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리더이야기/6. 리더가 할 일- 이 중에 하나만 잘하면 역사에 남는다.

2. 메모 하나로 천재가 된 남자들 [妙契疾書 묘계질서]

진현서당 2024. 10. 9. 21:31

기묘할 묘, 인연 계, 빠를 질, 쓸 서

 

영남대학교(嶺南大學校) 동빈문고(東濱文庫)에 특별한 보물(寶物)이 하나 있다. 바로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이 손때 묻힌 독례통고(讀禮通攷)라는 책이다. 이 책은 청()나라 학자 서건학(徐乾學)의 방대한 저술로, 그 내용도 엄청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할 점이 있다. 바로 여백(餘白)에 가득 찬 다산(茶山) 선생의 친필 메모다. 우중(雨中)에도, 병중(病中)에도, 심지어 머리가 살짝 띵할 때도 그분은 메모를 놓치지 않았다. 하하, 이쯤 되면 메모광이라 불러도 될 듯?

다산(茶山)이 적어둔 메모는 그 자체로도 꽤 읽을 만하다. 메모마다 날짜와 당시 상황을 꼼꼼하게 기록해두었으니, 이쯤 되면 다이어리와 별 다를 게 없다. 다산식 다이어리, 19세기 최고의 트렌드! 그가 남긴 메모는 이후에 자신의 저작들에 고스란히 반영되었고, 이 메모의 습관이 다산(茶山) 선생의 위대한 업적을 가능케 한 바탕이 되었으니, 이를 두고 수사차록(隨思箚錄)이라 부른다. , 떠오른 생각을 놓치지 않고 적어두는 메모 습관이다.

이런 메모 습관을 두고 한 가지 유명한 말이 있다. 바로 묘계질서(妙契疾書)이다. ‘묘계(妙契)’란 건 번쩍 떠오른 깨달음을 뜻하고, ‘질서(疾書)’는 재빠르게 기록한다는 말이다. 이 용어는 주자(朱子)장횡거찬(張橫渠贊)에서 유래한 것인데, 장횡거(張橫渠)정몽(正蒙)을 지을 때 그 깨달음이 떠오를 때마다 서둘러 기록했다는 일화(逸話)에서 비롯되었다. 그분은 어디서든 붓과 벼루를 준비해두었고, 심지어 자다가도 문득 깨달음이 떠오르면 곧장 촛불을 켜고 메모를 남겼다. 여러분, 이쯤 되면 야행성 메모 마니아 인정이죠?

이러한 묘계질서(妙契疾書)를 실천한 인물은 또 있다. 성호 이익(星湖 李瀷) 선생도 책을 읽다가 스쳐가는 생각들을 메모로 붙들어 두었다. 그 메모가 쌓여 시경질서(詩經疾書), 맹자질서(孟子疾書), 가례질서(家禮疾書) 같은 엄청난 저서들로 완성되었다. 이쯤 되면 질서(疾書) 시리즈는 그의 시그니처 브랜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또한, 조선시대 대문호 이수광(李睟光)지봉유설(芝峯類說) 역시 메모벽 덕분에 탄생한 책이다. 책을 읽을 때마다 그때그때 적어둔 메모들이 모여 어마어마한 저술(著述)로 완성되었다. 생각만 하고 지나갔으면 그저 머릿속에서 증발했을 터!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열하일기(熱河日記)로 유명한 박지원(朴趾源)열하일기(熱河日記)도 연행(燕行) 도중에 쓴 글이 아니다. 실제로는 귀국 후 여러 해에 걸쳐 여행 중에 적은 비망록(備忘錄)을 바탕으로 완성한 것이다. 메모가 없었다면 그 유명한 열하일기(熱河日記)는 아마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쯤 되면 메모는 여행의 필수템!

한편, 이덕무(李德懋)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 역시 그의 메모광 기질 덕분에 탄생한 저작이다. 듣고 보고 말하고 느낀 모든 것을 적어두어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 결과, 이 소소한 일상의 메모들이 서 말 구슬처럼 모여 영롱한 보석이 되었다. 생각을 잡아두면 다 보석이 되는 마법, 여러분도 도전해보세요!

여기서 중요한 교훈 하나가 있다. 메모의 습관은 우리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 모든 위대성의 바탕에는 메모의 힘이 숨어 있다. 생각은 마치 미꾸라지 같아서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기 일쑤다. 그래서 이를 붙들어두는 게 바로 메모다. 듣고 있을 땐 끄덕끄덕해도 돌아서면 남는 게 없는 경우 많지 않은가? 하지만 메모로 기록해두면 그 순간은 영원히 내 것이 된다. “머리는 믿지 말라, 손을 믿으라!”

결론적으로, 다산(茶山) 선생은 이 메모의 힘으로 위대한 저작(著作)을 남길 수 있었고, 그의 메모벽은 그를 천재로 만들었다. 주자(朱子)부터 다산(茶山)까지, 장횡거(張橫渠)부터 성호 이익(星湖 李瀷)까지, 그들이 메모광이었기에 우리는 그들의 지혜를 지금도 손쉽게 읽을 수 있다. 그러니 우리도 손에 펜을 들고, 지나치는 생각을 꼭 붙들어 기록하자! 어쩌면 여러분의 메모가 후대에 남을 대작이 될지도 모릅니다.

"생각을 적지 않는 자, 생각을 놓칠지니, 메모로 붙들어야 그 생각이 내 것이니라." - 어떤 메모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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