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漢詩 한 수/12월의 漢詩

1224. 산중 눈보라[大雪寄景三 대설기경삼]

진현서당 2024. 12. 22. 22:43

 

 



今日山中惡風雪,
一寒江上復如何.
白屋獨燒秋後葉,
孤舟應得夜來魚.
千林極望無行逕,
十里何由見尺書.
莫向山陰回小棹,
故人搖落正端居.



오늘 산중에는 눈보라가 사나운데,
그대 사는 차디찬 강가는 또 어떠하려나.
초가에서 홀로 가을 지난 낙엽 태우고,
외딴 배에서 밤 되어 물고기 잡으리라.
숲을 멀리 보니 오솔길 보이지 않는데,
십 리 멀리에서 어떻게 편지 받아 볼까.
산음에서 오다가 작은 배 돌리지 말게,
벗이 쓸쓸하게 조용히 지내고 있으니.


금일산중악풍설, 일한강상부여하.
백옥독소추후엽, 고주응득야래어.
천림극망무행경, 십리하유견척서.
막향산음회소도, 고인요락정단거.

신광수(申光洙·1712~1775) 대설기경삼(大雪寄景三) 석북집(石北集)3

 

이 시()는 신광수(申光洙)의 대설기경삼(大雪寄景三)에서 유래한 작품이다. 시인(詩人)은 대설(大雪) 때의 눈보라와 고립된 산중에서 벗인 경삼(景三)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시()에 담아냈다. 이 시()의 독특한 점은 그리움과 고독을 표현하는데, 인간적인 따뜻함과 동시에 소소한 유머를 숨겨 놓고 있다는 것이다. 시를 통해 단순히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뿐만 아니라, 자신의 현실과 상황에 대한 깊은 성찰도 엿볼 수 있다.

 

산중의 거친 풍경과 강가의 고요함

 

"오늘 산중에는 눈보라가 사나운데"라는 첫 구절은 곧바로 시인(詩人)의 고립된 상황을 드러낸다. 대설(大雪)이 내려 산중에서 오가는 일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을 묘사한다. 밖에 나가면 추위와 눈보라에 맞서 싸워야 하니, 실내에서 머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시인은 그대 사는 차디찬 강가는 또 어떠하려나라는 구절을 통해 벗이 살아가는 장소에 대한 궁금증과 그리움을 표현한다. 강가의 집은 조용하고 한적할 것이라 상상하며, 그런 벗의 삶이 부러워지는 시점이다. 신광수(申光洙)는 산속의 고독과 강가에서의 여유를 비교하며,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한 우울함을 풀어낸다.

 

고독한 시간 속에서 벗을 그리며

 

시인(詩人)초가에서 홀로 가을 지난 낙엽 태우고라는 구절로 강가의 벗을 떠올린다. ‘백옥독소추후엽(白屋獨燒秋後葉)’이라는 표현은 벗의 집이 초가집임을 나타내며, 가을에 떨어진 낙엽을 태우는 고즈넉한 모습을 상상한다. 그 장면은 시인(詩人)이 바라본 강가의 고요한 풍경이지만, 그 고요함 속에서 마치 벗과 함께 있는 듯한 따뜻한 느낌도 준다. ‘외딴 배에서 밤 되어 물고기 잡으리라는 구절에서는 경삼(景三)이 외딴 배에서 낚시를 하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떠올리며, 시인(詩人)은 그 장면을 그리워한다. 벗은 고독하지만, 그 고독 속에서 자신만의 즐거움과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음을 상상하는 것이다.

 

자유로운 자연 속에서의 벗과의 시간

 

천림극망무행경(千林極望無行逕)’에서는 시인(詩人)이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처럼 느껴지는 고립된 상황을 묘사한다.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고, 그저 끝없이 펼쳐진 숲을 바라보며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이 구절은 고독을 잘 나타내고 있는데, 나아갈 길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상황에서 시인은 길을 잃고 마음이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십리하유견척서(十里何由見尺書)’는 그리운 벗에게 어떻게 연락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갈망을 표현한 것이다. 벗과의 거리가 멀어지면 편지도 주고받을 수 없을 것 같아 더욱 그리워진다. 편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은 마치 십 리나 되는 거리를 넘어서,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절박한 마음을 담고 있다.

 

산음 고사의 유머와 그리움

 

막향산음회소도(莫向山陰回小棹)’에서 시인(詩人)은 고사(古事)를 인용한다. 산음(山陰)은 진()나라 왕휘지(王徽之)가 친구 대규(戴逵)를 그리워하며 갑자기 배를 타고 가던 곳으로 유명하다. 왕휘지(王徽之)는 대규(戴逵)를 만나기 위해 밤새 배를 저어 갔지만, 결국 그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 고사(古事)를 시인(詩人)이 언급하는 이유는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자신도 벗을 그리워하지만, 가는 길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작은 배를 돌리지 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는 시인(詩人)이 벗을 만나고 싶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는 쉽게 찾아갈 수 없다는 자각이 담겨 있다. 이 구절은 과거의 고사를 현대적 감각으로 변형하여 유머러스하게 전개하고 있다. 왕휘지(王徽之)가 배를 타고 갔던 일은, 마치 우리가 비현실적이고 허무한 행동을 할 때의 모습을 상징한다. 시인(詩人)은 이 고사를 인용하며, 벗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더욱 유머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고독 속에서 느끼는 그리움

 

마지막 구절인 고인요락정단거(故人搖落正端居)’는 벗인 경삼(景三)이 고요하게 혼자 지내는 모습에 대한 묘사이다. ‘요락(搖落)’은 흔들리고 떨어지는 느낌을 주는데, 이는 고독 속에서 벗이 흔들리듯 불안한 마음을 느끼고 있음을 상징한다. 그러나 결국 단거(端居)’는 그 고독을 즐기며 편안하게 지내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 구절은 경삼이 그리움 속에서 불안해하면서도, 그 불안함 속에서 스스로를 다잡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다. 시인은 경삼이 자신을 그리워하며 조용히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욱 강해진다.

 

유머와 진지함, 그 사이의 공간

 

이 시()는 단순한 그리움이나 고독을 넘어서, 인간의 감정과 현실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신광수(申光洙)는 강가에서 자유롭고 평온하게 살고 있는 벗을 그리워하면서, 자신이 처한 고립된 상황과의 차이를 표현한다. ‘산음(山陰) 고사(古事)’를 통해 그리움의 감정을 더욱 깊게 표현하면서도, 그 속에 숨어 있는 유머와 위트를 빼놓지 않는다. 산속의 고독, 강가의 여유, 그리고 그리운 벗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면서도, 그 속에서 소소한 웃음과 위트를 더해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이 시()는 그리움과 고독을 다루고 있지만, 그 속에서 시인(詩人)이 어떻게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끼고, 그리움 속에서 유머를 찾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비록 대설(大雪)이 내려 산속에 갇혀 있을지라도, 벗을 그리워하며 작은 웃음을 찾는 그 마음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진지함과 가벼움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잘 보여준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