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漢詩 한 수/12월의 漢詩

1212. 추운 날[極寒 극한]

진현서당 2024. 12. 4. 22:28

 



北岳高戌削,
南山松黑色.
隼過林木肅,
鶴鳴昊天碧.



북악은 높이도 깎아지르고,
남산은 소나무가 새까맣다.
솔개 지나가자 숲은 오싹하고,
학이 울고 간 하늘은 새파랗다.


북악고술삭, 남산송흑색.
준과임목숙, 학명호천벽.

박지원(朴趾源·1737~1805) 되게 추운 날[極寒 극한]

 

극한(極寒)의 서울 풍경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문학 세계는 마치 추운 겨울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처럼, 차가우면서도 깊이 있는 감동을 준다. 그가 그린 서울의 풍경은, 단지 기온이 낮다는 사실을 넘어선 차가운 느낌과 적막함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작품이었다. 이번 시에서 그가 그려낸 "극한(極寒)"은 단순히 추운 날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과 하나가 된, 찬란한 적막 속에서 얼어붙은 세상을 목격한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그가 묘사한 서울의 풍경을 한 번 살펴보자.

 

북악고술삭, 남산송흑색(北岳高戌削, 南山松黑色.)

 

시의 첫 구절에서 박지원(朴趾源)"북악(北岳)""남산(南山)"을 언급한다. "북악"은 서울의 북쪽에 있는 산으로, 그 이름처럼 북쪽에 솟아 있는 거대한 바위산이다. "고술삭(高戌削)"이라는 표현에서 우리는 그 바위가 날카롭게 솟아 있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술삭"은 예리하게 깎아지른 듯한 상태를 의미하는데, 겨울이 되면 그 바위가 더욱 선명하고, 날카로워지며 차갑게 반짝일 것이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마치 바위가 날카로워져서 그대로 사람을 찌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북악의 바위는 추위에 의해 더욱 돋보이며, 한기가 휘몰아친다.

 

반면, 남산의 소나무는 "송흑색(松黑色)"이라 하여 "검은 소나무"로 묘사된다. 이 표현은 소나무가 겨울의 찬바람에 의해 더욱 어두워지고, 검게 변한 모습을 상징한다. 겨울의 소나무는 무언가 심오한, 그리고 차가운 그늘을 드리운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소나무가 얼마나 강렬하게 검게 보였으면 "송흑색(松黑色)"이라 불리게 되었을까? 그 검은 색은 그저 시각적인 변화가 아니라,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고독한 분위기를 그 자체로 전달하는 메타포처럼 보인다.

 

준과임목숙, 학명호천벽(隼過林木肅, 鶴鳴昊天碧.)

 

"준과(隼過)"는 솔개가 지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솔개"는 그 자체로 차가운 겨울의 상징이다. 솔개가 지나가자 "임목숙(林木肅)"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임목"은 나무들이고, "()"은 정숙하고 고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겨울의 추위 속에서 솔개가 지나가면, 숲은 한순간 움츠러든다. 솔개가 지나간 후 숲은 그야말로 고요하고, 공기마저 얼어붙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느끼는 정적은 마치 겨울의 숨결이 멈춘 것처럼 소리가 없는 고요함이다. 솔개 한 마리가 지나가면서, 숲의 생명력까지도 얼어버린 듯한 인상을 준다.

 

마지막으로 "학명(鶴鳴)"은 학이 울며 하늘을 나는 장면이다. 그 소리는 "호천벽(昊天碧)"이라 하여 하늘을 가르고 울려 퍼지는데, 그 소리가 하늘을 "새파랗게 질리게" 만든다고 한다. 여기서 "호천벽(昊天碧)""()"라는 단어가 하늘을 뜻하고, "()"은 푸르고 맑은 색을 나타낸다. 그래서 이 구절은 학이 울며 날아가는데 그 울음소리가 하늘을 가르고, 그 소리가 너무 크게 퍼져서 하늘까지 차가운 푸르름을 더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학이 울 때, 그 소리와 함께 하늘이 한층 더 차가워지고, 마치 하늘이 깨어지거나 금이 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추위가 하늘을 덮고, 온 세상이 얼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추위의 기운이 스며들다

 

박지원(朴趾源)이 그린 이 풍경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추위"라는 요소가 단순히 날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 전체를 통해 물리적 감각을 넘어서는 강한 정서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 서울의 북악과 남산은 단순히 추운 풍경이 아니라, 그 차가운 기운이 인간의 감각을 얼어붙게 만드는 강렬한 장면들로 구성된다. 바위는 날카롭게, 소나무는 검게 변하며, 숲은 고요히 움츠러들고, 하늘은 푸르름 속에서 얼어붙는다. 그 모든 것이 합쳐져서 보는 이의 마음 속에도 찬바람이 스며든다.

 

박지원(朴趾源)"극한(極寒)"이라는 제목을 통해, 물리적인 추위뿐만 아니라 정신적, 감정적인 추위를 묘사하고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라 해도,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얼어붙고, 고요하며, 심지어 위압적이다. 그는 이 극단적인 추위 속에서 겨울의 본질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고, 이를 언어로 풀어낸다.

 

결론

 

이 시에서 박지원(朴趾源)은 춥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추위의 감각을 더욱 강렬하게 전달한다. 그는 자신의 시어를 통해 차가운 풍경을 생생하게 그리며,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추위에 몸과 마음이 얼어붙는 듯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북악과 남산, 숲과 하늘, 그 속의 생명들은 단순히 겨울의 풍경이 아니라, 추위라는 개념이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극한(極寒)"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날씨의 상태를 넘어서, 인간 존재의 한계를 시험하는 차가운 힘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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