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漢詩 한 수/11월의 漢詩

1112. 스님과 동자의 이별 이야기

진현서당 2024. 11. 13. 22:44

 

 



空門寂寞汝思家,
禮別雲房下九華.
愛向竹欄騎竹馬,
懶於金地聚金沙.
添甁澗底休招月,
烹茗甌中罷弄花.
好去不須頻下淚,
老僧相伴有烟霞.



불문이 적막해서일까 너는 집을 그리워하여,
절간을 하직하고 구화산을 내려가네.
너는 대 난간서 죽마 타길 좋아하고,
절집에서 공양하는 일은 게을렀지.
물 긷는 계곡에서 달 보는 일도 더는 없고,
차 우리는 사발 속 꽃놀이도 이젠 그만이구나.
자꾸 눈물 흘리지 말고 부디 잘 가거라,
늙은 나야 안개와 노을을 짝하리니.


공문적막여사가, 예별운방하구화.
애향죽란기죽마, 나어금지취금사.
첨병간저휴초월, 팽명구중파롱화.
호거불수빈하루, 노승상반유연하.

김교각(金喬覺·705~803) 송동자하산(送童子下山) 고운당필기(古芸堂筆記)5 동시연기(東詩緣起)

 

"어리광부리고 하산하는 동자에게 띄우는 편지"

 

구화산(九華山)의 이 깊고 적막한 산사(山寺). 처음에는 '이 멋진 절간(寺間)에서 수행을 할 수 있다니!' 하던 동자(童子)가 있었습니다. 그 귀여운 얼굴에는 해맑음이 가득했죠. 그러나 시간이 흘러, 무상(無常)의 법칙은 귀여운 동자에게도 비켜 가지 않았습니다. 어느새 고향집에 대한 그리움이 그의 작은 마음을 가득 채운 것입니다. 이 사랑스러운 동자가 매일 고향을 그리워하며 눈물짓는 모습에, 저 지장보살(地藏菩薩)의 화신이라 불린 노승(老僧)인 김교각(金喬覺)은 드디어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 떠나거라! 자주 울음이 섞인 눈물을 흘리며 하산(下山)하고 싶은 모양이니, 이제 그만 가거라." 노승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동자에게 말했지만, 그 마음엔 애정과 연민이 서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를 써 남기기로 한 것입니다. ', 이제 보내주리라. 더는 네 눈물로 인해 나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공문적막(空門寂寞)에 그리움이 싹트다!"

 

이 절간의 적막함은 무겁고도 깊어서, 흔히 고요함에 묻혀버리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고요함 속에서 동자는 말합니다. "스님, 고향 생각이 자꾸 나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노승은 그의 눈물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합니다. "그래, 이제 내려가거라. 떠나는 네 마음을 담아 이 구화산(九華山)을 내려가며 아련히 너를 보내는 마음이 내 마음이구나."

그리하여 이 동자는 산속 절간의 구름방을 하직하고 떠날 결심을 굳혔습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동자는 대나무 난간(竹欄)에서 죽마(竹馬)를 타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진 것입니다. '너희 아이는 과연 가엾다! 절간에서는 신통히 일은 안 하고, 죽마나 타고 싶어했으니 말이다.' 노승은 속으로 빙긋이 웃으며 이 시를 남겼습니다.

 

"근심 없는 절간에서의 소일"

 

세 번째 구절에서 '절간'은 금지(金地)로 불립니다. 이 곳에서 금모래(金沙)를 모은다는 구절은 단순히 모래를 모으는 일이 아닙니다. 부처님께 공양(供養)을 올리는 일, 즉 신앙과 수행이 담긴 표현이죠. 그런데 이 동자는 일찍이 금모래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나무 죽마(竹馬)를 타며 놀기 바빴으니, 모래와 부처님 공양은 그저 지나가는 풍경일 뿐이었죠.

그래서 노승은 너를 절에서 데리고 있는 것보다, 그냥 고향으로 보내는 게 모두를 위한 일이라며 소년의 하산을 응원하게 됩니다. 수행을 멀리한 동자에게 있어, 고향으로의 길은 새로운 수행의 길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산 길엔 울지 마라"

 

동자는 떠날 준비를 하면서도 눈물을 참지 못하고 자꾸 울먹이기만 합니다. 노승은 그를 따뜻하게 타이릅니다. "자꾸 울지 말고 잘 가거라. 네가 떠난 후에는 나에게 안개와 노을이 좋은 친구가 될 테니." 노승은 이렇게 동자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내며 마음을 비워냅니다.

'그래, 저 구름도 나의 친구, 산속에 피어오르는 저 연기와 노을도 나의 벗이로다.' 떠나는 동자를 위로하며, 노승은 산의 모든 것을 친구 삼아 오롯이 수행하겠다는 결심을 다집니다.

이제 떠나는 동자에게 고요한 산사의 친구들을 소개하며 그는 이렇게 덧붙입니다. "너는 이 절에서의 생활이 고된 줄 알겠지만, 여긴 고요함이 있어 나에게는 그저 고향 같은 곳이란다. 그러니 내 안개와 노을과 함께할 것이다."

 

"차와 꽃, 그리고 물에 비친 달"

 

이 절간에서 동자는 차()를 끓이고 꽃()을 즐기며 놀기도 했습니다. 다도의 진정한 멋은 차가 우러나오는 찻물 속에 생겨나는 꽃 같은 거품, 물에 비친 달을 담는 법에서 오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차를 마시는 일은 단순히 물을 끓여 마시는 일이 아니라, 자연과 한데 어우러진 수행의 일환인 것이지요.

그 옛날 다경(茶經)에 나오는 말처럼, 물 위에 뜨는 거품이 꽃처럼 피어오르면 그것이야말로 차()의 꽃이라 하였지요. 그런 이 아름다운 일상도 동자에게는 그저 어리둥절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노승은 고향으로 내려가는 동자가 차의 꽃을 다시금 떠올리길 바라며 그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전하는 마음"

 

동자가 떠나며 눈물을 그치지 않는 모습을 본 노승은 마지막으로 진심 어린 격려를 남깁니다. “이제 그만 울고 가거라, 그리고 고향에서 새로운 수행의 길을 찾거라. 나의 삶은 안개와 노을과 더불어, 이곳 산속에서 지속될 것이니, 나 또한 행복하게 남으마.”

노승의 마음은 떠나는 동자를 위해 비록 시와도 같은 아름다운 전송을 남겼지만, 마음 한 켠에는 서운함도 가득했습니다. ‘너를 보내지만 내 마음은, 언제나 이곳에 너와 함께 있을 것이다하는 마음을 담아, 그는 시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리하여 구름과 산을 등지고 하산하는 동자의 뒷모습을 노승은 천천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고독한 삶은 다시 안개 속으로 녹아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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