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을 베어 줄 수 있을 정도로 절친한 사귐. 생사를 같이하는 사귐 또는 그 벗
설사 목이 달아날지라도 마음이 변치 아니할 만큼 친한 교제. 곧 생사를 함께하는 친한 사이
刎 : 목벨 문
頸 : 목 경
之 : 어조사 지
交 : 사귈 교
≪사기(史記)≫의 <염파인상여전(廉頗藺相如傳)>은 전국시대(戰國時代)의 유명한 두 인물, 염파(廉頗) 장군과 인상여(藺相如) 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는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넘어, 인간관계에서 오해와 화해, 그리고 진정한 우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여주는 고전적인 일화(逸話)로 널리 알려져 있다.
조(趙)나라의 혜문왕(惠文王) 시대, 인상여(藺相如)는 그야말로 혜성같이 등장한 신흥 정치가였다. 그가 유명해진 계기는 바로 ‘화씨벽(和氏璧)’ 사건이었다. 진(秦)나라가 조(趙)나라에게 화씨벽(和氏壁)을 요구했지만, 인상여(藺相如)는 진(秦)나라의 탐욕을 막고 그 귀한 보물을 무사히 조(趙)나라로 돌려보냈다. 이 공로로 그는 상대부(上大夫)에 임명되었는데, 이 벼락출세는 조(趙)나라 장군인 염파(廉頗)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염파(廉頗) 장군은 그야말로 전장(戰場)에서 뼈를 묻은 인물이었다. 그는 수많은 전투에서 조(趙)나라를 위해 피를 흘렸고, 그의 무공은 나라 전체에 퍼져 있었다. 그런데 이 젊은 인상여(藺相如)가 갑자기 나타나 혀만 놀리면서도 자신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니, 염파(廉頗)는 이를 참을 수 없었다. 염파(廉頗)는 "나는 성(城)을 치고 들에서 싸운 공이 있는 장군이다. 그런데 인상여(藺相如)는 고작 말로만 공을 세워 나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다니, 어림없는 일이다!"라며 분노했다. 이로 인해 염파(廉頗)는 인상여(藺相如)를 공공연히 모욕할 생각을 품었고, 기회만을 노렸다.
그런데 인상여(藺相如)는 이러한 염파(廉頗)의 분노를 미리 알고, 그와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부하들이 "왜 염장군을 피해 다니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인상여(藺相如)는 진중하게 대답했다. "진(秦)나라가 조(趙)나라를 쉽게 공격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와 염장군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로 싸우고 헐뜯으면, 그 틈을 노리고 진(秦)나라가 침범할 것이 분명하다. 나라가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나는 염장군을 피하는 것이다." 인상여(藺相如)의 이 말은 참으로 국가와 대의를 먼저 생각한 발언이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염파(廉頗)는 깊은 반성에 빠졌다. "나는 그저 나의 명예만을 생각하고, 인상여(藺相如)가 지닌 깊은 뜻을 알아채지 못했다니…" 염파(廉頗)는 결심을 하고, 곧바로 인상여(藺相如)에게 사죄하러 갔다. 그는 상의를 벗어 자신의 살을 드러낸 채, 곤장(棍杖)을 들고 인상여(藺相如)의 집으로 찾아갔다. 염파(廉頗)는 인상여(藺相如)에게 큰 절을 하며 말하기를 "나는 비천한 무장일 뿐입니다. 장군의 깊은 뜻을 몰라 미안하게 생각합니다."라며 진심으로 사과했다.
이 장면에서, 그저 오해와 자존심 싸움으로 끝날 수 있었던 둘의 관계가 극적으로 반전되었다. 인상여(藺相如)는 염파(廉頗)의 사과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그 이후 두 사람은 더욱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이들은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며, 조(趙)나라를 위해 함께 힘을 모으게 된다. 결국 이들의 관계는 "문경지교(刎頸之交)"로 발전하게 되었다. '문경지교(刎頸之交)'는 서로 죽음을 함께할 정도로 의기와 우정이 깊은 관계를 뜻하는 말로, 두 사람의 우정을 상징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단순한 경쟁이나 시기심이 아니라, 상대방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울 수 있다. 염파(廉頗)는 자신이 전장에서 싸운 공로를 자랑스러워했지만, 인상여(藺相如)는 국가의 대의를 위해 자신의 자존심을 낮추고 양보할 줄 알았다. 염파(廉頗)는 결국 인상여(藺相如)의 깊은 뜻을 깨닫고, 그와의 화해를 통해 진정한 친구(親舊)이자 동지(同志)가 되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단점을 감싸주고, 생사(生死)를 함께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이 이야기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개인의 자존심이나 경쟁심보다는 대의를 먼저 생각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진정한 관계의 바탕이라는 것이다. 또한, 오해가 생길 때에는 진심 어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이 이야기에서 배울 수 있다.
조(趙)나라의 역사에서 염파(廉頗)와 인상여(藺相如)의 이야기는 단순한 장군과 신하의 갈등을 넘어, 인간관계의 깊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아 있다. 그들의 우정은 단순히 '잘 지내자'라는 수준을 넘어서, '같이 죽을 수 있는 사이'로까지 발전했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염파(廉頗)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인상여(藺相如)에게 사과했을 때, 인상여(藺相如)는 그 사과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국가를 위해 헌신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야기는 현대의 우리에게도 "서로를 이해하고, 진정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다"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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