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漢詩 한 수/12월의 漢詩

1207. 12월 7일의 일기[初七日戊子 초칠일 무자]

진현서당 2024. 12. 1. 21:10

 

 



萬事思量無係戀,
惟有牙籤一癖餘.
安得一日如一年,
讀盡天下未見書.


만사사량무계련,
유유아첨일벽여.
안득일일여일년,
독진천하미견서.



인간만사 아무리 떠올려 봐도
마음에 끌리는 것 하나 없지만,


한 가지 고질병은 여전히 남아
아첨에 꽂힌 책을 사랑한다네.


일년처럼 긴 하루를
어찌하면 얻어내어,


보지 못한 천하의 책을
남김없이 읽어볼거나.

유만주(兪晩柱·1755~1788) 127일의 일기[初七日戊子 초칠일 무자]

 

통원(通園) 유만주(兪晩柱·1755~1788)가 서른 살 때인 178412월 초이레 아침에 썼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새 큰 눈이 내려 쌓였는데 그 위에 또 눈이 내리고 바람이 크게 불었다. 몹시 추워 이불 밖으로 나오지 않고 베개 위에서 시상(詩想)을 가다듬어 시()를 지었다. 추운 겨울이 되어 한 해도 저물어간다. 내 인생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봐도 좋을 때다. 이것저것 떠올려 봐도 마음이 쏠리는 일이 하나 없다. 오로지 하나, 아첨(牙籤 상아로 만든 책갈피) 꽂아 서가(書架)에 쌓아둔 책을 읽는 것 하나만이 마음을 사로잡을 뿐이다. 1365일처럼 긴 하루는 없을까? 아직 읽지 못한 천하의 모든 책을 그 하루에 모조리 읽어버리고 싶다. 저물어가는 한 해가 아쉬운 것은 읽고 싶은 책을 다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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