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5. 고향을 그리며[計程 계정]
計程今已到家中, 事事眞如眼覩同. 稚子出門欣笑色, 老親臨牖喜愁容. 慰來慈念長思遠, 道得剛腸善處窮. 神去不知山水遠, 夕天飛雪獨吟風. 계정금이도가중, 사사진여안도동. 치자출문흔소색, 노친임유희수용. 위래자념장사원, 도득강장선처궁. 신거부지산수원, 석천비설독음풍. |
노정을 따져보니 지금쯤이면 벌써 집에 도착하여, 일마다 똑같이 벌어지는 걸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겠지. 어린 아들은 문을 뛰쳐나와 좋아라고 웃고, 노친께선 문을 열고 기쁜 내색 반에 걱정이 반일세. 멀리 있는 자식 걱정하는 어머니를 위로하고, 궁지에서 잘 견딘다고 다부지게 말씀드리네. 산수가 가로막혀 길이 멀어도 넋은 잘도 다녀오니, 눈발이 날리는 밤하늘에 나 홀로 시를 읊네. |
심로숭(沈魯崇·1762~1837) 노정을 따져보니[計程 계정] |
《計程》: 고향을 그리며
심로숭(沈魯崇·1762~1837)이 유배지에서 느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그리움 속에서의 망상과 현실을 교차시킨 시입니다. 이 시는 단순히 유배지에서의 고독을 그린 것이 아니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간절하고, 그리움이 어떻게 현실을 왜곡할 수 있는지를 풀어낸 작품입니다. 우리가 흔히 고향을 떠올릴 때, 그곳의 풍경과 가족들의 얼굴이 어떻게 떠오르는지, 그리움이 얼마나 큰지, 그리움이 일으키는 망상과 현실의 괴리감은 얼마나 뚜렷한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로 나타내었습니다.
계정금이도가중, 사사진여안도동.(計程今已到家中, 事事眞如眼覩同.)
노정을 따져보니 지금쯤이면 벌써 집에 도착했겠지.
유배지에서의 고독 속에서, 심로숭은 집에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일어날 때마다, 그는 마치 자신의 여정이 이미 끝나고 고향에 도달한 것처럼 느낍니다. 물론, 그는 여전히 유배지에 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고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심리적인 ‘계산’으로 그는 이미 집에 도착했다고 믿고, 그 순간에 몸은 고향에 있다는 망상을 합니다. 이러한 망상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 마음이 현실을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 부분에서 유머를 느낄 수 있는 점은, 그가 실제로는 집에 돌아가지 못한 상황에서, 상상 속에서는 마치 '계산된 시간'처럼 집에 도착했다고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은 자신이 집에 도달한 순간을 그렇게 간절하게 꿈꾸고, 그렇게 '계산'하는 것이죠.
치자출문흔소색, 노친임유희수용(稚子出門欣笑色, 老親臨牖喜愁容).
어린 아들은 문을 뛰쳐나와 좋아라고 웃고, 노친께선 문을 열고 기쁜 내색 반에 걱정이 반일세.
이 구절에서는 고향에 돌아갔다고 상상한 심로숭(沈魯崇)이 가족의 반응을 묘사합니다. 어린 아들은 그가 돌아온 것을 보고 기뻐하며 웃고, 늙은 부모는 기쁨과 걱정이 반반 섞인 표정으로 그를 맞이합니다. 이 구절은 그리움의 감정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듭니다. 그리운 가족의 모습은 너무 생생하고 현실처럼 다가오지만, 사실은 그저 상상에 불과합니다. 어린 아들의 웃음과 노친의 걱정, 그 모든 감정들이 마치 실제처럼 떠오르지만, 그 순간에도 그는 여전히 고향에 가지 못한 채 유배지에 있습니다.
이 장면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심로숭은 가족들이 자신을 맞이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그 상상 속에서까지도 부모님의 걱정이 함께 따라온다는 점입니다. 현실에서는 그가 고향에 가지 못하고 있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돌아가 가족들과 다시 만나고 있음을 웃음과 눈물 속에서 동시에 표현합니다.
위래자념장사원, 도득강장선처궁(慰來慈念長思遠, 道得剛腸善處窮).
멀리 있는 자식 걱정하는 어머니를 위로하고, 궁지에서 잘 견딘다고 다부지게 말씀드리네.
이 구절에서는 심로숭(沈魯崇)이 상상 속에서 가족들에게 자신의 근황을 알리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어머니는 멀리 떨어져 있는 아들에 대한 걱정을 끊임없이 하며, 심로숭(沈魯崇)은 그런 어머니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고향과 가족을 떠나 있는 현실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강한 의지로 가족들을 안심시키려 합니다. 이 부분에서는 유머와 함께 묘한 감정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어머니의 걱정은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런 걱정을 덜어주려는 아들의 다부진 말이 얼마나 서글픈지 말이죠.
상상 속에서라도 어머니와의 대화는 그리움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잘 나타냅니다. 그가 실제로 어머니에게 말할 수 없지만, 마음속에서 강하게 어머니를 위로하는 모습은 그리움과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잘 보여줍니다.
신거부지산수원, 석천비설독음풍(神去不知山水遠, 석천비설독음풍).
산수가 가로막혀 길이 멀어도 넋은 잘도 다녀오니, 눈발이 날리는 밤하늘에 나 홀로 시를 읊네.
마지막 구절에서 심로숭(沈魯崇)은 그의 넋이 산과 물을 넘어 고향에 가는 상상을 합니다. 신령한 존재처럼, 그의 정신은 고향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몸은 여전히 유배지에 있지만, 마음은 이미 고향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그리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커서, 그는 그것을 상상으로라도 달성하려고 하죠. 그가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의 산과 물을 떠올리며, 그는 "눈발이 날리는 밤하늘에 홀로 시를 읊는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현실과 상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깊은 고독과 그리움을 나타냅니다.
심로숭(沈魯崇)이 현실에서 떠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고향에 도달한 것처럼 상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거부지산수원(神去不知山水遠)"은 그가 정신적으로 고향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데, 그 상상 속에서만 그는 자유롭고, 현실에서는 여전히 유배지에 갇혀 있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냅니다.
마무리
이 시는 유배지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심로숭(沈魯崇)의 고독과 그리움, 그리고 그리움을 통해 생긴 상상 속에서의 고향 방문을 묘사합니다. 그는 고향에 가지 못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리움 속에서 고향에 돌아갔다고 믿으며 가족들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들과의 대화를 상상합니다. 이 상상 속에서 그는 고향을 '계산'으로 돌아갔다고 믿고, 그리운 어머니와 아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며,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속으로 자유롭게 고향을 다녀오는 것입니다.
그리움은 때로 현실을 왜곡하지만, 그 왜곡 속에서 우린 다시 한번 사랑하는 이들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습니다. 심로숭(沈魯崇)의 이 시는 그리움이 만들어내는 망상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는 이들을 떠올리고, 그들과의 관계를 다지고, 그리움을 소중히 여긴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