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가난해지면 좋은 아내를 생각하게 된다는 뜻으로,
궁핍(窮乏)한 지경(地境)이 되면 훌륭한 관리자(管理者)가 생각난다는 의미(意味)
家 : 집 가
貧 : 가난할 빈
思 : 생각 사
良 : 어질 양
妻 : 아내 처
위(魏)나라 문후(文侯)는 고민에 빠졌다. 이번에 나라의 재상(宰相)을 뽑아야 했는데, 후보가 둘 있었다. 첫째는 동생인 위성자(魏成子)였고, 둘째는 적황(翟璜)이라는 인물이었다. 동생을 임명하면 가족 경영(?)이 될까 걱정이었고, 적황(翟璜)을 임명하자니 동생이 섭섭해할까 염려되었다. 그래서 문후(文侯)는 지혜로운 자로 소문난 이극(李克)을 불러 의견을 묻기로 했다.
“이극(李克) 선생, 전에 ‘가빈사양처(家貧思良妻), 국난사양상(國亂思良相)’이라 하셨지요. 가난한 집은 어진 아내가 필요하고, 혼란한 나라는 명재상(名宰相)이 필요하다고. 지금 내 나라가 혼란하니, 좋은 재상을 뽑아야겠는데 위성자(魏成子)와 적황(翟璜), 두 사람 중 누가 더 나을까요?”
그러자 이극(李克)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대왕, 제가 낮은 신분(身份)이라 이런 고귀한(高貴) 분들의 이야기를 함부로 할 수 없음을 아시지 않습니까? 게다가 저는 남의 집안일에 관여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동생분과 적황(翟璜)에 대해 제가 뭐라 할 처지가 아니니, 이번엔 직접 결정하시는 게 어떨까요?”
문후(文侯)가 그 말을 듣고 손을 흔들며 말했다. “에이, 사양하지 마시고 한 말씀 해보시지요.”
그러자 이극(李克)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사양(辭讓)하는 게 아니라, 대왕께서 직접 생각해 보시라는 뜻입니다. 제가 알려드릴 것은 다섯 가지 인물 평가 기준입니다. 이 다섯 가지로 평가하면 누구를 뽑아야 할지 보일 것입니다.”
문후(文侯)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호, 그 다섯 가지가 뭔가?” 하고 물었다.
이극(李克)은 손가락을 하나씩 펴며 말했다. “첫째, **불우(不遇)**할 때 어떤 사람들과 교류했는가. 불운한 시절에도 사람 보는 눈이 있었는지 보는 것입니다. 둘째, **부유(富裕)**했을 때 재물을 어떻게 썼는가. 돈 많이 벌어 남들 생각했는지를 봐야죠. 셋째, **높은 지위(地位)**에 있을 때 누구를 등용했는가. 자기 사람만 챙기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넷째, **궁지(窮地)**에 몰렸을 때 올바른 행동을 했는가. 위기의 순간에 인간 본성이 드러나는 법이지요. 마지막으로 다섯째, **가난(貧)**했을 때 재물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였는가. 가난할 때도 욕심을 부리지 않았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문후(文侯)는 그의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치며 “맞아, 맞아! 아주 명쾌하오! 이 기준이면 나도 재상을 고를 수 있겠소.”
문후(文侯)는 이극(李克)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고민을 마친 듯했다. 그리고 결국 동생 위성자(魏成子)를 재상으로 임명했다. 위성자(魏成子)는 소득의 10%만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 90%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넉넉한 인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아내도 주위 사람들을 잘 살폈으니, 가빈사양처(家貧思良妻)의 이상적인 인물이었다.
사실 이극(李克)은 처음부터 문후(文侯)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문후(文侯)가 고민할 때도 굳이 이극(李克)은 깊게 관여하지 않고, 자신이 할 말만 남기고 떠났던 것이다. 문후(文侯)는 동생을 재상으로 임명하면서도 그 기준에 만족했으니, 그 또한 좋은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어렵고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국난사양상(國亂思良相), 즉 명재상이 필요하고, 가정에서도 어려운 시기에는 가빈사양처(家貧思良妻), 어진 배우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결국 사람의 됨됨이는 어려운 때에 빛나기 마련이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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