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천지에 가득한 크고 강한 기운 [浩然之氣 호연지기]
浩 넓을 호, 然 그럴 연, 之 의 지, 氣 기운 기
맹자(孟子)하면 역시 "호연지기(浩然之氣)"로 유명하지요. 이 호연지기(浩然之氣)란 무엇이냐? 간단히 말해 세상에 부끄러울 것이 없는 크고 넓은 도덕적 용기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맹자(孟子)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는 나에게 있는 크고도 넓은 기운을 잘 기르노라[我善養吾浩然之氣 아선양오호연지기]"라고 뽐냈지요.
어느 날, 맹자(孟子)의 제자 중 한 명이 묻습니다.
"선생님, 만약 제(齊)나라 재상(宰相)이 되셔서 도를 행하시면, 제(齊)나라 임금님이 천하의 패자(霸者)가 될 겁니다. 이런 생각하면 선생님도 설레시죠?"
맹자(孟子)가 피식 웃으며 대답합니다.
"나는 나이 마흔에 접어들면서부터 마음이 흔들린 적이 없느니라[四十而不動心 사십이부동심]."
와우! 인생 40부터 동요(動搖) 없는 마음이라니, 우리 요즘 사람들 생각으로는 부러운 경지입니다. 그렇다면 그 제자, 좀 더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마음이 동요되지 않습니까?"
맹자(孟子)는 대뜸 한마디로 답합니다.
"용(勇)이다. 마음 속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두려울 것이 없고, 그것이 바로 대용(大勇)이다."
자, 여기서 "용(勇)"이라고 하면 그냥 흔한 용기(勇氣)가 아닙니다. 진정한 '대용(大勇)'이란, 마음이 도덕적으로 부끄러움이 없을 때 나오는 진짜 용기(勇氣)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무서워도 참아라"와는 급이 다릅니다. 맹자(孟子)의 설명에 따르면, 진짜로 부끄럽지 않으면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이거지요. 이게 바로 부동심(不動心)의 비결입니다.
그럼, 제자는 또 묻습니다.
"선생님의 부동심(不動心)과 고자(告子)의 부동심(不動心)은 무엇이 다릅니까?"
아, 여기서 등장하는 고자(告子)! 고자(告子)는 맹자(孟子)의 라이벌이자, 성선설(性善說)에 반대하던 철학자(哲學者)입니다. 고자(告子)의 주장은 뭐냐? '인간 본성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라는 것인데, 맹자(孟子)는 이를 마음에 안 들어 했지요.
맹자(孟子)가 답합니다.
"고자(告子)는 '이해되지 않는 말을 이해하려 애써봤자 소용없다'고 하지만, 나는 다르지. 나는 말을 잘 알고[知言 지언], 호연지기(浩然之氣)까지 기르고 있으니 더 나은 점이 있다."
이 대목에서 맹자(孟子)가 자랑스레 꺼내는 호연지기(浩然之氣)란, 단순한 기운이 아니라 천지(天地) 사이에 가득한 크고 강한 기운입니다. "호연지기(浩然之氣)"라는 말을 좀 멋지게 표현하자면, 우주 공간을 꽉 채우는 기운 정도 되겠죠. 그런데 이 기운이 어떻게 만들어지냐? 그냥 밥 먹고 잠 자면 되는 게 아니라, 도의(道義)에 합당해야만 기를 수 있는 것입니다. 도의(道義)가 없으면 그 기운도 곧 쓰러집니다.
그래서 호연지기(浩然之氣)란, 도의(道義)와 합쳐져서 행위가 도덕적으로 부끄럽지 않으면 생겨나는 도덕적 용기입니다. 다시 말해, 이 기운이 완성되면 사람은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고 떳떳해지는 거죠. 뭔가 잘못했을 때 생기는 찜찜함이나 불안함은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상태입니다.
맹자(孟子)의 말을 빌리자면, 호연지기(浩然之氣)란 매일매일 도덕적으로 부끄럼 없이 살 때 키워지는 것이니, 이를 잘 기르면 나도 언젠가는 그런 대용(大勇)을 얻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기네요.
그러나 문제는 세상 사람들은 주로 이 '용(勇)'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용기(勇氣)를 그냥 '무모하게 뛰어드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맹자(孟子)는 그런 용기(勇氣)는 별로 쳐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참된 용기(勇氣)란, 부끄럽지 않으면 겁낼 것도 없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런 용기를 가진 사람들은 뭐랄까, 마음이 늘 평온하고[和氣 화기] 너그럽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자연스레 따르게 됩니다.
居天下之廣居 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 得志與 民由之 不得志獨行其道 富貴不能淫 貧賤不能移 威武不能屈 此之謂大丈夫 ![]() |
천하의 넓은 곳[仁]에 거처하고, 천하의 바른 곳[禮]에 서고, 천하의 큰 도[義]를 실천하노라. 뜻을 얻으면 만천하의 백성과 더불어 道를 실천하고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라도 그 道를 실천하노라. 부귀영화도 마음을 어지럽히지 못하고, 빈천해져도 마음을 바꾸지 않으며, 위세와 무력에도 굴복하지 않으니, 이런 사람을 일컬어 비로소 대장부라 한다. 거천하지광거 입천하지정위 행천하지대도 득지여민유지 부득지독행기도 부귀불능음 빈천불능이 위무불능굴 차지위대장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