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서당 주간지/2024 진현서당지

진현서당지 제675호 망자재배(芒刺在背)

진현서당 2024. 10. 3. 18:30

가시를 등에 진다는 뜻으로, 주위에 꺼리고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어 마음이 편치 않음을 가리키는 말.

 

 : 가시 망
 : 찌를 자
 : 있을 재
 : 등 배

 

선제(宣帝)가 막 즉위하고, 종묘사직(宗廟社稷)에 즉위 사실을 고하려던 날, 곽광(霍光)이 그를 호위하게 됩니다. 곽광(霍光)은 무제(武帝) 시절부터 공신(功臣)으로서 나라를 지켜온 인물이고, 권세(權勢)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죠. 곽광(霍光)의 이복 형이 바로 그 유명한 곽거병(霍去病)입니다. 곽광(霍光)은 소제(昭帝)를 세운 후 창읍왕(昌邑王)을 폐위시키고, 선제(宣帝)를 황제로 올린 장본인(張本人)이기도 했죠. 그야말로 정치의 최고 실세였어요.

그런데, 이 강력한 권신이 바로 옆에서 황제(皇帝)를 호위하니, 선제(宣帝)는 편안할 리가 없었죠. 선제(宣帝)의 입장에서 보면 곽광(霍光)과 함께 걷는 것이 마치 가시를 등에 진 것[芒刺在背]’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가시가 등에 박힌 듯 불편하고, 곽광(霍光)의 권력 앞에서 조심조심 걷는 기분이 들었겠죠.

실제로 선제(宣帝)는 곽광(霍光)과 함께 있을 때 표정이 굳어지고, 뭔가에 위협을 받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당시의 심정을 상상해 보면, "혹시 내가 자리에 오래 남아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가득했을 것 같아요. 마치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학교 가는 아이가 "오늘 시험 있나?" 하고 걱정하는 것처럼 말이죠.

반면, 나중에 장안세(張安世)라는 또 다른 신하가 선제(宣帝)를 모실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그때의 선제(宣帝)는 평온하고 차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하니, 곽광(霍光)의 존재가 선제(宣帝)에게 얼마나 큰 압박이었는지 알 수 있죠. 왕도 권력자(權力者) 앞에선 사람이고, 그도 불안할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곽광(霍光)은 권세(權勢)만 강한 게 아니라, 자신이 죽은 뒤에도 황실(皇室)에 영향을 미치고자 딸을 황후(皇后)로 삼았어요. 그런데 곽광(霍光)이 세상을 떠나자마자 선제(宣帝)는 그 일족을 모두 처형해버렸습니다. "이래서 권력(權力)이란 게 무섭다니까!"라고 외칠 법한 상황이죠. 결국 곽광(霍光)의 가족들은 권력의 불꽃놀이에 휘말려 버린 셈이었어요.

망자재배(芒刺在背)’는 이렇게 탄생한 표현입니다. 권력자(權力者) 앞에서 황제(皇帝)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며, 오늘날에는 상사나 직장에서의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도 많이 쓰이죠. 예를 들어 상사의 사무실에서 문 닫고 오래 얘기할 때, "이건 망자재배(芒刺在背)구만!" 하고 속으로 외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요즘 세상에서도 망자재배(芒刺在背)’는 그냥 특정한 권력자(權力者) 앞에서만 쓰이는 말이 아니죠. 갑작스러운 회의 소집, 중요한 이메일 답장을 기다리며 초조해하는 모습, 그리고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때의 긴장감까지, 일상에서 망자재배(芒刺在背)를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이 고사(古事)를 들으며, 우리도 현대 사회에서 나름의 망자재배(芒刺在背)’를 경험하고 있다는 걸 웃으며 넘길 수 있겠죠.

결국, 이 이야기는 권력(權力)의 무게와 그 아래에서의 긴장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일화(逸話)입니다. 선제(宣帝)도 황제(皇帝)라 하더라도,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權力)을 가진 곽광(霍光) 앞에서는 그저 인간일 뿐이었죠.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