 딛고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진()나라(秦國)에서 그를 알아본 혜문왕(惠文王)을 만나며, 그의 인생은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장의(張儀)는 연횡책(連衡策)을 내세워, 소진(蘇秦)의 합종책(合從策)을 뒤엎고, ()나라를 중심으로 동서(東西)로 연결된 국가들을 한데 묶어버렸습니다. 이를 통해 그는 진()나라의 재상(宰相)이 되었고, 그의 세 치 혀는 천하를 좌지우지(左之右之)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습니다.

 

소양(昭陽)에게 보내는 격문(檄文): 혀의 복수

 

장의(張儀)는 성공한 뒤, 자신에게 매질을 했던 소양(昭陽)에게 한 마디 던집니다.

지난 날, 내가 그대와 술을 마실 때 나는 그대의 구슬을 훔치지 않았건만, 내게 매질을 하였네. 이제 그대는 그대의 나라를 잘 지키게. 내가 그대 나라의 성읍(城邑)을 훔칠지니.”

이 말은 장의(張儀)의 복수 선언과도 같았습니다. 그는 진짜 구슬을 훔치지 않았지만, 이젠 나라 자체를 빼앗겠다는 대담한 선언이었죠. 그 말을 들은 소양(昭陽)은 아마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겁니다.

 

세 치 혀, 그 무한한 힘

 

이 이야기는 단순한 일화(逸話)가 아니라, 변론술(辯論術)로 무장한 자가 어떻게 권력과 명예를 차지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장의(張儀)는 매를 맞았음에도 혀만 있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고, 결국 그는 그 신념대로 천하의 무대에서 거대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一言之善 千金之價)는 말이 있듯이, 장의(張儀)의 세 치 혀는 진정한 무기였습니다. 입으로 먹고사는 변론가(辯論家), 즉 종횡가(縱橫家)들에게 혀는 그야말로 생존의 도구였죠.

 

결론: 혀의 위대함을 기억하라

 

이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무시하는 '말의 힘'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장의(張儀)처럼 혀 하나로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어렵겠지만, 우리는 그저 말을 잘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장의(張儀)의 생애(生涯)는 바로 그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줍니다. "입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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