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 해넘이[衚衕絶句 호동절구]
白日轣轆西墜, 此時吾每欲哭. 世人看做常事, 只管催呼夕食. |
밝은 해가 굴러서 서쪽으로 떨어지면, 그때마다 나는 통곡하고 싶어진다. 그러려니 일상으로 여기는 세상 사람들, 그냥 다만 저녁밥을 내오라 재촉한다. 백일역록서추, 차시오매욕곡. 세인간주상사, 지관최호석식. |
이언진(李彦瑱·1740~1766) 골목길에서[衚衕絶句 호동절구] |
해가 지면, 울고 싶은 마음
이언진(李彦瑱)은 18세기 영조(英祖) 말엽의 천재 시인으로, 그만의 독특한 시적 감수성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또한 역관(譯官)으로서도 명성을 떨쳤으나, 그의 시 세계에서는 일상적인 삶의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깊은 철학적 사유가 나타난다. 오늘 우리가 읽을 시, 「호동절구(衚衕絶句)」에서는 그가 해가 지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의 변화가 표현된다. 그가 매일 경험하는 저녁의 해넘이를 다른 사람들이 평범하게 여길 때, 그는 그 순간을 마치 자신의 삶의 끝자락처럼 받아들이며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백일역록서추, 차시오매욕곡(白日轣轆西墜, 此時吾每欲哭.)
시의 첫 구절인 "백일역록서추(白日轣轆西墜)"에서 이언진(李彦瑱)은 해가 서쪽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그린다. "백일(白日)"은 밝은 해를 의미하는데, 이 "백일"이 서쪽으로 굴러 떨어진다고 했다. 여기서 "역록(轣轆)"은 해가 서쪽으로 천천히 기울어지며 내려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해가 서쪽으로 "굴러 떨어지듯" 지는 모습은 마치 시간이 흐르는 것을, 혹은 사람의 인생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묘사된다. 이언진은 해가 떨어지는 그 순간에 마치 시간이 끝나는 듯한 느낌을 받고, 그 시간을 "욕곡(欲哭)"하고 싶다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차시오매욕곡(此時吾每欲哭)"에서 그는 해가 지는 그 순간마다 통곡하고 싶은 마음을 털어놓는다. 일반적으로 해가 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중 하나로,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그러나 이언진(李彦瑱)은 그 해가 지는 시간에 일종의 철학적 슬픔을 느끼고 있다. 하루가 끝나는 순간, 자신의 삶도 조금씩 끝나가는 것처럼 생각하며, 그 끝자락에서 느끼는 고독과 아픔이 그를 괴롭게 한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해가 지는 것을 그냥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언진(李彦瑱)에게는 해가 지는 그 순간이, 무언가 끝나가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그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세인간주상사, 지관최호석식(世人看做常事, 只管催呼夕食)
시의 두 번째 구절인 "세인간주상사(世人看做常事)"에서 이언진(李彦瑱)은 세상 사람들이 해가 지는 일을 "상사(常事)"로 본다고 언급한다. 여기서 "상사(常事)"는 "평범한 일" 또는 "일상적인 일"을 의미한다. 즉, 다른 사람들은 해가 지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저 그런 일상"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해가 지는 것은 매일 반복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무심코 받아들이고, 저녁이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석식(夕食)"을 준비하고 먹기 위해 재촉한다.
"지관최호석식(只管催呼夕食)"에서 "지관(只管)"은 "그저", "오직"이라는 뜻이고, "최호(催呼)"는 "재촉하다"라는 의미이다. 여기서는 사람들이 해가 지는 것에 대해 아무런 감흥도 없이 저녁밥을 내오라고 재촉하는 모습을 풍자하고 있다. 이언진(李彦瑱)은 이처럼, 해가 떨어지는 시간을 그저 "저녁밥을 먹을 시간"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며, 마치 그들의 무심함과 일상적인 태도에 비통함을 느낀다. 사람들은 해가 지는 것, 즉 하루의 끝을 맞이하는 순간을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간단히 넘기며, 그저 배고픔을 채우는 일에만 집중한다.
해가 지는 시간의 상실감
그렇다면 이언진(李彦瑱)이 이렇게 해가 지는 순간에 통곡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지 일상적인 해넘이를 넘어서는 감정의 표현이다. 시인이 해가 지는 것을 단순히 "평범한 일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것을 인생의 "상실"이나 "종말"로 느끼기 때문이다. 해가 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이언진(李彦瑱)은 그것을 개인적인 감정의 상징으로 해석한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결국 시간은 "무상(無常)"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며, 그 끝을 받아들이는 순간의 아픔을 통곡으로 드러낸다.
이언진(李彦瑱)은 해가 지는 것을 매일 겪지만, 그 일상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해가 지는 순간마다 자신의 존재와 삶을 되돌아보며, 시간의 흐름이 가져오는 변화와 상실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해가 지는 일"에 대한 시인의 민감한 감수성이다. 그는 그것을 그저 시간의 흐름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인생의 끝자락을 느끼는 듯한 감정을 표현한다.
우리는 그저 저녁밥을 먹는다
그러나 이 시를 읽고 나면,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왜 그렇게 쉽게 해가 지는 것을 일상처럼 여길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언진(李彦瑱)의 감수성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한 깊은 사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녁밥을 챙기느라 "해가 지는 시간"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배가 고프고, 하루가 끝나면 아무렇지 않게 밤을 맞이한다. 결국, 이언진(李彦瑱)의 시는 "시간의 소중함"과 "인생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결론
이언진(李彦瑱)의 「호동절구(衚衕絶句)」는 단순한 일상 속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해가 지는 시간"은 우리가 너무나 쉽게 지나칠 수 있지만, 그 속에는 일상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시인은 우리가 매일 맞이하는 일몰을 통해, "삶의 끝"과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그 의미와 소중함을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해가 지는 순간, 우리는 그저 "저녁밥을 먹자"고 재촉하기보다는, 그 시간의 끝자락에서 느껴지는 삶의 가치를 되새기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