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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종이 위의 병법과 실전의 차이: 조괄(趙括)의 패배를 통해 본 교훈 [紙上談兵 지상담병]

진현서당 2024. 9. 28. 11:18

종이 지, 위 상, 말할 담, 병사 병

 

종이 위에서 병법(兵法)을 논한다는 것, 즉 지상담병(紙上談兵)이다. 병법(兵法)을 책으로 공부하는 것과 실제 전장(戰場)에서의 싸움은 다르다는 진리를 담고 있다.

 

1. 조사(趙奢)와 조괄(趙括)의 모순적 부자 관계

 

먼저 조()나라의 명장(名將) 조사(趙奢)가 등장한다. 그는 병법(兵法)의 대가(大家)로 불리는 아들 조괄(趙括)을 좀처럼 칭찬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슬슬 미스터리한 부자의 관계가 시작된다. 주변 사람들은 조괄(趙括)이 병법에 있어서는 천하무적(天下無敵)!”이라고 떠들어대지만, 정작 아버지는 속이 타들어 간다.

어느 날 조괄(趙括)의 어머니가 참다 못해 남편에게 물었다. "아니, 그 아이가 그렇게 잘난 병법가(兵法家)라는데 왜 칭찬을 안 해요?" 그러자 조사(趙奢)는 이렇게 답했다. "군대는 죽고 사는 곳인데, 저 아이는 너무 쉽게 말하는구려. 만약 조()나라가 저 아이를 장수로 삼는다면 조()나라 군대는 그 아이 손에 망할 게 뻔하오."

그리고 아버지의 걱정은 실제로 현실이 된다.

 

2. 조괄(趙括)의 비극적인 등장과 몰락

 

시간이 지나 조()나라 왕은 염파(廉頗)라는 노장(老將) 대신, 병법에 능한 조괄(趙括)을 전장으로 보내려 한다. 어머니는 불안해하며 왕을 찾아가서 호소한다. "저희 남편은 상()을 받으면 병사들과 나누고, ()을 받으면 가정일도 돌보지 않고 떠났습니다. 하지만 제 아들은 상금(賞金)을 받으면 좋은 밭과 집을 살 궁리나 합니다. 부자의 마음가짐이 같지 않으니 장수(將帥)로 보내지 말아 주십시오."

그러나 조()나라 왕은 고집을 꺾지 않았고,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그럼 실패해도 저를 연좌(連坐)시키지는 말아주십시오." 그녀의 말은 참으로 비정하지만, 그만큼 아들의 패배를 확신하고 있었다.

결국 조괄(趙括)은 진()나라와의 전투에서 과감하게 총공격(總攻擊)에 나섰다가, ()나라의 계략에 빠져 40만 대군을 하루아침에 잃고 말았다. 아버지의 예언이 적중한 것이다.

 

3. 종이 위의 병법, 지상담병(紙上談兵)

 

이제 우리는 이 이야기가 왜 지상담병(紙上談兵)”을 꼬집는지 알게 된다. 병법서(兵法書)를 외우고, 이론적으로는 완벽할지라도, 실전에서의 경험과 감각이 없다면 패배는 필연적이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조선시대(朝鮮時代)에도 등장한다. 어느 무사(武士)가 병서(兵書) 강독 시험에 응시했는데, 시험관(試驗官)이 물었다. "만약 북을 쳤는데도 사졸(士卒)들이 진격하지 않고, 징을 쳤는데도 퇴각(退却)하지 않으면 어찌할 것이냐?" 무사(武士)는 이 질문을 듣고 시험관(試驗官)을 깔깔대며 비웃었다. 그러나 그를 비웃던 무사(武士)는 곧 듣게 된다. 시험관(試驗官)은 과거(過去)에 실제로 군대를 이끌고 나갔으나 공을 이루지 못해 파직된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시험관(試驗官)의 질문은 탁상공론(卓上空論)이 아닌, 실패(失敗)에서 나온 현실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4. 노장의 경륜 vs 젊은 피의 패기

 

사람들은 노장(老將)의 경륜(經綸)보다는 젊은 피의 패기에 더 끌리는 경향이 있다. 조괄(趙括)의 무모한 용맹과 과감한 전략이 인기를 끌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늘 여기서 발생한다.

실전은 책과 다르다.

아버지 조사(趙奢)가 아들 조괄(趙括)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의 모든 답은 완벽했지만, 그것은 종이 위의 답이었다. 진짜 싸움에서는 군인의 목숨이 걸려 있고, 실수는 곧 죽음으로 이어진다.

 

5. 결론: 병법의 진정한 의미

 

지상담병(紙上談兵),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하는 것은 아무리 뛰어난 이론을 가진 자도 실전에서의 패배를 피할 수 없다는 교훈을 준다. 병법(兵法)은 책에 적힌 이론일 뿐, 실전에서 필요한 것은 경험과 현실 감각이다.

조괄(趙括)의 비극은 경솔함과 자신감의 위험을 보여주며, 염파(廉頗)와 조사(趙奢)처럼 경륜을 중시하는 지혜를 강조한다. 결국, 탁상공론(卓上空論)이 아닌 실질적이고 경험에서 나온 참된 병법만이 전장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조괄(趙括)의 패배가 이 세상 모든 이론에만 능하고 실전에 약한 이들에게 경종(警鐘)을 울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병법(兵法)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닌, 몸과 마음으로 겪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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