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0. 산사에서 자다[投宿山寺 투숙산사]
少年常愛山家靜, 多在禪窓讀古經. 白髮偶然重到此, 佛前依舊一燈靑. 소년상애산가정, 다재선창독고경. 백발우연중도차, 불전의구일등청. |
소년 적엔 고즈넉한 산사를 좋아하여, 창가에서 옛 경전을 많이도 읽었지. 백발 되어 우연히 다시 찾은 이곳에는, 불상 앞에 그때처럼 등불 하나 흐릿하다. |
신광한(申光漢·1484~1555) 산사에서 자다[投宿山寺 투숙산사] |
신광한(申光漢)의 시《投宿山寺》(투숙산사)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시간 여행입니다. 시인이 경험한 내면의 변화와 함께, 산사라는 공간이 주는 영적인 무게, 그리고 그가 소년 시절에 느꼈던 열정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이 시는 그가 지나온 세월과 시간을 넘나들며 느낀 감회, 그리고 산사에서 다시 만난 고요함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1. 소년 시절의 산사
시의 첫 구절, "少年常愛山家靜"은 그의 소년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드러냅니다. ‘少年’은 그의 젊은 시절을 의미하며, 그때 그는 ‘山家靜’, 즉 고요한 산속의 집을 좋아했습니다. 산사는 그에게 단순한 학문을 배우는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마음의 고요를 찾고, 외부의 번잡함을 벗어난 ‘静’함을 누릴 수 있는, 무언의 평화의 공간이었습니다. 그 당시 그는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구절에서 ‘山家靜’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산속의 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산사라는 공간이 주는 정신적 고요와 그곳에서 느낄 수 있는 순수함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그곳에서는 외부 세계의 소음과 번잡함이 차단되고, 오직 자신과 책, 그리고 불경만이 남았습니다. 그야말로 시인이 깊은 내면의 탐구와 공부에 몰두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였지요.
2. 경전 읽던 날들
"多在禪窗讀古經"이라는 구절은 그가 산사에서 보낸 시간을 묘사합니다. ‘禪窗’은 수행의 공간을 뜻하는데, 이를 통해 그는 ‘古經’, 즉 오래된 경전들을 읽으며 정신적 성장을 도모했습니다. 이 시절의 그는 불경을 읽으며 자신의 삶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불교의 교리 속에서 길을 찾고 있었습니다. ‘禪’은 마음의 평정을 뜻하고, ‘古經’은 그가 시대를 초월한 지혜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손에 들었던 경전들입니다.
이 구절은 그가 얼마나 그곳에서 경전에 몰두했는지를 나타냅니다. 단순히 지식을 쌓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마음의 깨달음과 진리를 추구했던 시절의 그 진지한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시절의 그는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고독한 탐구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경전은 그에게 깊은 평화를 주었을 것입니다.
3. 백발이 되어 다시 찾은 산사
세월이 흐르고, "白髮偶然重到此" 구절에서 보듯, 시인은 이제 백발의 노인이 되어 산사를 다시 찾습니다. ‘白髮’은 나이를 나타내며, ‘偶然’은 우연히라는 의미입니다. 세월의 무상함을 강조하는 이 구절은 그가 얼마나 오랜 세월을 지나 이곳에 다시 돌아왔는지, 그리고 다시 찾은 이곳에서 그가 무엇을 느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킵니다.
백발이 된 시인은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면서, 그의 얼굴에서 새삼스럽게 시간을 느낍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과거의 자신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때의 열정이 얼마나 간절했는지, 그 시절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비교하게 됩니다. 그가 다시 찾은 이곳은 그저 장소에 그치지 않고, 젊은 시절의 감정과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시간 여행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지요.
4. 불전 앞에서의 깨달음
마지막 구절, "佛前依舊一燈靑"은 시인의 깊은 감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구절에서 불상 앞에 켜진 ‘一燈’, 즉 하나의 등불은 시인에게 많은 의미를 가집니다. 이 등불은 단순히 불경을 읽기 위한 조명 이상의 존재입니다. 그 등불은 ‘依舊’, 즉 예전과 변함없이 그대로 켜져 있었으며, ‘一燈靑’, 즉 청명한 빛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시인은 이 등불을 보며 자신이 소년 시절 느꼈던 마음, 즉 불경을 읽으며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했던 그 열망을 다시 떠올립니다. 그때의 열정과 지금의 평화로운 마음이 어우러져, 등불이 하나의 심오한 깨달음을 전해주는 상징으로 다가옵니다. 이 등불은 불경을 밝히는 단순한 불빛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의 끈을 상징합니다.
시인은 등불을 바라보며 자신이 과거에 꿈꾸었던 것들이 이제 어떤 형태로 다가왔는지 깨닫게 됩니다. 당시의 열망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그가 이곳에서 찾고자 했던 ‘깨달음’임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5. 소년 시절의 열망
결국, 이 시는 단순히 한 노인의 회고가 아닙니다. 그것은 그가 겪어온 인생의 여정 속에서 한 시점에 멈춰 서서, 과거의 열망을 돌아보는 사유의 시간입니다. 그는 이제 백발이 되었지만, 그 소년 시절의 열망은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열망은 다시 한번 산사에서 켜진 등불을 통해 환기됩니다. 등불 앞에서 시인은 소년 시절 자신이 느꼈던 그 열정과 순수함을 되찾고, 그로 인해 더욱 깊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바로, ‘각자의 소년 시절의 열망이 여전히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시인은 세월을 거슬러가며, 그때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때의 열정을 다시 찾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에서 한 순간의 고요함을 찾아야 하고, 그 고요함 속에서 자신의 본래 모습을 깨달아야 합니다. 결국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세월과 변화 속에서 존재하는 내면의 열망이며, 그것을 다시 찾는 여정이 바로 삶의 깊이를 더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신광한의 시《투숙산사》는 그가 지나온 세월과 그 속에서 겪은 깨달음을 담담하게 풀어내며, 모든 이에게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고요한 여운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